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부상 상태를 밝히는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 ⓒ AFP/연합뉴스

 
손흥민이 없는 토트넘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토트넘은 최근 5경기에서 2무 3패의 부진에 빠졌다. 라이프히치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시작으로 EPL에서는 4위 경쟁중이던 첼시와 울버햄튼에게 연패했고, 노리치시티와의 FA컵 16강전에서는 공식적으로 무승부로 기록됐지만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여기에 8일 번리와의 EPL 경기에서도 졸전 끝에 간신히 1-1 무승부에 그쳤다. 주제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최대의 위기다.

성적 부진과 맞물려 올시즌 내내 악재도 유난히 끊이지 않고 있다. 해리 케인-손흥민-휴고 요리스 등 핵심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에 시달렸다. 구단과 재계약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결국 겨울이적시장에서 헐값에 이탈리아로 떠났다. 베테랑 수비수 얀 베르통언은 급격히 노쇠했다. 취약 포지션인 좌우 풀백과 최전방 공격진에 전력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끊이지 않았는데도 투자에 소극적인 구단 운영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기에 멀티플레이어 에릭 다이어는 최근 경기후 관중석에 난입하여 극성팬들과 충돌을 빚는 사태가 벌어져서 영국축구협회(FA)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것이 유력하다.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7200만유로·약 952억원)로 영입했던 미드필더 탕귀 은돔벨레는 리그 적응에 실패하며 계속된 부진으로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동안 토트넘에서 누적되어온 잠재적 불안요소들이 올시즌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까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은돔벨레

은돔벨레 ⓒ 토트넘 공식 인스타그램

 
설상가상 감독과 선수의 불화 조짐까지 나오고 있다. '스페셜 원' 무리뉴 감독도 팀의 계속된 부진속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모습이다. 무리뉴 감독은 번리전 무승부 이후 은돔벨레를 콕 집어 경기력에 대하여 날선 비판을 가했다. 무리뉴 감독은 전반이 끝나고 이날 선발출장했던 은돔벨레와 올리버 스킵을 각각 루카스 모우라와 로 셀소로 교체했다. 내주 유럽챔피언스리그 라이프치히 원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전들의 체력안배를 위하여 당초 풀타임 출전이 예정했던 은돔벨레를 전반 45분 만에 교체했을만큼 경기력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직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무리뉴 감독은 "우리는 전반 미드필드가 부재했다"며 은돔벨레의 게으른 경기력을 작심 비판했다. 토트넘은 이날 전반에만 선제골 포함 번리에게 무려 14개의 슈팅을 내줄 만큼 끔찍한 졸전을 펼치며 일방적으로 압도당했다. 미드필드 싸움에서부터 상대에게 밀린 게 원인이었다.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기대했던 은돔벨레는 전반 내내 슈팅은 물론이고 위협적인 패스나 태클, 가로채기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 가뜩이나 부상 선수 속출로 어려운 상황에서 팀내 최고 수준의 몸값을 받는 주축 선수로서의 책임감, 헌신을 보여주지 못하며 무리뉴의 분노를 샀다. 실제로 토트넘은 은돔벨레를 뺀 후반에 그나마 경기력이 살아나며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최근 은돔벨레의 경기력과 프로의식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 방식과 타이밍이 적절했는가하는 점은 평가가 엇갈린다. 그 대상이 다름 아닌 무리뉴 감독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적지않다.

무리뉴 감독의 발언이 비판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바로 '공개 비판'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이다. 무리뉴 감독은 예전부터 언론을 통하여 공개적으로 선수를 자극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했다. 무리뉴 감독의 전성기에는 이런 방식도 선수 장악을 위한 수단으로 인정받았으나 세대가 달라지면서 최근에는 성공보다는 선수와 갈등을 빚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의 이케르 카시야스와 세르히오 라모스를 비롯하여 첼시에서는 에당 아자르, 존 테리, 디에고 코스타, 맨유 시절에는 폴 포그바와 앙토니 먀살, 루크 쇼 등과 불화설에 시달렸다. 이들은 하나같이 팀의 핵심 선수들이었고 장기적으로 무리뉴 감독이 라커룸 영향력을 점차 상실하고 고립되는 결정적인 빌미가 됐다.

또다른 비판은, 자칫 선수 탓을 통한 '책임 전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토트넘이 급격한 성적부진에 허덕이면서 무리뉴 감독을 향한 비판도 급격히 늘고 있다. 물론 핵심 선수들이 대거 부상을 당하며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무리뉴 감독 역시 전술적 대안이나 선수 활용능력에서 '스페셜 원'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선수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선수단의 융화에 크게 도움될 것이 없다. 첼시나 맨유 시절에도 무리뉴 감독은 팀이 부진할 때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무리뉴 감독도 그만큼 팀의 위기에 대하여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또다른 증거이기도 하다.

토트넘의 최근 모습은 무리뉴 감독이 첼시와 맨유에서 경질되기 직전 말년의 모습과 흡사하다. 토트넘은 리그 9경기를 남겨둔 채 8위에 머물고 있으며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1차전 패배의 불리함을 딛고 주중 독일 원정을 앞두고 있다. 팀이 추락하고 있는 와중에 선수와 감독의 갈등설까지 공개적으로 점화된 토트넘이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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