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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혹은 '저 사람은 나와 다르네, 이상한 사람이야.' 많은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너무 분명해진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 속에서 나를 끼워맞추고 타인을 재단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폭력들이 존재한다.

캐롯은 다음 포털 사이트에서 '이토록 보통의'라는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이다. 캐롯 작가의 웹툰 속에서는 사회가 말하는 평범한 사람과는 조금 다른 모습들이 나타난다. 에이즈환자, 복제인간, 외계인, 동성애자, 에이섹슈얼 등등.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과 다르면 이상한 사람, 비정상으로 간주해버리는 사회 속에서 이러한 사람들도 평범한 존재들임을 '보통'이라는 단어로 웹툰을 통해 그려낸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사회가 만들어낸 편견이라는 폭력에 예민한 듯한 작가의 웹툰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져 지난 11월 19일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보통의 우리

작가의 웹툰 속에 독특한 인물들에 대해 물었다. 작가는 외국인, 복제인간 등 겉모습만으로 충분히 '우리와 다른 사람이네'라고 해버릴 수 있는 어떤 누군가와도 공통점을 찾는데 흥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작가는 어떤 사람을 이상하다고 규정짓는 것 보다는 모두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이상하다 해버리면 저도 그런식으로 누군가에게 규정지어질 수 있어요. 스스로 찔리는 부분이 너무 많은걸요." 

작가의 웹툰은 '보통'에 대한 이야기를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미세먼지 보통, 혈압 보통, 보통 키…
'보통'이라는 말은 대체로 '평범'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지만, 이 보통의 상태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늘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해야 하고, 건강을 위해 잘 챙겨 먹어야 하지요.
  
캐롯작가의 그림체가 돋보이는 그림이다
▲ "이토록 보통의" 웹툰 캐롯작가의 그림체가 돋보이는 그림이다
ⓒ 캐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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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롤로그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잘난 사람들 사이에서 열등감을 느껴왔었는데 그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걸 알았을 때 나도 그 사람도 사실은 같은 사람이구나 느꼈어요. 다들 치열하게 남들이 말하는 평범의 범주에 들려고 노력하고 있더라구요. 다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더라구요."

작가는 자신의 웹툰 속 인물들이 독자들에게 이해 받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그려낸다고 말했다. 또한 본인도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하니 이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 강박은 아니지만 본인 스스로 이해를 받은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누구나 이해받을 때 기분은 좋지 않은가. 작가도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경험을 한 뒤로 자신도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노력하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고 이해를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앞으로 살면서 우리는 모두 '보통의 사람들'이니까 이해를 할 수 있는 구석들이 분명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해받지 못한 경험이 많았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그 때의 감정에 대해 물었다. 작가는 이에 "평소에 넌 이걸 하지 않으니 이걸 좋아하지 않으니 넌 참 이상하구나 해버리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탈락되는 느낌이었어요"라고 대답했다.
 
후기 만화에 항상 등장하는 작가의 케릭터
▲ 캐롯작가 케릭터 후기 만화에 항상 등장하는 작가의 케릭터
ⓒ 캐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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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군가의 판단으로 상처를 받을 때마다 작가는 '위대한 개츠비' 문장을 떠올렸다.
 
'너가 누군가를 비난하기 전에 그 사람이 너처럼 운이 좋은 상황이었는지 너처럼 유리한 상황이었는지를 떠올려라.'

작가는 이 문장이 와닿았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빠른 그리고 부정적인 판단에 상처받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쉽게 판단을 내리냐고 원망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도 그 사람들만의 상황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판단이든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도 선택인거고 판단을 내리는 것도 선택인거죠. 다만 제가 그나마 바라는 게 있다면 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주고 판단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것 또한 강요할 수는 없겠죠."

캐롯 작가의 웹툰 속에는 성소수자에 대해 다루는 에피소드들도 있다보니 받는 피드백들도 많았다. 도덕적이지 못한 인물들을 그려낸다는 이유로 비판받기도 했다. 작가는 피드백들에 일일이 해명하고 있지 않았다. 독자들의 반응에 대한 생각 그리고 해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작가는 모든 반응이 감사하며 자신의 이야기로 어떤 사건이 활발하게 대화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일일이 해명하지 않는 이유는 독자들이 다수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의 말에 수긍이 된다고 해서 쉽게 수긍을 해버리면 작가의 지금 상태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실례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피드백들을 통해 정말 많이 깨닫고 있고 깨달은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적용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헤테로(이성애자)인 줄 알고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있으세요'라고 묻지 않게 되었어요. 어떤 분들에게는 굉장히 폭력적인 말이더라구요."

'외더듬이 개미'

작가는 현재 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애니매이션 회사를 세우고 싶다는 야망 또한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생각해 놓은 내용이 있는지 물었더니 예전부터 생각한 외더듬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쌍더듬이 사이에서 왕따당하는 외더듬이 개미는 야구장에서 살고 있다. 야구장에서 생활하다가 스크린을 통해 텔레토비를 본다. 텔레토비들은 다 외더듬이인데 그 외더듬이들이 달나라 같은 곳에서 너무너무 행복하게 사는 걸 보고 저기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한 타자가 홈런을 치는 모습을 본다. 외더듬이 개미는 홈런볼을 보고 '아 저걸 타고 달나라를 가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많은 실패 끝에 가장 실패를 많이 했던 타자가 친 홈런볼에 매달려서 날아가는데 성공을 하게 된다.
 
외더듬이 개미 또한 이토록 보통의 웹툰 속 인물들과 닮아있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보통'의 존재로 규정받지 못하는 존재. 어떠한 결핍이 있는 존재. 작가는 결핍이 있는 인물들을 좋아하며 자신이 결핍이 있기 때문에 결핍이 없는 사람을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자신의 만화책에 싸인을 해주는 모습
▲ 캐롯 작가의 모습 자신의 만화책에 싸인을 해주는 모습
ⓒ 조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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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 작가가 그려내는 웹툰은 결핍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그런 결핍이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와 비슷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스스로가 탈락 되어졌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위로받는다.

작가는 타인을 혹은 자기 자신을 나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 이상한 사람, 비정상인 사람이라고 너무 빨리 판단 지어버리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만 봐주세요', '당신들과 비슷한 점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한 번 이야기를 들어봐주시지 않으실래요?' 하며 다가간다.

그 과정을 통해 사실 우리 모두가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존재임을 말하며 위로를 전한다. 이 글을 읽고 '뭐야 이상해'라고 외면하고 비판하는 어느 누군가 마저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태그:#이토록 보통의, #웹툰, #다음웹툰, #캐롯,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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