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신보 < Map Of The Soul 7 >

방탄소년단의 신보 < Map Of The Soul 7 >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9년 12월 31일, 미국 CNN은 방탄소년단을 '2010년대 음악을 바꾼 10대 아티스트' 중 한 팀으로 선정했다. 케이팝을 주류(mainstream)로 끌어내는 데에 공헌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2010년대 후반(2017년)이었지만, 10년을 대표할 사건으로서 그 자격이 충분했다는 의미다.

방탄소년단은 누구보다 극적인 7년을 보내왔다. 국내 무대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아이돌 그룹이 지금은 엘튼 존과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한 팝스타들과 투어 성적을 겨룬다.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으며, 멤버 슈가의 소원처럼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서는 꿈 역시 이루어졌다. 이들이 데뷔했던 2013년, 그 누구도 이 정도의 찬란함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2월 21일, 방탄소년단이 신보 < Map Of The Soul 7 >을 발표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를 내세웠던 < Map Of The Soul : Persona > 이후 10개월만이다. 신보를 발표하자마자 92개국의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페르소나 앨범에 실렸던 다섯곡을 제외하자면, 이번 앨범의 문을 여는 트랙은 슈가의 솔로곡인 Interude: Shadow이다. 점점 높아지는 위상과 이에 따라오는 불안감을 고백한 트랙이다. 이 곡이 끝나면,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The Late Late Show With James Corden)'에서 선보였던 'Black Swan'이 이어진다. 릴 핍, 텐타시온 등과 같은 이모 힙합 스타일을 빌려온 이 곡에서, 방탄소년단은 음악가로서 직면하게 되는 두려움을 노래한다.  

< Map Of The Soul : 7 >에는 다양한 장르들이 혼재되어 있다. 'Respect'와 'Ugh!'에서는 힙합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았다. 지민의 솔로곡 'Filter'는 최근 팝계의 가장 큰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오른 라틴 팝 스타일을 빌려왔다. 팝스타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이 작곡진으로 참여한 'Louder Than Bombs' 같은 경우 트로이 시반의 앨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어두운 스타일의 일렉트로 팝이다.

맏형 진이 팬들에게 보내는 노래 솔로곡 'Moon' 같은 경우엔 그래미 수상자인 DJ Swivel이 작업했다. DJ Swivel은 이미 방탄소년단의 이미 'Best Of Me', 'So What' 같은 곡들을 작업한 뮤지션이다. 타이틀곡 'On'의 경우, 트랩 비트와 마칭 밴드 스타일의 드러밍,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어우러지면서 대중성을 강조했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와 대조되는 분위기를 드러낸다. 글로벌 버전에서는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저명한 작곡가인 시아(Sia/시아 퓰러)가 직접 피쳐링 보컬로 참여하면서, 화제성을 키웠다.

미리 읽는 BTS의 자서전

 
 그룹 방탄소년단(BTS)

그룹 방탄소년단(BTS)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On'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방탄소년단의 '오늘'이다. 방탄소년단의 오늘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할 것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팝스타가 되었고, 향후 1년간의 스케줄이 끊임없이 잡혀 있는 슈퍼스타의 삶이다. 빌보드와 그래미, 웸블리 스타디움. 자신들의 기대치를 훨씬 넘어서는 성공의 열매가 맺혔다. 그러나 그만큼 그림자와 고통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고통마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겠다는 것이 'On'의 핵심적인 메시지다.
 
'잠에서 눈을 뜬 여긴 또 어디 어쩜
서울 또 New York or Paris 일어나니 휘청이는 몸'

'Bring the pain 모두 내 피와 살이 되겠지'
 
- 'On' 중

 
동갑내기 친구인 지민과 뷔는 'Friends'라는 곡에서 두 사람 간의 우정과 신뢰를 이야기한다. 서로를 '외계인'이라고 표현할만큼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소울메이트라고 명명할 수 있는 관계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목소리 톤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어린 시절의 자신을 위로하는 뷔의 'Inner Child', 연습생 시절부터의 자신을 이야기하는 정국의 솔로곡 '시차' 역시 멤버들의 자아를 녹여낸, 자전적인 트랙들이다.

데뷔 앨범에 실린 'We Are Bulletproof Pt. 2'를 잇는 '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감성적인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곡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일곱의 겨울과 봄을 천천히 회고한다.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 이름을 부끄럽게 여긴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시간을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고의 시간 끝에 피워낸 긍정의 정서는 마지막 트랙인 제이홉의 경쾌한 솔로곡 'Outro : Ego'에서도 이어진다.
 
"'믿는 대로 가는 대로 운명이 됐고 중심이 됐어
힘든 대로 또 슬픈 대로 위로가 됐고 날 알게 됐어"
- 'Outro : Ego' 중


방탄소년단의 신보가 표현하고자 한 '영혼의 지도'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이 앨범의 의의가 있다면, '보컬 라인'과 '래퍼 라인'을 막론하고, 7명 모두 각자의 지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는 것. < Map Of The Soul 7 >은 지난 7년 동안 쉼없이 달려온 일곱 남자의 일기장이다. 방탄소년단은 더욱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서, 다시 한번 이들의 세계를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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