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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20 2월22일상' 수상자로 강대호, 김남권, 김민준, 김연정, 민병래, 이학후, 임희정, 최다혜, 최우현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2월22일상'은 한 해 동안 꾸준히 좋은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2월22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 원을 드립니다. 시상식은 2020년 2월에 열리며 이 자리에서는 '2019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2019 특별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자 모두 축하합니다.[편집자말]
나의 글 근육을 찾아서 
- 이학후 시민기자


담당 기자님으로부터 2월22일상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후 상을 받는 게 오랜만이란 단상부터 스쳤습니다. 글을 써서 상을 받는 건 학창 시절 이후 처음이라 더욱더 감개무량합니다. 등단은 무리일 테고, '등업' 정도는 이룬 듯해서 기분이 좋네요.
 
이학후 시민기자
 이학후 시민기자
ⓒ 이학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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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을 쓰는 사람이 읽어야 할 책 가운데 하나가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입니다. 한국판의 추천사는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썼는데 그는 "당일 본 영화를 24시간 안에 써내야 하는 게 다반사인 저널리즘 평론가의 삶이 얼마나 준엄한 자기 단련을 요하는지도 알게 되었다"며 영화글을 꾸준히, 그리고 빨리 쓰기 위해선 준비된 밑천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제게 오마이뉴스에 글은 쓴다는 건 '글근육'을 단련하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저런 글쓰기로 돈을 버는 프리랜서는 펜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기사를 찾아보고, 사유를 정리하는 작업을 반복하여 자양분을 꾸준히 저장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 매일은 무리라도 상황에 맞추어 한 주, 또는 한 달에 몇 개란 목표치를 정하고 글을 썼습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쓴 글이 처음 실렸던 날짜를 찾아보니 2012년 9월 19일이네요. 그때와 비교해 조금은 나아졌을 거란 나만의 상상을 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준 오마이뉴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요기사] 
한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의 소름 끼치는 인기 검색어 http://omn.kr/1lon5
플라스틱으로 가득찬 '위'...위험 벗어나는 단 하나의 방법 http://omn.kr/1iuk4


부모님의 두 생애를 쓰는 전문기자
- 임희정 시민기자


저는 아직도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 접속해 가장 먼저 왼쪽 상단의 빨간 배너 속 문장을 읽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매번 그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글을 쓰고 송고합니다. '그래. 나는 부모님의 두 생애를 쓰는 전문 기자다.' 50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노동을 하고, 50년 동안 집안에서 가사노동을 한 부모의 삶은 그렇게 글이 되었고, 기사가 되었고, 모두에게 읽혔습니다.
 
임희정 시민기자와 그의 부모님.
 임희정 시민기자와 그의 부모님.
ⓒ 임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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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비로소 낮고, 초라하고, 힘들었다고만 생각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이 대단하고, 위대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나간 부모의 생을 써내려가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쓰고, 또 쓰고, 계속 쓸 수 있었습니다.

제가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라는 이름 덕분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노동에 대해 글을 쓰면 어김없이 노동을 하는 독자가, 노동의 가치를 아는 독자가 공감의 댓글과 함께 천원, 만원, 응원의 원고료를 주었습니다.

돈을 떠나 또 다른 노동자가, 또 다른 부모가 인정해주고 응원해주고 있다는 증명은 제가 계속 글을 써야 할 가장 큰 동력이 됐습니다. 특별한 사건 사고나 위대한 성공스토리가 아닌, 우리네 사는이야기가 주목받을 수 있는 곳, 오마이뉴스. 덕분에 저희 부모님의 삶 또한 위대한 생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또한 제 글을 함께 고민하고 다듬어 준 이주영, 최은경 편집기자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주요기사]
일흔의 엄마가 보낸 문자 'ㅇㅇㄹㅈ'... 눈물이 났다 http://omn.kr/1j80w
저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 http://omn.kr/1h8pp


육아우울을 이기게 해준 '시민기자'라는 타이틀
- 최다혜 시민기자


절약에 대한 이야기 '최소한의 소비'를 썼습니다. 처음에는 돈 안 쓰는 이야기가 글이 될까 싶었어요. 하지만 제 첫 기사도 남편하고 다툰 일화였답니다. 못난 모습도 글이 되었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와 웃음을 줄 수 있음을 경험했던 차였습니다. 그건 아마 보통 사람 이야기였기 때문일 거예요. 특별하지 않고 소소해서 '내 삶도 괜찮구나'라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요.

하루 식비 1만5000원을 자랑하는 제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극단적인 절약이 아니냐 말하지만, 사실은 보통 사람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통계청에서 2018년 4인가구 3분위 평균 연봉을 보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4562만원. 4인가구 4분위 평균 연봉은 6928만원이었고요. '가구' 소득이니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것 말고, 온 식구 다 힘을 합쳐 번 연봉이란 의미잖아요. 그것도 '세전'이요. 세금을 떼고 나면 실수령액은 더 적은 셈이죠.

이 돈으로 밥도 먹고, 옷도 사고, 아이도 양육하고, 노후 대비까지 해야하는데, 남들은 어떻게 좋은 차, 좋은 집 다 갖추고 사는지 궁금했습니다. 결국 신용카드 할부 혹은 대출로 일군 허상이거나, 자신의 삶 중 가장 그럴듯한 면을 상품과 서비스로 자랑하고 있음을 깨달았어요. 그것도 아니면 상위 20%의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보통'인 체하며 미디어를 돌아다닌 거였어요.
 
최다혜 시민기자.
 최다혜 시민기자.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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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절약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제가 자랑하는 절약은 평범한 우리 살림살이입니다. 하루 식비 1만5000원도, 사교육과 장난감을 줄이고 부모의 손과 발로 양육하는 일도,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튿어진 옷을 꿰매어 입으며, 다리 부러진 빨래 건조대를 테이프로 칭칭감아 창문에 기대어 쓰는 일까지.

이제 우리의 보통 삶을 자학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두가 '쉬쉬' 했던 80%의 삶을 태연자약하게 풀어내는 일을 앞으로도 이어가겠습니다. 못난 게 아니라, 부족한 게 아니라, 당연히 완벽할 수 없는 인간적인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2020년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때로는 저도 위축됩니다. 그럴 때면 부족한 글을 응원해주시는 독자 분들의 댓글과 공감을 읽어요. 같은 별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요.

100일 된 둘째를 안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장 큰 동력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육아우울까지 이겨낼 수 있었어요. 작은 개인의 소소한 실천을 믿어주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주요기사] 
절약을 자랑처럼 기록한 지 3년, 그동안 벌어진 일 http://omn.kr/1k4hq
하루 식비 만원, 극단적 소비의 이유 http://omn.kr/1jzcg

한일관계 불화의 틈을 비집다
- 최우현 시민기자

"일본이요? 음...  의외네요." 일본 연구에 관심이 많다는 내 고백(?)을 접한 주변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반응을 보였다. 다소 겸연쩍었지만 당연한 반응이라고도 생각했다. 사실 작년만 해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은 미국, 중국에 비해 부차적이었다. 한일 관계가 정치적으로 예민해지면 일시적으로 관심이 많아졌다가 잠잠해지면 뉴스의 전면에서 사라지는, 그런 패턴이 유지됐다.
최우현 시민기자
 최우현 시민기자

다만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달랐던 것 같다. 일본발 경제보복이 한국을 엄습했고 경제, 안보, 사회에 전면적인 갈등이 불거졌다. 경제보복이 본격화된 7, 8월은 거의 매일처럼 메인뉴스에 일본 관련 기사가 도배됐다. 일본의 숨은 야심과 의도를 캐내려는 분석기사도 활기를 띠었다.

그러던 차, 고맙게도 오마이뉴스에서 일본 관련 기사를 써달라는 몇 번의 제안을 해주셨다. 나름 일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며 자잘한 기삿거리를 올렸던 전력을 잘 봐주셨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그 덕분에 이슈가 되었던 다양한 한일 관계 현안들을 파고들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회의'의 정체를 파고든 분석 기사였다. 그저 한번 살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의외의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원고 업데이트 시간에 쫓기지 않는 '시민기자'였기에 가능했던 발견이 아니었을까. 어찌됐건 일본에 대한 나의 작은 '관심'이 무엇인가를 알리고 시정하는데 조금의 기여라도 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기사를 잘 살펴주시고 다듬어주신 오마이뉴스 데스크와 담당 김예지 기자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이 배려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일본에 대한 분석 기사를 적어나갈 생각이다. 한일관계가 좋건 나쁘건, 이슈에 휘말리지 않고 말이다.

[주요기사] 
조선일보 일본어판 속 놀라운 표현, '일본통치시대' http://omn.kr/1k2s8
아베가 한국 무너뜨리려는 이유... 일본 뒤집어놓은 고발 http://omn.kr/1l8lh
 

태그:#2월22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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