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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떼가 따스한 봄날을 만끽하고 있다.
▲ 한강 철새떼가 따스한 봄날을 만끽하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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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온 사회가 우울하여 '봄맞이'가 사치처럼 느껴진다.
사상초유의 사건 속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오던 일상이 무너졌다. 나름 그 일상을 지켜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매일 같은 일과는 아니지만, 나름 그날그날 할 일들이 시간별로 정해져 있었다. 그것은 거의 습관 같은 일이라서 규칙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했다. 해야할 일들들을 마감하면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살았다.
 
조팝나무의 이파리와 송글송글 맺힌 꽃봉우리
▲ 조팝나무 조팝나무의 이파리와 송글송글 맺힌 꽃봉우리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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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상을 흐트러 놓는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삶이란 본래 그런 것들로 인해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다듬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나의 일상은 큰 변화가 없었다. 목사인 나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4시 30분에 기상하여 교회에 간다. 예배실 난방기를 틀고, 묵상음악을 틀어놓고, 촛불을 밝히고 예배준비를 한다.

매일 하는 일이라 10여 분이면 음향준비까지 마친다. 그리고 목양실에 나가 전날 준비한 새벽예배 설교문을 묵상하고, 5시 30분부터 6시까지 새벽예배를 드린다. 다시 6시 30분까지 묵상하며 기도를 하고, 아침 8시까지 독서와 글쓰기와 다음 날 새벽예배 준비를 마친다. 

현재 교회 담임목사로 취임한 후, 휴가철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월요일부터 토요일을 이렇게 습관처럼 지냈다. 그리고 주일은 예배를 드리고 나면 호우 4시쯤부터 영화를 보거나 산행을 하면서 머리를 비우고, 밤 9시부터 12시까지는 다음 주 성서일과를 정리해서 묵상하면서 다음주 설교를 구상한다.
 
봄 햇살에 무당벌레도 산책을 나왔다.
▲ 무당벌레 봄 햇살에 무당벌레도 산책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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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23일부터 그 일상이 깨어져 버렸다. 상황의 추이를 보니 심각한 상태라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전환했고, 교회에서 모이는 모든 소모임을 취소했다. 당장에 새벽예배도 없어졌지만, 습관대로 4시 30분에 일어났고, 교인들도 오지 않은 교회에 나와 기도하고 새벽예배가 없으니 좀더 많은 시간 묵상과 독서와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좋았을까? 아니었다. 23일은 아침에 분명히 컨디션도 좋았는데, 오후에는 그냥 실신하듯 쓰러졌고, 매일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독서량도 글쓰기도 묵상의 깊이도 진전되질 못했다. 온통 '코로나19' 소식에 집중되었고, 그와 관련한 신천지 문제와 일부 교회 목사들의 뻘짓으로 마음엔 분노가 가득찼다.
 
이름이 불경스럽다고, '봄까치꽃'으로 부르자는 이들도 있다. 봄까치꽃도 아니고 '봄까지꽃'이 정명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큰개불알풀꽃'이라는 이름을 가장 좋아한다.
▲ 큰개불알풀꽃 이름이 불경스럽다고, "봄까치꽃"으로 부르자는 이들도 있다. 봄까치꽃도 아니고 "봄까지꽃"이 정명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큰개불알풀꽃"이라는 이름을 가장 좋아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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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3월 1일도 가정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하면서 병원을 갈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때문이 아니라, 일상이 무너지면서 몸의 균형이 깨어진 것이다. 어깨통증이 재발되었고, 눈가에는 검버섯이 피었고, 얼굴엔 기미가 올라왔고, 헬스장도 폐쇄된 탓에 운동도 쉬었더니 모든 일상들이 뒤범벅된 것이다.

일로만 치면 일주일 내내 아무 모임도 없으니 내게 주어진 시간은 더 많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어야 했기에 '봄꽃소식'이 들려와도 봄맞이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목양실만 지켰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이미 흐드러지게 피었다.
▲ 쇠별꽃 양지바른 곳에서는 이미 흐드러지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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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안 될 것 같아, 집 근처의 한강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분명히 봄을 눈으로 볼 것이라는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조팝나무의 새순과 꽃봉우리가 올라왔고, 큰개불알풀꽃 사이로 무당벌레가 산책을 나왔으며, 양지바른 곳에는 쇠별꽃, 큰개불알풀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노란 민들레까지 피어 '봄'이 왔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 봄이 왔구나. 이제 이렇게 온 봄,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도 다 알 수 있겠구나 싶어, 지인이 내 글에 붙여준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도'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불렀다.
 
 
민들레 노란 꽃이 벌써 피었다. 일찍 피어난 까닭에 꽃대는 짧다. 키가 작아도 민들레다.
▲ 민들레 민들레 노란 꽃이 벌써 피었다. 일찍 피어난 까닭에 꽃대는 짧다. 키가 작아도 민들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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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곧 극복할 수 있길 기도하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소중한 일상이 다시 회복되길 바란다. 그리고 철없이 이런 아픔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은 더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면 좋겠다. 봄이 왔다.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도 알 수 있을 만큼 서울에도 봄이 왔다.

태그:#봄, #한강, #봄까지꽃, #쇠별꽃, #무당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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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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