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2019 올해의뉴스게릴라로 김종성, 박만순, 변상철, 송주연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뉴스게릴라에게는 상패와 상금 150만 원을 드립니다. 시상식은 2020년 2월에 열리며 이 자리에서는 '2019 특별상', '2020 2월 22일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자 모두 축하합니다. [편집자말]
병원에서 링거를 맞던 중 '잘 지내느냐, 올해의 기자상에 선정되었다'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연락을 받았다. 사실 그 소식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내가 왜?'였다. 내가 이 상을 받기에는 오마이뉴스와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기대한 만큼의 기사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보다 더 척박한 현장에서 더 불편한 이야기를 쓴 기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한사코 거절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에 방향을 정해주던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2008년 크루즈 여행이 상품으로 걸린 기사 공모에 혹해 육아 기사를 쓰고 난 뒤 오마이뉴스에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기사를 작성할 여유나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2010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가 해체되고 난 뒤 공직자 신분에서 자연인으로 돌아와 오롯이 혼자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진실규명을 지원하는 '지금여기에'라는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다 보니 운영 이외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홀로 사람을 만나고 기록을 찾고, 증거를 찾으며, 재심 재판을 위한 보고서를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정리하여 시민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7년을 지내고 보니 고문사건, 조작간첩사건, 국가폭력사건 등이 적잖이 쌓이게 되었고, 그렇게 쌓이는 기록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이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만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아닌,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찾은 기록과 구술들이 재심 재판에 제출되거나 소멸되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꽤 되었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만났던 사람과 과정은 판결문이나 기록 어디에도 기재되지 않고 모두 소멸했다. 그 과정은 그렇게 간단히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는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어려운 싸움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피해자의 억울함이 얼마나 큰지, 그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큰지 지금, 이 시간을 사는 우리가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강광보 선생님과 변상철 국장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광보 선생님과 변상철 국장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수상한집

관련사진보기

    
꼭 기억해야 할 기록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다. 짧은 기록이지만 지난 8년의 과거사위원회 활동과 위원회 종료 후 계속해 왔던 과거사건 진상규명 활동을 음식으로 기억하는 '인권을 먹다'가 그것이었다(☞ 인권을 먹다 http://omn.kr/ptzq). 

오마이뉴스에 게재를 시작한 것은 기억에 남는 몇 개 사건만을 정리해 '지금여기에'라는 단체의 활동을 좀 알려보려 했던 동기에서였다. 그런데 첫 기사와 두 번째 기사를 송고한 뒤 오마이뉴스 기자로부터 연락이 와 연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덜컥 겁이 났다. 글재주도 없는 내가 어떻게 연재를 하며, 어떻게 책임감 있게 기사를 쓰겠는가? 그런데도 연재를 결정하게 된 것은 오마이뉴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는 '인권을 먹다' 일러스트와 특별면 페이지까지 만들어 주었다.

시민기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던져 놓는다. 그것이 매끄럽게, 씹어 삼켜도 걸림 없이 잘 넘어갈 수 있도록 잘게 잘게 다듬는 것이 바로 편집기자들이었다. 편집뿐만 아니라 기사 작성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마다 용기를 주었다. 내가 계속 기사를 쓸 수 있게 한 힘이었다.

결국 이렇게 연재된 기사가 <인권을 먹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는 기쁨도 누렸다. 사실 개인의 이름으로 출판한다는 것은 커다란 경험이자 영광이다. 그리고 한권의 책으로 나올 이야기를 글로 써본다는 것보다 더 좋은 글쓰기 연습은 없는 듯했다.

'인권을 먹다' 연재 이후 과거사와 관련한 이야기, 마을 이야기 등을 소재로 연극과 창작 판소리 극작에도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예술인으로 등록되는 영광까지 호사롭게 누렸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 하면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억울하지만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노출, 상처·기억·증언·기록·싸움 등 그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가슴깊이 쌓여있는 억울함을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노출의 자유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인권을 먹다' 연재 이후 나나 지금여기에라는 단체나 성장을 했다. 조작간첩 피해자들을 포함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과정을 기사로 실시간 세상에 노출했고, 그 억울한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독자들이 생겼다.

따로 언론 홍보를 하지 않는 단체로서 오마이뉴스는 든든한 우군이다. 덕분에 올해 박상은씨의 기사를 시작으로 전북 선유도의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반공법 조작사건 등을 연재했고, 조작간첩 피해자들의 기억투쟁이었던 '탁본 모임' 시리즈를 내보낼 수 있었다. 더불어 30년간 공안사범으로 몰려 한국에 입국하지 못했던 일본 공무원노조 사람들이 오마이뉴스 기사 덕분에 입국이 허가되는 일도 있었다.

특별히 오마이뉴스에 감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제주의 '수상한 집'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편집국이 펀딩이라는 역제안을 해주었다. 조작간첩 피해자를 기억하고 국가폭력 피해자가 직접 과거를 이야기 하는 살아있는 기념관, '힙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을 때, 오마이뉴스 편집국은 그 비용을 소셜 펀딩으로 모아보자고 했다.

반신반의 하며 시작한 펀딩에 12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모였다. 그 성금은 '수상한 집'을 완성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오롯이 제주에 '수상한 집'으로 탄생했다.

어렵고 힘들고 아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아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과감히 시민기자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이야기가 몇 명에게 전해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들고 드러내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오마이뉴스 기사는 인터넷 지면에서뿐만 아니라 책, 연극, 창작 판소리, 심지어 기념관이라는 건축물의 형태로도 생산되고 재현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시민의 상상과 오마이뉴스라는 열린 언론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오늘도 불편함을 '노출'하지 못해 홀로 간직하고 있는 당신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 대표기사
[연재] 수상한 집 http://omn.kr/1hsyq
[연재] 탁본에 남긴 잔혹한 기억 http://omn.kr/1m03x

태그:#수상한집, #지금여기에, #변상철, #올해의뉴스게릴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