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녀석들> 5주년 기자간담회 현장

<맛있는 녀석들> 5주년 기자간담회 현장 ⓒ 연합뉴스


2015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코미디TV 예능 <맛있는 녀석들>(아래 <맛녀석>)이 벌써 5주년을 넘겼다. 어지간한 시즌제 예능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프로그램 수명이 짧아진 최근 방송가에서 <맛녀석>은 보기드물게 성공한 장수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맛녀석>이 처음 전파를 타던 시점은 먹방을 비롯한 음식 예능이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전성기였다. 초기만 하더라도 <맛녀석>은 매주 유명한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흔한 먹방 프로그램들과 큰 차이가 없었고, 후발주자로서 사실상 아류라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맛녀석>은 수많은 음식예능들이 트렌드에 밀려 명멸하는 과정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았다. 음식이라는 소재로 따지면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같은 백종원표 예능도 건재하지만, 오로지 순수하게 '먹방' 본연의 재미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은 이제 <맛녀석>이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화제성이나 팬덤이 두터운 '핫한 예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지도는 역대 음식예능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TV를 보는 사람치고 채널을 돌리다가 <맛녀석>을 한 번쯤 보지않는 시청자가 없다고 할 만큼 엄청난 재방 횟수 때문이다. 그만큼 언제 어떤 시간대에 누구를 시청층으로 감안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프로그램의 대중적 접근성이 높다는 것은 <맛녀석>의 최대 강점이다.

무엇보다 <맛녀석>의 장수 비결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먹방의 정석'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다는 데 있다. <맛녀석>의 주인공인 '뚱보 4인방'은 그 어떤 먹방 프로그램 출연자들보다도 '잘 먹고', '맛있게 먹고', '즐겁게 먹는다.' 말로 하긴 쉽지만 실제로 구현하기에는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

많이 먹는다고 모두 맛있게 먹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만 맛있게 즐긴다고 시청자들이 그 맛에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먹방의 매력이 결국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것이라고 했을 때,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양도 중요하고, 더 맛있는 음식을 판별해낼 수 있는 질적인 미각도 필요하며,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음식을 좀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전달해줄 수 있는 다채로운 표현력까지 갖춰야한다.

프로그램 첫 회부터 5년간 함께해오고 있는 주역 4인방(유민상, 김준현, 문세윤, 김민경)은 지금봐도 '대체 어디서 이런 조합을 생각해냈을까' 싶을 만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유민상이 주로 초딩입맛에 철없는 맏형의 포지션을 담당한다면, 실질적인 MC라고 할 수 있는 김준현은 먹방에 대한 각종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표현력이 돋보인다. 문세윤은 탄수화물 마니아이자 깐족거리는 막내 캐릭터로 어떤 멤버와 묶여도 '케미'를 뽑아내는 능력이 탁월하고, 홍일점인 김민경은 여성의 입맛을 대변하면서 짓궂은 남성 희극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상황을 정리하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누나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다른 장르의 예능들도 멤버 변동없이 수년간 한 프로그램에서 안정적으로 호흡을 이어가기란 결코 쉽지않다. 이들 모두가 방송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음식을 좋아하는 미식가이자 대식가라는 '진정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뚱4'라는 애칭으로 한묶음처럼 불리지만, 실제로는 음식취향이나 캐릭터가 겹치지 않아서 오히려 각자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는 것도 <맛녀석>만의 팀워크다.

이들 모두 희극인이라는 같은 분야에 종사하며 서로 친분이 있고 기본적인 예능감을 탑재했다는 것도 기존 먹방 프로그램에 비하여 유리했던 부분이다. 단순한 포맷상 아무리 가공할 먹방이라도 반복되는 패턴에 익숙해지면 시청자들이 금방 싫증을 느낄수 있다. 뚱4는 먹방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재치있는 만담과 상황극으로 프로그램의 여백을 채운다. 게스트가 간혹 출연할때도 있지만 <맛녀석>은 대체로 뚱4 중심으로 이들의 캐릭터를 살리는 데 집중할 때 가장 재미를 뽑아내는 프로그램이다.

먹방 자체만 놓고보면 최근의 트렌드는 정규 방송프로그램보다는 개인 유투브나 SNS로 주도권이 넘어간 지 오래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하여 자극적이거나 무리한 연출이 많다는 것이 부작용이다. 그에 비하여 <맛녀석>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볼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맛녀석>은 음식으로 비교하자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복이 없는 엄마의 손맛 같은 프로그램이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음식의 종류나 출연 게스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수 있는 다른 음식예능에 비하여, 특정한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먹방의 대리만족으로, 설령 음식을 좋아하지않아도 뚱4의 입담과 상황극을 보는 재미로 얼마든지 프로그램을 즐길수 있다. 출연자들의 개그나 발언도 보는 이들을 부담스럽게 하지않는 적절한 수위를 유지한다. 그 어떤 예능보다도 시청층이 넓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방영 초창기에 비하여 이제는 맛집 소개나 먹는 양을 강조하기보다 출연자들이 음식을 얼마나 다양하게 즐기는지 과정과 방식에 초점을 맞추면서 <맛녀석>은 장수 예능이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의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가고 있다. 심지어 혼밥족들에게는 TV에서 <맛녀석>을 틀어놓고 음식을 즐기면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는 듯한 친근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억지스럽고 자극적인 예능이 넘쳐나는 최근의 방송가에서 <맛녀석>은 '단순함과 진정성'의 미학만으로도 얼마든지 장수할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언제든 TV만 틀면 만날 수 있는 편안한 동네 친구같은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맛녀석>이 없는 먹방 예능을 상상할수 없는 이유다.
 
맛있는녀석들 뚱4 음식예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