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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 질문세례받은 김형오 공관위원장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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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공천인가? 혁신을 가장한 사천인가?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칼춤'을 두고 나오는 엇갈린 평가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위한 통합당의 후보자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다. 아직 경선이 진행 중인 지역구가 남아 있고, 호남 등 일부 지역의 추가 공모가 진행 중이지만 대략적인 윤곽은 나온 상황.

통합당은 전신이었던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 시절 지역구 현역의원 30% 컷 오프, 전체의원 50% 교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50% 물갈이 선언했지만.... 

김형오 위원장의 이번 공천이 '대폭 물갈이'로 보이는 데는 '대선주자급'으로 불리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상남도지사 등이 컷 오프된 탓이 크다. 그러나 이는 당내 역학 관계에 따른 복잡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지역구 돌려막기도 있다. 본인 지역구에서는 빠졌지만, 다른 지역구의 경선 기회를 얻은 이가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김재원 의원. 그는 공천 결과 발표 당시, 경북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 경선 후보에 오르지 못하며 '컷 오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울 중랑을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 서울 서초갑에서 빠지고 동대문을 경선을 치르게 된 이혜훈 의원도 마찬가지이다. 비례대표였던 강효상 의원은 서울 중구·성동 갑에서 경선에 나선다.

전략적으로 차출되는 경우도 비슷하다. 애초 자기 지역구였던 대구 수성을에서 나와 김부겸 의원의 지역구인 수성갑 탈환 명령을 받은 주호영 의원, 경기 광명을을 버리고 부산 남구을에 배치된 이언주 의원 역시 물갈이는 아니다.

부산 해운대갑에서 3파전을 치르는 하태경 의원처럼 본인 지역구에서 경선을 치르는 현역 의원도 컷 오프로 보기 힘들다. 김형오 위원장은 취임하면서 '100% 국민 여론조사'를 토대로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비록 신인 가산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선이 진행되면 인지도 등에서 '프리미엄'이 붙는 현역 의원이 대체로 유리하다.

미래통합당 의원은 현재 전체 118명이다. '컷 오프'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 통합당에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한 의원들까지 합하면 124명이다. 3월 10일 현재, 이 중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25명이다. 출마 의사를 타진했으나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은 21명(지역구 15명+비례대표 6명)이다. 총 46명의 의원, 약 37.1%가 물갈이된 셈이다.

그러나 위에 열거된 사례들을 봤을 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물갈이를 진행한 인원은 21명, 16.9%에 불과하다.

여성 공천 비율 10%대... 새누리당 보다 3명 늘어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구·경북 지역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TK 공천 결과 발표하는 김형오 공관위원장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구·경북 지역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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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통합당은 여성과 청년 공천을 적극 내세웠지만 전체 253개 지역구 중 통합당이 여성 후보를 내기로 한 곳은 19곳이다. 전체 253개 지역구 중 7.5%에 불과하다. 통합당이 후보를 확정한 143개 지역구 중에서만 따져 봐도 13.2% 정도다.

당내에서 여성 공천 30%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고, 김형오 위원장도 여성 공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실은 이에 못미친 셈이다. 참고로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당시 지역구에서 16명의 여성을 공천했다. 이 중 생환한 새누리당 여성 의원은 6명이었다.

청년도 마찬가지이다. 통합당은 청년 후보들을 내세워 '퓨처 메이커'라 명명했다. 또한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을 '청년 벨트'로 지정하고, 이곳에 청년 후보들끼리만 경선할 수 있도록 하거나, 청년 후보를 전략공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까지 통합당이 '청년 벨트'로 지정한 지역구는 12개이다. 전체 지역구수를 감안하면 4.7%에 불과하다. 특히나 통합당의 청년 기준이 만 45세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2명도 많은 수가 아니다.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내세운 2030 후보는 6명이었다. 

실제로 이들이 금배지를 달고 국회의사당으로 올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청년 벨트'로 지정된 12개의 지역구 중 보수야권 우세 지역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서울 광진갑(김병민) ▲ 서울 도봉갑(김재섭) ▲ 서울 노원병(이준석) ▲ 경기 성남분당을(김민수) ▲ 경기 파주갑(신보라) ▲ 경기 남양주을(김용식) ▲ 경기 김포갑(박진호) 등은 공천이 확정됐다. ▲ 경기 수원정 ▲ 경기 광명을 ▲ 경기 의왕‧과천 ▲ 경기 용인을 ▲ 경기 화성을 등은 아직 어떤 청년 후보를 내세울지 결정되지 않았다.

해당 지역 전직 당협위원장들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경험도 없고 지역 연고도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40일 남기고 험지 공천을 하는 것은 총알받이로 내보내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막말 컷 오프? 막말 정치인 다수 무사히 공천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구·경북 지역 공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이석연 부위원장에게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 TK 공천 결과 자료받는 김형오 공관위원장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구·경북 지역 공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이석연 부위원장에게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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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언론에서는 김형오 위원장이 '막말 논란'이 있었던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며 보수 정치의 품격을 한 단계 올릴 공천이 진행 중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잦은 구설에 오른 민경욱 의원,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를 폄훼한 김순례 의원 등의 컷 오프가 그 근거로 거론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막말 논란'이 있었음에도 공천 되거나 경선 기회를 얻은 후보가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달창' 논란을 빚었던 나경원, 울산시장 수사를 두고 경찰을 향해 "미친개"라고 부르는 등 다수 논란이 있었던 장제원, 김명수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동료 의원에게 막말하여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되었던 곽상도, 5.18 막말 3인방 중 1인이었던 김진태, 세월호 '징글징글' 발언 정진석, 동료 의원을 가리켜 '패버릴까'라고 문자했던 전희경 등이 '막말'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받았다.

원외도 마찬가지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징하게 해쳐먹는다"라고 했던 차명진 전 의원은 경선 기회를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세월호 한 척으로 이겼다"라고 발언한 정미경 최고위원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 역시 단수 공천을 받은 박종진 전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앵커는 방송 출연자에게 "성매매 하셨죠? 집창촌은?"라고 말한 바 있다.

논란은 또 있다. 이른바 '사천(私薦)' 논란이다. 김형오 위원장의 측근 혹은 그가 직접 영입한 인재들이 적극 공천되거나 경선 기회를 얻고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꼽히는 인물은 ▲ 송한섭 전 의사 겸 검사(서울 양천갑) ▲ 최홍 전 ING 자산운용 대표(서울 강남을) ▲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 ▲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서울 동대문갑) ▲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서울 서초갑) ▲ 이수희 변호사(서울 강동갑) 등이다.

이외에도 ▲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서울 송파병) ▲ 민현주 전 국회의원(인천 연수을) 등 통합 과정에서 당에 새롭게 합류한 이들에게도 '친(親)김형오' '범(凡)김형오'계와 같은 이름표가 붙었다. 경선 과정에 참여 중인 후보들 중에도 김 위원장과 가깝다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잘못된 설"이라며 "지금 누구를 임명하면 전부 '김형오계다' 이러는데, 저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자리가 끝나고 나면 완전히 자연인 돌아갈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관련 기사: 홍준표·김태호 결국 컷오프... 홍 "참 야비한 정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통합당 공천에 대해 "겉으로 보기에는 현란하지만, 방향과 메시지가 대단히 혼란스럽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후보자 공천은 명확한 상징을 통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또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김형오 위원장의 공천이 '양적 물갈이'는 어느 정도 충족했을지 모르지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공천인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원 돌려막기'를 예로 들면서 "해당 지역구에서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는 인물을 선거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컷 오프해서, 다른 지역구에 꽂으면 이길 수 있겠느냐"면서 "자칫 물갈이도 안 되고, 선거도 지게 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당내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는 중진마저 잘라버리면, 향후 대선 가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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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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