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글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홈페이지(http://jkl123.com/)에 실린 글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설 연휴를 포함해 2주 연속 아파트값이 하락한 강남 3구는 매수·매도자 간 눈치 보기로 대체로 관망세가 우세했다. 사진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설 연휴를 포함해 2주 연속 아파트값이 하락한 강남 3구는 매수·매도자 간 눈치 보기로 대체로 관망세가 우세했다. 사진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머리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여러 차례의 고강도 대책을 연이어 선보였다. 그러나 한 번 붙은 집값 폭등의 불길은 더욱 맹렬하게 치솟아, 역대 정부 중 가장 큰 폭의 집값 상승을 일으킨 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선호지역의 집값은 불과 2년 사이에 50% 이상 치솟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폭이 무려 100%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잘못한 부분의 하나로 늘 지적되는 것이 바로 집값 안정의 실패다.

한 가지 역설적인 사실은 공공연하게 주택 투기를 부추겼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의 집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그때의 부동산 정책이 현 정부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았다는 오해를 하기 십상이다. 물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안정에 실패한 점에서는 크게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집값을 안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실패한 것과 대놓고 집값 상승을 부추겼던 것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비교의 대상이 될 자격조차 없다고 본다.

모두가 잘 알 듯, 노무현 정부 시절 천장을 모르고 뛰어 오르던 집값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현저한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허황된 공약으로 집권하게 된 이명박 정부로서는 집값 안정이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집값이 계속 뛰어 오르고 이를 통해 건설경기가 열기를 띠어야만 성장률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줄줄이 풀어나가는 당시의 정부에 대해 나는 여러 번 경고음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성장률 높이기에만 혈안이 된 그 정부는 위험한 불장난을 멈출 줄 몰랐다.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여기서 한 술 더 떠 아예 빚내서 집 사라고 사람들의 등을 떠밀었다. 대출조건을 엄청나게 완화해 누구라도 빚내서 주택 투기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우리 사회에서 '갭 투자'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였다. 어느 누구든 주변에서 갭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이런 투기판을 깔아 주었는데 투기의 광풍이 불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두 정권에 걸친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투기의 바람은 통제불능의 수준으로 거세지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의 상황이었고, 따라서 이 투기의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강력한 선제적 조처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었다. 국민에게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이 투기 조장에서 투기 억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야만 했는데, 매번 발표되는 대책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 것들뿐이었다. 입으로는 집값과의 전쟁을 외쳤지만, 막상 투기의 광풍을 일거에 잠재울 강력한 펀치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현실 인식에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은 주택 투기의 꽃길을 깔아주고 있는 역할을 하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이하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그대로 방치했다는 사실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이 말도 안 되는 투기조장 정책을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처넣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것을 그냥 답습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특혜를 한층 더 늘리는 역주행을 하고 말았다.

임대사업자 등록제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문제점 이외에도 많은 효율성과 공평성상의 문제점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적폐라고 말할 수 있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재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소득세에 걸친 엄청난 세제상의 특혜를 제공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공평과세의 원칙과 어긋난다. 우리 사회의 어느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도 이와 같은 백화점식의 세제상 특혜를 누리지 못한다. 주택을 사재기 해놓은 부자들에게 이런 특혜를 베푸는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길 가는 사람을 붙잡아 묻고 싶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세제상의 특혜는 돈의 흐름을 비생산적인 주택 임대업 쪽으로 돌림으로써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빚는다. 주택 임대업이란, 이미 지어진 집을 사서 남에게 빌려 줌으로써 수입을 얻는다는 점에서 그리 생산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부동자금이 모두 이쪽으로 몰려 가면 생산적인 투자에 사용될 자금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임대사업자 등록제는 이처럼 돈의 흐름을 비생산적인 투자로 돌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임대사업자 등록제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실패한 데 있다고 본다. 보유세 강화를 부동산 투기 억제책의 핵심의제로 설정해 놓았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존재가 보유세 강화의 실제 효과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비유를 들어 말하자면 현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제라는 엄청나게 큰 구멍(loophole)이 뚫려 있는 그물로 부동산 투기라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식이다. 정작 큰 물고기는 유유히 그 구멍을 빠져 나가는데 어느 세월에 고기 바구니가 가득 차기를 기다릴 수 있을까?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실상

사실 '임대사업자 등록제'라는 것이 어떤 정책 혹은 조처의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다.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에게 각종 세제상 특혜를 제공하고 있는데, 바로 이를 가리켜 마치 하나의 정책인 양 임의로 임대사업자 등록제라고 부른 것이다. 다시 말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갖가지 세제상 특혜의 패키지에 임대사업자 등록제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임대사업자 등록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그것이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부동산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닌 한 우리 국민 중 이 제도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런 제도가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렇게 관심의 사각지대 안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숱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 이 제도가 국민과 정치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되어 왔을 것이라 고 생각한다.

정확한 실태의 확인을 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상 혜택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온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는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전월세시장을 안정화시킨다는 명목으로 2010년 8월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그 이후 2011년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자들에게 각종 세금혜택을 주는 '전월세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세제상 특혜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정도의 파격적인 수준으로 뛰어오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2월에 발표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었다. 그 조처와 더불어 도입된 임대사업자에 대한 조세상 특혜는 마치 특혜의 백화점과도 같은 인상을 줄 정도로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 방안이 나올 즈음 집값이 주춤한 상황에서 더 이상 상승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임대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월한 입장을 차지한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함으로써 임차인을 어려운 처지로 몰아넣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의 정부는 임대주택의 지속가능한 공급체계 구축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고, 이 목표의 구체적 실행 방안 몇 개를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의 활성화였다. 즉 민간의 다주택 소유자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도록 유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 [표1] 주택임대사업자 면제, 감면, 비과세 혜택 
ⓒ 이준구

관련사진보기

 
이를 위해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각종 세제 및 금융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도입된 주요한 혜택 중 하나는 (전용면적) 40~60제곱미터 주택의 경우 재산세 감면율을 50%에서 75%로 높이는 한편, 60~85제곱미터 주택의 경우는 25%에서 50%로 올린다는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소득세 감면율을 20%에서 30%로 높이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임대기간 중에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한 양도세 면제 조항을 새로 도입했다.

이전부터 존재해오던 임대사업자에 대한 조세상 특혜에 이와 같은 추가적 특혜가 더해진 결과 2018 년 3월 이전에 등록을 마친 임대사업자는 <표 1>에서 보는 것과 같은 다양한 세제상 특혜를 받게 되었다. 표에 제시된 이 특혜의 파노라마를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어지러울 지경인데, 정신을 차리고 하나씩 찬찬히 따져 보기로 하자. 워낙 많은 세목에 걸쳐 특혜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교통정리를 한다는 차원에서 번호를 붙여 순서대로 설명하기로 한다.

① 재산세

우선 재산세를 보면 주택규모별로 재산세가 50%에서 100%에 이르는 비율로 감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용면적 40제곱미터 이하의 초소형주택을 임대해 주는 경우에는 재산세가 100% 감면될 정도로 엄청난 혜택이 주어진다는 말이다. 1주택 소유자도 빠짐없이 과세의 대상이 되는 재산세가 수십 수백 채의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파격적인 감면혜택이 제공된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② 양도소득세

주택 투기자가 제일 껄끄럽게 생각하는 세금 중 하나가 바로 양도소득세인데, 이 경우에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만 하면 커다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일정한 조건을 갖춘 임대사업자의 경우 자신이 거주한 주택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임대된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장기 보유 특별공제 조항에 따라 최대 70%에 이르는 공제 혜택이 함께 제공된다. 양도차익 중 이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니 그 혜택의 규모는 매우 큰 것이 분명하다.

이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최대 70%의 특별공제가 실제로 얼마나 큰 혜택을 의미하는지 좀 더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세 가지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각 경우의 양도소득세 납부액을 계산해 보았다. 7억원을 지불하고 구입한 주택을 10년 동안 보유한 후 16억원에 매각했다고 할 때, 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따라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가 각각 얼마인지를 계산해본 것이다. 세 가지 가상의 상황이란 소유주가 1가구 1주택자인 경우, (조정대상지역 안의) 2주택자인 경우, 그리고 임대사업자인 경우 세 가지를 뜻한다.

계산 결과를 보면, 그 주택을 보유함으로써 9억원의 양도차익을 실현했는데 소유주가 누구냐에 따라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1가구 1주택자가 내야 할 양도소 득세액은 1억 3,527만원으로 계산되어 나온다. 조정지역 안의 2주택자는 양도소득세 10% 중과가 적용 되는데, 이것은 기본세율 42%에 10% 포인트의 세율이 더해져 52%의 세율이 적용됨을 뜻한다. 이렇게 계산된 양도소득세는 4억 3,130만원이나 되어 매우 무거운 세금 부담을 지게 된다. 3주택 이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20% 중과의 대상이 되므로 양도소득세 부담은 한층 더 무거워진다.

그러나 조정지역 안의 2주택자라 할지라도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경우에는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가 고작 8,225만원에 지나지 않는다(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임대소득자가 거주하는 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 데서 오는 혜택을 고려하면 양도소득세의 실질적 부담은 훨씬 더 작아짐을 알 수 있다). 2주택자라는 똑같은 상황인데 단지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양도소득세 납부액이 거의 네 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더욱 믿기 힘든 결과는 임대 사업자가 내는 양도소득세가 심지어 1가구 1주택자보다도 더 작다는 사실이다. 임대사업자가 부동산 투기와는 담을 쌓고 사는 1가구 1주택자보다 더 우대를 받는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③ 종합소득세

임대사업자가 양도소득세의 측면에서 받는 특혜도 어마어마한 것이지만, 종합소득세의 측면에서 받는 특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표 1>에서 보는 것처럼,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임대사업자가 보유하는 (임대용)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완벽하게 제외된다. 일반인이라면 9억원을 넘는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사람이 보유하는 수십, 수백 채의 주택에는 종합부동산세가 한 푼도 과세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임대사업자에게 종합부동산세가 과세된다면 오직 그가 살고 있는 집 한 채만이 과세 대상이 될 뿐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보유세 중과다. 다주택 보유자에게 무거운 세금 부담을 안김으로써 투자용으로 사재기한 주택을 팔지 않으면 안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본다는 말이다. 그러나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존재는 종합부동산세제에 이렇게 큰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고 있다. 수백 채의 주택을 갖고 있어도 종합부동산세 걱정을 손톱만큼 할 필요가 없게끔 만들어준 것이다.   

④ 소득세

마지막으로 소득세상의 특혜가 제공되는데, 표에서 볼 수 있듯 장기임대를 해주는 경우에는 무려 75%까지 감면해 주는 파격적인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어떤 종류의 소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특혜라고 말할 수 있는데, 과연 어떤 근거에서 유독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그런 특혜를 제공해 주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중·저소득층 근로소득자의 유리지갑에서 소득세를 꼬박꼬박 빼가는 정부가 부유층 임대사업자에게는 그런 특혜를 주는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이상에서 설명한 네 가지 세목과 관련된 혜택 이외에도 임대사업자에게는 건강보험료가 최고 80%까지 감면되는 혜택이 제공된다.)

이것이 바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의 실상이다. 임대사업자에게 아낌없이 퍼부어주는 이런 백화점식 세제상 특혜는 우리 사회의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허용되지 않는 특권 중의 특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간의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이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정부가 입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 이런 핵폭탄급 투기조장 정책을 그대로 놓아두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47만 명의 임대사업자가 150만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2019년 9월 19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가장 주택을 많이 보유한 임대사업자가 600채에 이르는 주택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상위 30명의 임대사업자가 1만 1,229채를 등록해 1인당 평균 367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가 제공하는 특혜 덕분에 거의 아무런 세금도 내지 않고 수백 채의 주택을 마음대로 사재기해 놓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제는 과연 임대차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이런 세제상 특혜가 과연 어떤 이유로 도입되었을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내건 가장 큰 명분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것이었다. 즉 전월세가가 급격히 올라 무주택 서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임대가격 안정을 이루겠다는 발상이 그 밑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바로 뒤에 설명하겠지만 정부는 이 이외에도 몇 가지 추가적 제도 도입의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요성의 측면에서 볼 때 임대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명분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우리 사회의 임대주택 총공급량은 단기적으로 일정 수준에 고정되어 있으며 어떤 정책을 쓴다 하더라도 이를 늘릴 수 없다. 쉽게 설명하자면, 임대주택 총공급량은 전체 주택재고에서 소유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수를 뺀 것과 대략적으로 같다.

예컨대 우리나라에 총 2천만 채의 주택이 있는데, 그 중 소유주가 거주하는 주택 수가 1천 5백만 채라고 하자. 이 둘 사이의 차이인 5백만 채는 다주택 소유자들이 추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숫자인데, 바로 이것이 임대주택의 총공급량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임대주택의 공급량이 일정 수준에 고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주택이 새로 건설됨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만약 현재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세제상 특혜가 모두 폐지된다고 하면 임대주택 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할까? 나는 절대로 아니라고 믿는데, 다음과 같은 예를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 5채를 사재기한 김씨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그 중 한 채에서 거주하고 나머지 4채를 남에게 임대해 주고 있을 것이다. 별난 취미가 있어 다섯 채의 집에 돌아가면서 하루씩 사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런 별난 취미를 갖는 사람은 극소수일 테니 무시해도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김씨의 임대주택 공급량은 어떤 상황에서도 4채로 고정되어 있는 셈이다. 즉 조세상의 어마어마한 특혜가 주어지는 경우에도, 그 반대로 아무런 특혜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4채의 임대주택 공급량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특혜가 전면 폐지될 경우 이에 불만을 품은 그가 임대해 주던 주택을 거둬들여 빈 집 상태로 만들 가능성은 있지만,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자신에게도 손해가 될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모든 임대사업자가 김씨와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므로, 우리 사회 임대주택 총공급량은 단기에서 고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어불성설임에 한 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한 당시의 정책담당자들은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과연 무지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남이 모르는 속내가 있었는지 몰라도, 나는 이 제도야말로 우리 부동산정책에서 가장 큰 오점을 찍어야 할 실패작이라고 믿는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약간의 부담을 안기는 듯한 제스추어를 썼다. 예를 들면 임대료의 연간 상승률이 5%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규제를 통해 세입자들이 과도한 임대료 부담을 안게 되는 결과를 막자는 것인데, 과연 임대사업자들이 이것으로 인해 이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일까? 요즈음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겨도 고작 1%대의 이자로 만족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료를 매년 5%씩 올릴 수 있다면 이것은 무지하게 수지맞는 장사가 아닐까? 현실과 동떨어진 공직자들의 탁상공론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내기 일쑤다.

또한 정부가 제도 도입의 배경으로 내건 명분 중에는 단기적 갭투자를 막고 장기임대를 유도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극성을 부린 갭투자가 집값 급등의 주요인이었다는 사실은 부정 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택을 사재기해 놓고 집값 상승을 기대하면서 계속 임대를 해주는 사람이 집값에 미친 영향도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집값 상승구조의 튼튼한 기반을 만들어 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갭투자를 막아 집값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필요하다는 논리 또한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공리공론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임대사업자에게 엄청난 세제상 특혜를 줌으로써 임대차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임대차시장의 문제에 이렇다 할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지도 못하면서 그런 천문학적 스케일의 세제상 특혜를 퍼부어 준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확한 정책 실패다. 신문 기사를 보면 임대차시장에 약간의 호전이 있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언제나 잠깐만의 효과에 그쳤고 임차인이 겪는 어려움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논의한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제 정당화의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즉 임대소득 과세 정상화를 위해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동안 지하에 숨겨져 왔던 임대소득을 양성화하기 위해서 모든 임대사업자가 정식으로 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임대소득 과세 정상화를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일일까? 임대소득 과세를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등록을 유도하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세제상 혜택을 줘야 한다는 논리에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나는 손톱만큼도 설득력이 없는 논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 보유 현황은 완전한 전산화가 이루어져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단 한 사람의 임대사업자도 과세 대상에서 빠질 수 없다고 한다. 각 개인이 주택 몇 채를 보유하고 있고 그 중 몇 채를 임대해 주고 있는지를 정부가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미등록 임대사업자에게 과세하는 일은 누워서 식은 죽 먹기 식으로 쉬운 일이라는 말이다. 구태여 등록을 하라고 유도할 필요도 없고 반대급부로 막대한 세제상 혜택을 줘야 할 이유는 더욱 더 없다.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손익계산서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임대사업자 등록제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거의 0에 가깝다. 그러나 이 제도의 유지를 위해 우리 사회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천문학적 스케일의 세제상 특혜는 고스란히 다른 사람들의 조세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가난한 서민들에게 거둔 세금을 집을 몇 채씩 사재기 해놓은 부자 임대사업자의 조세부담 경감을 위해 쓰는 셈이 된다. 누가 이것을 가리켜 '공정과세'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공정성이 바람직한 조세제도의 제 1조건인데, 임대사업자 등록제는 바로 이 제1조건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 [표2] 10억원 소유자가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경우와 제조업을 할 경우의 세금 비교 
ⓒ 이준구

관련사진보기

 
또한 이 제도는 다른 종류의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비해 주택 임대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편파적인 우대를 함으로써 공정과세의 기반을 허물고 있다.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갖가지 세제상 특혜가 다른 종류의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이다. <표 2>는 가상적인 두 가지 투자의 상황을 설정하고 양자의 세금 부담을 비교한 결과를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10억원을 투자 자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제조업에 투자했을 경우 부담해야 할 세금의 총액은 35억 4,595만원으로 나타나 있다. 반면에 그 돈을 주택임대사업에 투자했을 경우 부담해야 할 세금의 총액은 3억 6,242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제조업자는 주택임대사업자에 비해 무려 10배에 가까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 표를 만들 때 설정한 가상적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수치에 어느 정도의 변동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에게 편파적인 세제상 특혜가 돌아간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왜 제조업자를 박대하고 임대사업자를 우대해 줘야 할까? 내 상식으로는 그 정반대가 더 맞는 것 같은데, 왜 정부는 임대사업자를 편애하고 있을까? 무슨 큰 애국이나 한다고 임대사업자들에게 이런 분에 넘치는 보상을 해주는 것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제도를 만든 정책담당자들뿐일 것이다. 세금에 관한 연구를 하는 재정학 전공자로서 그들의 답이 과연 무엇일지 궁금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갖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그것이 부동산 투기에 꽃길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나름대로 비용-편익분석을 하고, 편익이 비용보다 더 크다고 판단될 때 그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주택 투기를 하는 사람도 똑같아서 투기에서 나오는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 실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주택 투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편익이 엄청나게 큰데 비용은 거의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다는 것을 뜻한다.

주택 투기에서 오는 편익, 즉 이득은 누구라도 잘 알 듯 여기서 얻은 거래차익이다. 지금처럼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편익은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투기억제 규제를 강화하자 비조정대상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투기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예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모두가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 투기가 성행하고 그 결과 집값이 실제로 뛰어 오르는 자기 실현적 예측(self-fulfilling prophecy)을 보게 된다.

이 상황에서 주택 투기를 막는 유일한 수단은 이에 따르는 비용을 높이는 것밖에 없다.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더욱 결정적인 한방은 주택 보유와 관련한 조세부담을 무겁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만 하면 집을 몇 채나 갖는지와 상관없이 조세부담이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인 것이 현실이다. 차익을 노리고 주택을 몇 채씩 사재기를 한 사람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일 것이다. 그러나 10년 이상 장기보유를 할 경우 양도소득세는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고 종합부동산세는 아예 신경 쓸 필요조차 없다.

더군다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집을 가진 사람이면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재산세 경감의 혜택까지 받는다. 최저 50%의 감면을 받고, 40제곱미터 이하 초소형 주택의 경우에는 감면율이 100%에 이른다. 집을 수십 채, 수백 채를 사재기 한다 해도 도대체 무슨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초저금리 상황으로 인해 금리 부담도 아주 적은 데다가 세금 부담마저 이렇게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니 주택 투기는 너무나도 수지맞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가 주택 투기에 꽃길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말에 한 점 틀림이 없는 것이다. 

임대사업자를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어불성설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임대사업자는 정부가 설정한 게임의 규칙을 충실히 따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사람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런 게임의 규칙을 통해 주택 투기의 꽃길을 깔아준 정부에 있는 것이지, 임대사업자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임대사업자에게 손가락질을 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정부에 비판의 화살을 겨눠야 한다. 

그런데 임대사업자의 투자 대상이 되려면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와 기준시가 6억원 이하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고가의 대형 주택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뜻인데, 어떤 의도에서 이런 제한조치가 나왔는지 몰라도 이로 인해 집 없는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는 결과가 빚어졌다. 왜냐하면 기준을 충족하는 소형 주택 쪽으로 투기가 몰리게 되어 이런 주택의 가격을 더 큰 폭으로 오르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표 1>을 보면 세제상 특혜는 초소형 주택이라 할 수 있는 40제곱미터 이하 주택의 경우에서 최대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야 할 집을 가장 좋은 투기 대상으로 만들어 그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최근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자 정부는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이것으로도 효과가 없으면 보유세를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엄포로 투기 진정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보유세 강화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더 크게 만드는 데 있다. 정부의 전략은 다주택자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못 견뎌 보유 주택을 매물로 내놓고 그 결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47만 명에 이르는 임대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150만 채의 주택은 고스란히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작년도의 종합부동산세 납부자는 대략 60만 명 정도다. 그런데 47만 명이나 되는 임대사업자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아무리 높여도 눈썹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안전지대에서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종합부동산 세율을 올려야 한다" - "아니다"로 온 사회가 시끄러워져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미소 짓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보유와 관련된 세금 부담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보유 주택을 서둘러 팔려고 내놓을 이유가 전혀 없다. 집값이 올라가면 추가적인 상승으로 더 큰 가래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기다릴 것이며, 집값이 내려가면 다시 올라갈 때를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것과 관련된 기회비용이 거의 0에 가까운 상황에서는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우월전략이다. 보유세를 강화할 테니 다주택자는 빨리 살지 않는 주택을 매물로 내놓으라는 정부의 엄포는 한낱 헛된 위협(empty threat)에 불과할 뿐이 다.

주택시장에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지고 그 결과 집값이 예전의 수준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임대사업자들이 보유 주택을 처분하기로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밖에 없다. 그렇게 하려면 그들에게 제공되던 세제상 특혜를 모두 거둬들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그들이 보유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리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종합부동산세의 사각지대인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없애지 못하는 한 보유세 강화로 집값 안정을 이루겠다는 것은 이루어지지 못할 꿈에 지나 지 않는다.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세제상 특혜를 거둬들이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표 1>에서 보듯 대부분의 특혜조치가 시행령에 의해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던 특혜가 회수불가능한 기본권의 성격을 갖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정부가 정책상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제공한 특혜는 상황에 따라 어느 때든 회수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임대사업자의 기득권을 보호해 줘야 한다는 논리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문재인 정부 : 초기의 역주행, 뒤늦은 반성, 그리고 미완의 과제
 
지난 2019년 12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기 위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현준 국세청장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기 위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현준 국세청장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임대사업자에게 엄청난 특혜를 준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보수적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조금이라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면 부작용에 신경 쓰지 않고 어느 정책이든 과감하게 채택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든 간에 침체된 부동산 경기에 열기를 불어넣고 그 결과 건설 경기도 활성화되기를 기대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미분양 아파트가 만들어져 골치가 아플 때였다.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기로 결정한 데는 이런 사정이 매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미분양 주택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고 임대사업자 등록제라는 두루뭉술한 틀에 넣어 그 정책을 출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정부가 제시한 이 제도의 여러 가지 장점들이 실제로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만약 미분양 아파트가 문제였고 그것의 해결을 위해 응급조치가 필요했다면 나도 어느 정도 수긍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주택 보유와 관련된 거의 모든 세금을 면제 혹은 감면해줄 정도의 강수가 필요했는지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해야 할 문제다. 설사 한시적으로 그런 특혜조치를 도입한다 해도 시급한 상황이 지나가면 철회하는 일몰제의 형식을 도입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특혜조치는 일몰제 가 아닌 항구적인 조치의 성격을 가져 임대사업자에게 끊임없이 특혜를 퍼부어주고 있다. 결국 이 제도는 이 땅에서 주택 투기가 영원히 성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솔직히 말해 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이 말도 안되는 주택 투기조장 정책을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처넣을 것을 기대했다. 보수적 성향의 정부가 친부자 정책을 채택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서민의 정부'를 자처하고 나선 문재인 정부가 이 정책을 그대로 답습할 리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새 정부는 그것을 그냥 답습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특혜를 한층 더 늘리는 역주행을 하고 말았다. 바로 여기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치명적인 실책을 발견할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한껏 달아오른 주택 투기 열풍을 잠재울 유일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허둥대다 오늘의 상황을 빚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역주행은 2017년 12월의 소위 12.13 부동산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대책의 주제어는 (집 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었다. 그 내용을 보면 등록 활성화를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갖가지 추가적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등록에 따르는 부담은 최소화하고 혜택은 늘려야 자발적 등록이 늘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지방세, 임대 소득세, 양도소득세를 감면폭을 더 크게 만들고 건강보험료 부담도 줄여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혜를 모두 없애야 마땅한데 오히려 더 늘려주는 역주행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런 역주행의 기조는 2018년 8월까지 계속되었다. 집값 급등이 또 다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시급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 대책의 입안과정에서 나온 말 중 하나는 임대 사업자에게 제공되는 특혜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이 황당무계한 발언에 놀란 나는 그것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겠다는 다급한 심정에서 글 하나를 썼다. '임대주택등록제 - 부동산 투기에 꽃길을 깔아주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제목의 글을 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고, 이것이 꽤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정부 관계자도 내 글을 읽은 듯, 임대사업자 등록제에 대한 발언에 U턴 현상이 나타났다. 즉 종전과는 입장을 바꿔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며칠 후 발표된 '9.13 부동산 종합대책'에서는 조정대상지역 내 신규 취득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종합부동산세도 과세하겠다는 등의 방침이 발표되었다. 그 직전까지 계속되어오던 역주행 기조에 간신히 제동을 걸 수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나마 잘못된 정책운영을 반성하고 올바른 길로 들어 서게 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그와 같은 역주행을 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 상식적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뻔한 일인데, 국정을 운영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갖는 위험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좀체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가지 가능성은 정치적 임명을 통해 책임자의 위치에 오른 사람이 실무자들의 논리에 포획되어 그대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무자들은 이전 정부에서 그 정책을 입안했을 것이고 그것이 부정되는 것을 결코 반가워할 리 없다. 그런 실무자들이 정책담당자의 눈과 귀를 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진실이 어찌되었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 정부가 아직도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갖는 폭발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뒤로 나온 부동산 대책에서도 이 제도에 대한 사소한 수정만 가해졌을 뿐 전면적 폐지의 움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그대로 놓아둔 상황에서 집값과의 전쟁은 전혀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보유세 강화하겠다고 종합부동산세율을 계속 올려가 보았자 그 사각지대에 안주해 있는 임대사업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권의 명운을 걸고 집값과의 전쟁을 벌일 생각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 암 덩어리 임대사업자 등록제부터 없애 버려야 한다.

다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폐지가 너무나도 큰 효과를 낸 나머지 우리 부동산시장이 한꺼번에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거품이 붕괴될 때 경제에 엄청난 충격이 온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집값 안정시키는 것은 좋지만 그 결과 전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다면 그것 역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나는 이 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해가는 길을 걷기를 권하고 싶다.

점진적 폐지는 일시에 닥칠 충격을 완화하는 장점도 있지만,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대비의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도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다. 일정한 시한을 설정하고 이 기간 안에 보유 주택에 대한 적절한 처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순리다. 아무 죄도 없는 임대사업자들을 하루아침에 궁지로 몰아넣는 정책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암 덩어리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것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맺음말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우리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모두가 갖고 있는 소중한 희망이다. 그런데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입자의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다. 소득이 커지는 것은 느림보 걸음인데 집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뛰어 오르니 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현실은 결혼이나 출산과 관련한 결정에도 영향을 미쳐, 가까운 장래에 인구 감소로 인해 우리 사회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주기적인 집값의 폭등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크게 보아 공급측면에 주로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과 수요측면에 주로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공급측면이 중요할 수 있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요측면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주택 건설이 이례적으로 활발한 상황에서도 수요의 급증으로 인해 집값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뛰어오른 경우가 드물지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일어난 집값 급등 사태는 갭투자로 대변되는 투기열풍에 그 주요한 이유가 있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 이미 도처에서 투기열풍이 매섭게 불어닥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허송하고 말았다. 사태가 심각성을 띤다고 느끼면 언제나 뒷북치기 대응으로 일관했는데, 이런 뒷북치기 대응은 잠깐만 효과를 낼 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이 정부 들어서서 발표된 부동산대책이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는 것이 그 좋은 증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몰랐다는 데 있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임대사업자 등록제에 있었는데, 정책담당자들은 그것에 대해 이렇다 할 조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띠우기 위해 취한 조처 중 가장 폭발성이 큰 것은 바로 임대사업자 등록제였다. 말하자면 그들은 재임 중 이 제도라는 커다란 대못을 박아놓고 자리를 떠났던 셈이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이 대못의 존재를 재빨리 눈치 채고 지체 없이 뽑아 버렸어야 하는데, 거기에 실패한 나머지 오늘의 집값 급등 사태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얼마 전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집값이 잠시 주춤한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 급격한 상승세로 반전할지 모르는 상태다. 현재 수도권의 비조정대상지역에서 부는 투기의 열풍을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만약 보유세 인상을 통해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무엇보다 우선 보유세 인상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종합부동산세의 사각지대인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우선적으로 청산해야 함을 뜻한다.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폐지는 단지 주택 투기를 막는다는 목적에서뿐 아니라 우리 조세제도상의 중대한 결함을 시정한다는 차원에서도 시급한 과제다. 임대사업자를 편파적으로 우대하는 이 제도는 효율성과 공평성의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조세제도상의 결함을 시정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둔다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이다. 한쪽으로는 조세제도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이 문제점 투성이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그대로 방치해둔 것은 정말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나라가 잘 되려면 무엇보다 우선 서민들의 생계가 안정되어야 한다. 집값 안정이 서민 생계 안정의 선결조건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서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게는 집값 안정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결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라도 집값과의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주택 투기가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구조를 혁신해야만 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의 숫자가 이미 47만 명을 헤아릴 정도가 되었다. 이들은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이 침해된다고 생각되는 순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개혁을 저지하려고 나서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제 폐지가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레 겁을 먹고 이 싸움을 아예 포기해 버린다면 집값 안정의 꿈은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장래에 진정한 서민의 정부로 자리매김 되는 것을 원한다면 서민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일전을 불사할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부동산 문제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공인중개사 장석호씨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글에 실려 있는 두 개의 표는 장석호씨가 작성해 제공해준 것이다.

태그:#이준구, #부동산정책, #주택투기, #임대사업자등록제, #집값
댓글3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