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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 '통일연구원 리서치 페스티벌'이 열렸다. 해당 행사는 통일연구원이 지난 1년간 수행한 연구과제의 핵심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정책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개최한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 "통일연구원 리서치 페스티벌"이 열렸다. 해당 행사는 통일연구원이 지난 1년간 수행한 연구과제의 핵심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고 정책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개최한 것이다.
ⓒ 신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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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5일 오후 1시 50분]

북한의 생활수준이 '중하위 개발도상국' 중간 수준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약간 낮은 편인 것으로 진단됐다. 국제사회는 소득 수준에 따라 고소득 국가, 중상위 개도국, 중하위 개도국, 저소득 개도국의 4개 그룹으로 나뉘는데, 북한이 이 가운데 중하위 소득 그룹에 속한다는 것이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KINU·원장 임강택) 리서치 페스티벌'에 참석해 "북한이 기존 선입견과 달리 아프리카보다는 잘산다. 최빈국(저소득 개도국) 그룹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석진 연구위원은 유니세프(UNICEF)가 후원하고 북한이 실시한 2017년 가계조사에서 얻은 가계재산(실물자산과 주거환경) 자료와 '국제재산지수'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국제재산지수란, 1996~2011년까지 전 세계 97개 개도국에서 실시된 165개 가계조사 결과를 분석해 산출한 지수 산식이다. 

관련 연구자들은 주로 개도국에 대해 재산지수를 추계하고 그 결과와 기초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제공한다. 새로운 가계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계속 업데이트한다. 김석진 위원은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생활 수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펴낼 예정이다.

지난 2017년 북한의 가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텔레비전 보유율은 98.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전기밥솥 보유율도 62.6%로 비교적 높았다. 휴대전화와 시디(CD) 플레이어는 각각 69%와 75.5%로 나타났다. 그러나 냉장고 보유율은 30.3%로 비교적 낮았다. 특히 지방의 냉장고 보유율은 18.4%로 매우 낮은 편으로 조사됐다. 여러 항목 가운데 세탁기와 오토바이 보유율은 각각 15.5%와 5.2%로 매우 낮은 것이 눈에 띈다.

해당 자료는 유니세프의 후원을 받긴 했지만, 조사 주체가 북한 당국이라는 점에서 실제보다 과장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도 해당 자료를 "약간 과대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정은 집권 이후, TV-냉장고 수입 증가

반면 유엔 무역통계(UN Comtrade) 자료는 신뢰성이 높다는 전제하에서 북한의 대중국 각종 가전제품 수입량을 보여준다. 유엔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텔레비전 대수는 김정은 집권 이후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2013년 이전 매해 평균 20만~최대 40만 대를 웃돌던 수입량이 김정은 시대 들어선 최소 약 60만~최대 100만 대까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냉장고 및 냉동고 수입량도 매해 꾸준히 수입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한 해를 제외하면 냉장고 수입량은 매해 10만 대를 웃돌았다.

이날 김 위원과 권영경 통일교육원 명예교수는 북한이 제시한 냉장고 '보유자료'가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권영경 명예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보유한 전자제품을 솔직하게 얘기하기 어렵다"면서 "당국이 전기 사용 검열을 나오기 때문에 저평가된 자료 중 하나가 냉장고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북한의 대중국 컴퓨터·휴대전화 수입량도 매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2016년 한 해 동안 컴퓨터 수입량은 32만 대가 넘었다. 휴대전화 수입량은 다소 들쑥날쑥한 경향을 보였으나 2014년 한 해 동안 100만 대가 넘는 휴대전화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김 위원은 해당 자료에 대해 "대중국 수입 상황으로 볼 때 북한의 가계 보유자산 자료는 대체로 현실적"이라며 "가전제품 및 기타 품목의 실제 수입은 공식 통계에 기록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냉장고 보유율 자료는 비현실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그가 공식 통계보다 실제 수입량이 더 많다고 본 것은 북중국경지대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밀무역'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국경지대 주민들은 인접 중국 상인과의 밀수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들어서 밀수 단속을 엄격히 실시하면서 무역량이 급격히 줄었다는 진단도 많이 나오고 있다.   

열악한 북한 전력 공급 상황, 평양도 정전 많아

한편 이날 북한의 전기 이용률 자료도 공개됐다. 가장 최근인 2017년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도시 전기 이용률은 52.4%, 지방은 38.6%로 집계됐다. 이전 연도 수치도 평균 20~30%대로 나타났다.

북한 전력 공급은 심각한 수준으로, 수도인 평양에서도 일일 배전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나마도 정전되는 경우가 많다. 발전소가 가까운 지역이나 당간부 등 상류층이 많이 거주해서 전기공급이 원활한 지역의 아파트 가격(주택이용 허가증으로 사실상의 소유권임)이 매우 높게 형성돼 있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전기 공급이 저조하다 보니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자가 발전이 흔하게 관찰된다.

이날 김 위원이 공개한 북한의 지역별 재산지수 비교에 따르면 수도인 평양과 여타 시도의 차이가 컸다. 평양이 72.4로 나타난 반면 자강도(57), 함북(56.1), 평남(53.9), 평북(53.7), 함남(53.6), 강원(53.5), 황북(50.9), 양강도(50.2), 황남(47.9) 순으로 집계됐다. 

또 북한과 에티오피아·민주 콩고·르완다·탄자니아·케냐·방글라데시·나이지리아 등 주요 개도국 가계재산 기초자료를 비교해 보면, 북한이 이들에 비해 각종 수치가 양호한 편이고, 크게 떨어지는 수치는 관찰되지 않았다.    

김 위원은 "평양과 지방 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러한 불평등은 북한의 고유한 현상이 아니라 개도국의 일반적 현상"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최근 강력한 대북 제재로 내구 소비재와 자본재 수입이 중단됐다"며 "반면 여타 개도국의 생활수준은 계속 향상되고 있으므로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북한의 상대적 위치는 저소득 개도국(최빈국)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권영경 통일교육원 명예교수는 "북한이 식량난을 겪으면서 아프리카 수준의 최빈국 이미지를 갖게 됐지만, 최근 가처분소득이 올라가고 시장화 양상이 나타난다"면서 "최근에 평양 방문자한테 들으니 곳곳에서 전당포 간판을 많이 봤다고 한다. 보유 자산이 증가했을 때 전당포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권 명예교수는 "이것을 대다수는 실질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데, 김 박사의 연구는 국제사회가 채택한 평가지표에 의거해 북한이 어떠한 스펙트럼에 있는지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현재 ODA(공적개발원조) 자금을 가장 많이 수혜하는 국가가 베트남인데, 북한에도 해당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때 이 지표들이 ODA 관련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그:#개도국, #가계조사, #국재재산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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