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의 아픔과 힘듦을 저희도 잘 몰랐습니다."

0416단원고가족협의회(아래 가족협의회) 관계자의 말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김아무개씨가 지난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남은 가족에게 "갈 때가 된 것 같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동영상을 유서로 남겼다.

30일 오전 현재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의 빈소는 김씨의 유가족들과 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김씨의 장례는 '세월호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트라우마 아직도 심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김모군의 아버지 김모씨가 27일 경기도 화성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빈소는 29일 오전부터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김모군의 아버지 김모씨가 27일 경기도 화성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빈소는 29일 오전부터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 가족협의회 제공

관련사진보기

 
한상철 가족협의회 트라우마분과장은 30일 장례식장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세월호(참사)가 원인이 맞다"며 "고인은 세월호(참사)로 아이를 잃어버리고 그 후로 지금껏 활동을 우리와 같이했다. 그런데 우리도 같이 힘들었기 때문에 그의 아픔과 힘듦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은 활달했고 사람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이었지만 우울증이 심했다고 한다"며 "사고 전날까지 활달했는데 그다음 날 운명을 달리하셨다. 겉으로는 활달했지만 속으로는 혼자 감내하기 힘들었던 게 아닐까"라고 밝혔다.

이어 한상철 분과장은 "실제로 지금도 많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가 빨리 건립됐다면 이분이 유명을 달리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건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현재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한상철 분과장은 "사실 지금 세월호가 잊히고 있지 않나.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 속내를 내비치고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다"며 고충을 말했다.

그는 "친척들도 이제 그만 잊으라고 일상생활을 하라고도 한다. 많은 유가족들이 실제 일상생활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금세 일하던 것도 접고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가족들의 아픔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세월호 유가족인 다른 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해결되지 않은 채 자꾸 늘어지기만 하고 정부나 국회나 피해 가족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김모군의 아버지 김모씨가 27일 경기도 화성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빈소는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경기도지사 이재명, 유은혜 교육부장관, 국회의원 표창원, 박주민 등이 장례식장으로 근조기를 보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김모군의 아버지 김모씨가 27일 경기도 화성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빈소는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경기도지사 이재명, 유은혜 교육부장관, 국회의원 표창원, 박주민 등이 장례식장으로 근조기를 보냈다.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김씨의 아들 김아무개군은 참사 한 달만에 수습됐다. 그는 미수습자인 남현철군과 같은 반(2학년 6반)으로 친한 친구 사이였다. 김씨는 2014년 6월 당시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남현철군의 어머니 박아무개씨의 생일을 챙겨줄 정도로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김씨의 큰아들(24)은 이날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그는 "책임감이 남다른 아버지셨고 그만큼 가족에게 충실하려고 하셨다"는 말을 남겼다. 

김씨는 지난 27일 경기도 화성의 사무실 근처 자가용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씨는 남은 가족들을 위해 지난 2017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경기도 화성시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렸다고 한다. 경찰은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사망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김씨의 발인식은 오는 31일 오전 6시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세월호 희생자들이 묻힌 안산 하늘공원에 안치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트라우마센터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