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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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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처음부터 이재용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고리를 감추려고 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가 선고한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해 5월 5일 금융감독원 감리 결과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재무통' 이아무개 삼성전자 부사장이 주도한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검찰의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 수사에 대비해 삼성바이오와 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관련 자료 일체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회의 결과를 전달받은 양아무개 에피스 상무와 이아무개 부장은 5~7월 사이에 직원들에게 수 차례 '자료를 정리해 압수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또 자료 삭제를 위한 검색 키워드로 '바이오젠, 지분, 콜옵션, 상장, 부회장, 미래전략실, 합병, 지분매입, 경영수첩' 등을 일러줬다.

6월에는 삼성전자 보안선진화TF가 직접 움직였다. 이들은 삼성바이오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VIP, JY, 부회장, 미전실, 사업지원TF, 바이오젠, 지분, 지분매입, 콜옵션, 상장, 나스닥, IPO, 합병' 등 전보다 더 많은 키워드를 알려줘 관련 자료를 확인한 뒤 삭제했다.

여기서 부회장, JY는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한다. 양 상무는 검찰 조사 때 "키워드는 주로 감리 과정에서 언급됐던 내용 중심으로 선정했다"며 "금감원에서 에피스 (나스닥) 상장을 물어봤고, 상장 관련 내용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부분 보고됐기 때문에 지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금감원 감리 때 자주 나왔던 단어들, 관련 내용이 부회장이나 미래전략실에 보고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단어들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아무개 에피스 부장도 "분식회계나 금감원 감리,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 없는 자료는 삭제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진술했다. 모두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과 이재용 부회장의 연결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이재용과 삼성바이오' 감추려고 했지만...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은 처음부터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감추기 위해 삼성바이오 장부를 조작했고, 그로 인해 증거인멸까지 나아갔다는 이야기다.

현재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을 수사 중인 검찰 역시 이 일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의 연관성을 따져보고 있다. 검찰은 또 회계부정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불법 여부 등도 살피는 중이다. 이 모든 사안의 정점에 이재용 부회장이 서있을 가능성이 있다.

19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판결문 등을 언급하며 "'이 부회장이 작은 계열사의 경영 상황에 대해 직접 보고받지 않는다'는 삼성 측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했다. 또 삼성이 승계작업 일환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진행한 뒤 다양한 불법과 편법을 동원했다며 재판부가 대부분 유죄로 판단한 증거인멸·은닉행위들을 "거짓말 대잔치"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이 부회장을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에 관여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고발했다. 삼성물산 합병문제 관련해선 이미 2018년 11월 업무상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들은 "경영권 승계라는 총수의 이해관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기본 질서마저 훼손하는 '법 위의 삼성'을 발본색원하기 위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공동정범으로 추가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2.12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공동정범으로 추가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2.1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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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재용, #삼성,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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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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