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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무연고사망자 장의차량에 두 분의 무연고사망자 관이 모셔져 있다
 2019년 무연고사망자 장의차량에 두 분의 무연고사망자 관이 모셔져 있다
ⓒ 홈리스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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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단절된 현대를 '무연사회'라고 부른다. 그 결과는 삶에서뿐만 아니라 죽음에서도 나타난다. 이제는 부모가 자식의 시신을 포기하고, 자식이 부모의 시신을 포기하기도 한다. 즉 혈연의 가족이 있음에도, 무연고사망자로 처리되어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무연고사망자 문제는 주요한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그러자 국회의원들은 앞다투듯 보건복지부를 통해 무연고사망자 통계를 받고, 언론사들은 해마다 이를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경쟁하듯 대서특필한다.

단순 취합하는 고무줄 국가 통계

지난해 무연고사망자 통계를 검색해보면 2018년 무연고사망자가 몇 명인지 혼란스럽다. 2019년 3월 22일에 김승희 의원실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무연고 사망자, 전년(2017년) 대비 27.5% 증가한 2549명"으로 보건복지부에서 받아 발표한 무연고사망자가 2500명이 넘었다고 했다.

그런데 2019년 10월 4일에 기동민 의원실에서 발표한 2019년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보면 "2014년 대비 2018년 무연고사망자의 수는 77.4%가 증가했다"라며 "2014년 1379명이던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5년 1676명(↑297명), 2016년 1820명(↑144명), 2017년 2008명(↑188명), 2018년 2447명(↑439명)으로 증가했다"라고 되어 있다. 어찌 된 영문인지 2018년 무연고사망자는 6개월 사이에 102명이나 줄었다.

도대체 102명의 무연고사망자는 어디로 갔을까? 국가 통계가 이렇게 고무줄처럼 변동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과연 둘 중에 어느 자료가 정확한 자료인지 신뢰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2017년 서울경제신문은 '구멍 뚫린 무연고死 관리'라는 다섯 편의 기획 기사를 보도했다. 그중 두 편은 무연고사망자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중 한 기사는 '무연고사망 통계 '엉터리'... 기준 달라 35%가 빠졌다'라며 기초생활수급자를 '무연고사망자' 통계에 포함할지 여부가 불분명한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다행히 이후 보건복지부는 무연고사망자 통계 취합시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무연고사망자 통계는 신뢰도에 있어서 여전히 구멍 뚫린 상태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무연고사망자 통계가 이렇게 구멍 뚫린 상태일 수밖에 없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앞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국가통계 발표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하겠지만, 기존 언론보도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바와 같이 일반 무연고사망자와 수급자 무연고사망자의 취합 과정에 있어 기초단체의 일반 무연고 담당부서와 수급자 무연고 담당 부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쪽 숫자가 누락 또는 중복되는 문제가 여전히 발생할 소지가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단순 취합 과정에서의 숫자 오류도 있을 수 있다. 2018년 무연고사망자 통계의 경우 3월과 10월의 자료를 비교해보면 주요하게는 서울시가 55명, 충남이 38명 차이가 나지만, 1명 내지 2명의 소소한 차이가 무려 8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대로 된, 그리고 신뢰할만한 무연고사망자 통계 수치 하나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는 보건복지부가 무연고사망자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무연고사망자 국가통계 시스템이 제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AI시대인 2019년의 모습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어 어쩌면 보건복지부의 무연고사망자 관련 통계와 정책은 뒷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듯하다.

이제는 숫자가 아닌 무연고사망자 정책 필요
  
2014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김춘진 의원이 2014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대한민국 고독사의 현주소와 미래'에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무연고사망자 수치를 발표했다. 이후 해마다 무연고사망자 통계가 발표되고 있다. 전체 및 시도별 무연고사망자가 몇 명인지, 연령대와 성별은 어떠한지, 그리고 간단한 분석을 곁들인 내용이 담겨있다.

발표되는 자료는 주요하게 무연고사망자가 '2000명이 넘었다', '60대 초반의 무연고사망자가 많다', 그리고 '남성이 80% 이상이다'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이 통계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2014년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무연고사망자 통계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충격적인 통계수치가 도대체 한국 사회에는 어떤 의미일까? 무연사회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수치인 것은 분명하다. 2014년 대비 지난 5년 동안 2018년 무연고사망자의 수는 77.4%가 증가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게 뭔데? 한국사회가 무연사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래서 무연고사망자 수치, 그게 뭐라고요?

보건복지부에 묻고 싶다. 무연고사망자가 2500명에 육박한다고 통계자료를 만드는 지난 5년 동안 보건복지부는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어떠한 정책을 마련했는지, 즉 통계 숫자가 아닌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예방 정책, 그리고 실제 대응 정책은 무엇을 마련했는지 묻고 싶다. 물론 정책은 있었다. 하지만 예방과 실제 대응 정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무연고사망자 최근 정책을 살펴보면 2018년에 발표한 '연고자가 시신을 위임한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10년 동안 봉안하지 않고 산골(散骨)한다'와 2019년에 입법예고된 '무연고사망자의 봉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다' 정도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무연고사망자를 그저 비용대비 효율성의 대상 그리고 공중보건위생상의 '처리' 대상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무연고사망자가 문제이고, 특히 60대 초반의 평균수명보다 20년이나 이른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사회문제라면 이에 대한 정부정책은 무엇인가? 무연고사망자가 발생하니 화장만 하면 정부로서의 역할과 정책은 다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서울시가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를 지원하니 업무 매뉴얼에 그 내용을 넣으면 정부정책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 투성이다. 이제는 단순 무연고사망자 숫자가 아닌 무연고사망자 발생 그 자체를 예방하고, 아울러 발생한 무연고사망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적절한 정책 마련이 절실한 때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무연고사망자가 몇 명인지의 단순 취합 국가통계가 아닌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생활환경, 주거지, 의료 등의 면밀한 통계와 추적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올해도 동짓날인 12월 22일, 서울역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린다. 특히 16일부터 20일까지는 2019년 한 해 동안 서울에서 돌아가신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분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억의 계단'을 설치하고 22일 동짓날에는 이들을 위한 제단도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홈리스 추모제를 기회로 단순 취합되는 무연고사망자 통계 숫자가 아닌 무연고사망자를 예방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통계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홈리스의 사망은 열악한 복지지원체계에 따른 홈리스 생활의 장기화, 그에 따른 손상과 질병의 심화와 같은 연쇄반응의 결과다. 따라서 홈리스 추모제는 망인의 명복을 비는 것을 넘어, 예견되고 막을 수 있었던 죽음들을 더 이상 용인하지 말자고 사회에 호소하기 위한 자리가 되고 있다.
▲ 2019 홈리스추모제 홈리스의 사망은 열악한 복지지원체계에 따른 홈리스 생활의 장기화, 그에 따른 손상과 질병의 심화와 같은 연쇄반응의 결과다. 따라서 홈리스 추모제는 망인의 명복을 비는 것을 넘어, 예견되고 막을 수 있었던 죽음들을 더 이상 용인하지 말자고 사회에 호소하기 위한 자리가 되고 있다.
ⓒ 홈리스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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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19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에 함께하고 있는 '나눔과나눔'의 박진옥 상임이사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태그:#홈리스추모제, #쪽방, #노숙인, #홈리스,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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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약칭,노실사)'에서 전환, 2010년 출범한 단체입니다. 홈리스행동에서는 노숙,쪽방 등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인권지킴이, 미디어매체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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