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 남짓한 철탑 위에서 올 여름 40도 가까운 열기를 온몸으로 버텨야 했고, 나무도 뽑아버린 강력한 태풍도 견뎌냈다. 이제는 온 세상을 꽁꽁 얼려버릴 추위를 핫팩 하나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님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날들이지만 철탑 아래서 홀로 삼성과 싸울 때보다는 고통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21일(토) 오후 3시 강남역 8번 출구 농성장 앞에서 '고공농성 200일 전에 땅으로' 집중 집회가 있었다. 기온이 내려가고 눈이 내리는 날씨에도 김용희님이 땅으로 내려올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시민들이 함께했다. 두 시간 동안 발언과 공연 그리고 행진이 이어졌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김철주님은 "겨울철 비와 이슬은 너무 고통스럽다. 좁은 공간에서 몸을 펼 수가 없어 근육이 굳고 있다. 고공에서 진동과 밝은 불빛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것은 고문을 당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반올림의 이상수 활동가는 "삼성 노조파괴 범죄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초라한 형량이 아쉽지만, 삼성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소중한 재판 결과이다. 삼성 노동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투쟁 한 소중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했다.
청년광장의 김도형님은 "며칠 전 삼성은 노조설립 방해로 유죄 판결을 받고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올렸는데 당사자인 노동자에게 사과해야 되지 않나?"반문했고 "사과문을 읽어 봤는데 딱 네 줄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친구를 때리고 반성문을 썼을 때도 열 줄은 썼다. 넉 줄 쓰면 선생님에게 혼났다. 이게 반성하는 자세인가?"라고 비판했다.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님은 "연대 투쟁을 하신 분들 고맙고 고맙다. 삼성의 범죄는 이미 밝혀졌다.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받고자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나는 이 싸움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굳은 의지를 밝혔다.
삼성 해고 노동자 이재용 동지는 "낼 모래면 김용희 동지가 철탑에 올라가진 200일이다. 쳐다만 봐도 가슴이 찡하다. 사람을 살리고자 이날까지 함께했다. 동지들도 끝까지 함께 해주길" 당부했다.
나해철 시인은 '불멸의 새'라는 제목으로 삼성 노동자를 위하여 낭송을 하기도 했고, 이수진 님은 사라져가는 많은 것들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날들을 기대하자며 노래로 '사라진다'와 '함께 가지 우리 이 길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이소선 합창단이 '이름'과 '그날이 오면'을 부르며 집회가 마무리되었다.
집회가 끝나고, 시민들은 삼성 본사 앞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김용희, 이재용 해고 노동자를 지금 당장 복직시켜라" "삼성은 지금 당장 해고자 문제 해결하라" "이재용은 감옥으로 김용희는 땅으로"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