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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관광청 건물의 석재파편에 희생된 유학생 고 이지현씨 문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앞에서 유가족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스페인 관광청 건물의 석재파편에 희생된 유학생 고 이지현씨 문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앞에서 유가족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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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스페인 정부는 어떻게 했겠나?"

이덕우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열린 '스페인 유학생 고 이지현씨 희생 사건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격분에 찬 목소리로 외친 말이다.

그는 "여기 정부종합청사 벽돌이 떨어져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우리 정부는 당연히 사고의 책임을 지고 해결했을 것"이라면서 "스페인 정부는 입장 바꿔서 스페인 유학생이 여기 광화문을 길을 걷다 사망했다면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하고 행동할지 생각해야 한다. 자연재해 운운하며 책임을 모면할 생각을 하지 말라"라고 일갈했다.

지난 3월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난 이지현씨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후 태풍 때 마드리드 관광청 건물에서 떨어진 15cm 크기의 석재 파편에 맞아 사망했다. 스페인 정부와 마드리드 주정부는 이씨의 죽음을 '자연재해'로 규정해 책임 있는 대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비보를 전해 들은 이씨의 부모가 지난 21일 새벽 급히 스페인으로 출국했지만 36시간 만에 도착한 현장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이씨의 부모는 딸의 시신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직원이) 퇴근했다"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다음날 오전 다시 방문했더니 이번에는 "장례업체를 지정해 와야 얼굴을 볼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씨의 부모는 26일(현지시각) 어렵게 마드리드 주지사 대리를 만나 사건 경위 설명과 공식 사과, 장례 지원 등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씨의 부모는 현재 마드리다 관광청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스페인 관광청 건물의 석재파편에 희생된 유학생 고 이지현씨 문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앞에서 유가족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스페인 관광청 건물의 석재파편에 희생된 유학생 고 이지현씨 문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앞에서 유가족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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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언론과 시민단체가 일어서라"

연대자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인간의 도리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면서 "길을 가다 벽돌에 맞아 지나가던 행인이 사망했다면 그게 인재인지 천재지변인지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태풍이 불어 건물 자재가 떨어져 나간 거다. 상식적으로 볼 때 건물에 하자가 있으니 떨어져 나간 것 아닌가. 그런데 백번 양보해 살펴도 유족이 도착하기 전에 증거물을 치우는 행위는 도대체 무엇인가. 증거인멸 아닌가?"

박 공동대표는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스페인 정부처럼 우리 정부가 행동했다면 우리 시민사회가 먼저 나서서 정부를 규탄했을 것"이라면서 "스페인 시민사회와 언론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가 이 말을 할 때 스페인에서 온 한 언론인이 자신의 카메라에 관련 내용을 온전히 담아냈다.

애초에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지현씨의 대학생 남동생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누나의 죽음 앞에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 그는 "아직은 누나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참석하지 못함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달라"라고 전했다.

유족을 대표해 나온 이지현씨의 삼촌인 이창우씨는 "슬픔에 동참해줘 고맙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지현이 사고 후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마드리드 한인회에서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함께 성탄절도 보내고 침묵시위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드리드 주정부는 지현이가 사고난 현장의 석조물(파편)을 치워버렸다. 이 건물이 대칭형이라 반대편에도 같은 석조물이 있는데 멀쩡한 걸 철거했다. 이게 증거인멸 아니면 무엇인가?"
 

이날 현장에 모인 대책위는 "우리들의 요구는 단순하다"면서 "사건의 경위와 조사보고 내용을 설명해 줄 것, 고인과 유가족, 한국 정부에 스페인 정부와 마드리드 주정부 명의의 공식적인 사과가 이뤄질 것, 유가족의 장례결정에 따라 모든 편의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유족들의 이러한 요구에 스페인 당국은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면서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씨의 유족과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 뒤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에 서한을 전달하며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피해자의 명예로운 장례를 위한 스페인 정부 협조 요청, 마드리드 관광청 건물 부실 관리 책임 규명' 등을 요구했다. 유족과 대책위는 기자회견 뒤 서울 용산구 주한스페인대사관을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태그:#스페인,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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