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방법>의 한 장면.

드라마 <방법>의 한 장면. ⓒ tvN

 
지난 10일 첫선을 보인 tvN 드라마 <방법>, 제목부터 생소한데 악령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물인 오컬트 스릴러다. 인류가 존재한 이래 저주는 그 역사를 인류와 함께 해왔다고 소개하는 이 드라마는 주술을 소재로 삼고 있다.

1화 마지막, <중진일보>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 분)는 자신이 취재하던 포레스트 내부 고발자에 대해 누명을 씌운 기사로 죽게 만든 같은 신문사 선배 김주환 부장을 찾아가 항의한다. 임 기자의 항의는 강압적이고도 폭력적인 김 부장의 겁박으로 인해 좌절되고, 분한 임 기자는  스스로 방법사라 자처한 백소진(정지소 분)을 찾아간다. 

백소진은 포레스트 기업 진종현 회장에 악귀가 씌었으니 '방법'만이 그를 대항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당연히 헛소리로 취급했지만, 김주환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임 기자는 백소진을 시험해 볼 겸 김주환에 대한 '방법'을 허락한다. 반신반의한 임 기자를 비웃기라도 하듯 김주환은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것도 기괴한 모습으로.

이렇게 드라마 <방법>은 저주의 마음을 지펴서 해를 가하는 주술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 서막부터 극단적이다. 

방법할 수밖에 없는 사회악

드라마는 그 극단의 이유를 설득하기 위해 그런 방식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한다. 우선 스스로 방법사라 자처한 백소진은 과거부터 진종현 회장에 대한 복수심을 키워온 인물. 드라마는 백소진 개인사에 머물지 않고 포레스트라는 기업의 비리와 범죄 행위를 쌓아 간다. 그 진실을 파헤치려는 임진희 기자 역시 정공법을 쓰지만 막히거나 겁박 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두 인물, 그리고 이런 상황 설정은 정상적 방법으로 해결될 게 아님을 암시한다. 백소진을 통해 방법, 즉 주술의 불가피함을 시청자들에게 설득하는 셈이다. 사회적으로 부패한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이 언론 등을 마음껏 좌지우지하는 전횡, 거기에 내부 고발자를 죽음에 이르도록 만드는 잔인성을 강조한다. 부도덕한 자본에 악귀까지 끼었다는 설정은 덤이다. 

 
 드라마 <방법>의 포스터.

드라마 <방법>의 포스터. ⓒ tvN

 
'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상황이다. 결국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원보원(원한은 원한으로 갚는다)의 방식으로 '방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드라마는 영화 <부산행> <사이비> <염력> 등 오컬트 장르에서 독보적인 연상호 감독이 작가로 나선 작품이다. <손 The Guest>처럼 채널 OCN이 더 어울려 보이기도 하는데 tvN의 실험 정신으로 파격 편성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제 시작인데 딜레마도 존재한다. 12부작으로 간결하고 명쾌하게 풀어가겠다는 포부에도 불구하고, 1부에서 펼쳐진 장황한 전사와 사건 전개는 과연 간결함과 어울리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그런 아쉬움이 2부에서 일부 상쇄되긴 했지만 여전히 악한 존재에게 저주를 걸어 싸우는 방식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진 않는다.

김주환 부장이 아무리 부도덕하고 폭력적인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가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야 할 것인가, 미필적 고의의 살인 교사를 한 임 기자가 과연 윤리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가 등의 질문이 남는다. <방법>이 품고 있는 가장 무거운 숙제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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