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8년 1월 9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을 영접하고 있다.
▲ 리선권 맞이하는 조명균 2018년 1월 9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을 영접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추진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온건하고 이성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이라더라."

고위급 군 출신의 북한 이탈주민 A씨는 북한 리선권 신임 외무상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A씨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에서 리 외무상과 함께 일한 친척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군 출신 북한 이탈주민 B씨는 "직접 리선권을 만난 적이 있는데, 덩치도 크고 기운이 남달라 남자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북한에서) 일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났다"라고 리 외무상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 리선권 전 조평통 위원장이 23일 신임 외무상에 오른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대남 업무를 총괄해온 그가 북한의 외교 정책과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를 맡게 된 것이다.

평양 남산고등중학교와 평양외국어대학(영어과)을 나온 정통 외교관 출신인 리용호 전 외무상과는 달리 리 신임 외무상은 외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없다. 북한 '정통 외교 라인'에 속하지 않는 인물인 셈이다. 이번 인사가 '이례적', '파격'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리 외무상이 군사 분야 회담을 통해 외부에 얼굴을 내밀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27여 차례 남북 간 회담·실무접촉에 참여했다. 그는 2006년 10월 제28차 남북군사 실무회담을 시작으로 이듬해 5월 제5·6·7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도 나왔다. 당시 리 외무상은 북측 대표단 중 한 명에 불과했다.

2007년 군사회담에서 리 외무상과 마주했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때 북측 단장은 김영철이었다. 리선권은 테이블 끝에 앉아 있었고 회담 내내 별로 말도 없었다. 우직한 돌쇠 스타일 같았다"라고 기억했다.

리 외무상은 2010년 3월 인민군 대좌(우리의 대령)로 승진했다. 이후 2014년까지 군사실무회담부터 군사당국자 접촉, 남북 고위급접촉 등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

특히 2018년 이후 자주 얼굴을 드러냈다. 2018년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렸고 리 외무상은 북측 대표를 맡았다. 당시 그의 카운터파트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었다.

리선권 외무상은 2018년 2월 초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과 함께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과 폐막식에도 함께 자리했다.

북한에서도 특이한 '초고속 승진'... '막말' 논란도

리 외무상을 따라다니는 말 중의 하나는 '초고속 승진'이다. 2010년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실무접촉 북측 수석대표였던 그가 조평통 위원장으로 임명돼 남북대화의 전면에 나서는 데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서도 리선권은 특이한 경우라고 들었다. 승진이 정말 빨랐다고 하더라"라며 "새벽 2~3시까지 일하며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아랫사람을 호출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고생한다더라"라며 내부 평판을 전하기도 했다.

그를 설명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를 빼고는 '누구의 사람 혹은 측근'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리 외무상은 '김영철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리 외무상은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군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김 부위원장과 함께 남북군사회담에 참여했다. 2016년 김 부위원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했을 때, 리 외무상도 조평통 위원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위원장과 리 외무상이 함께 대남사업을 주도한 것이다.

대남사업을 맡은 리 외무상은 전보다 자주 남측과 접촉했다. 이 때문에 그의 '직설적 화법'은 종종 논란이 됐다.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 때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는 말을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같은 해 10.4 선언 11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방북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에게 "배 나온 사람한테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라고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군 고위급 출신 이탈주민의 해석은 좀 다르다. 앞서 언급한 A씨는 "북에서도 군부 출신들은 말이 세다"라며 "리선권의 냉면 발언을 들었을 때 '자기 딴에는 유머를 했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 북한에서는 더 센 표현도 많이 쓴다"라고 말했다.

리 신임 외무상은 한때 숙청에 준하는 조치를 받았다는 말이 돌았다.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와 남북 외교를 주도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당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내놓고, 리 외무상도 지방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공개석상에서 리 외무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8개월여 만인 지난 2019년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석한 장면이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티비>에 보도됐다.

리 신임 외무상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알려진 바는 없다. 일각에서는 그의 임명을 북한이 '북미 대화를 닫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미협상은 여전히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은 제1부상의 권한이 더 크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역시 "대미 협상라인이 바뀌는 건 아니다. 북미협상 실권은 최선희에게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그:#리선권, #외무상, #북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