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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을 샛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산수유꽃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 3월 7일이다.
 지리산 자락을 샛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산수유꽃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 3월 7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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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멈춘 땅에 또 비가 내린다. 처음 코로나19가 나왔을 때만 해도 한동안 진행되다 끝나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길게 늘어지고 있다. 그 사이 봄이 왔다. 봄꽃도 만발하고 있다. 하지만 봄을 느낄 겨를이 없다. 코로나19한테 빼앗긴 일상을 빨리 되찾으면 좋겠다.

매화가 만발하고, 산수유꽃이 활짝 피었다. 봄꽃이 무더기로 피어 군락을 이루는 꽃너울을 떠올려본다. 자분참 달려가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 마땅한 데가 없을까? 지리산 자락 구례 계척마을에 있는 산수유나무가 떠오른다. 첫 번째 산수유나무다. '영원불멸의 사랑'을 꽃말로 지닌 그 산수유꽃이다.
  
점점이 별처럼 빛나는 노란 산수유꽃. 봄비를 맞아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지난 3월 7일이다.
 점점이 별처럼 빛나는 노란 산수유꽃. 봄비를 맞아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지난 3월 7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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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열매로 부러 만든 하트 모형. 가운데에 노란 산수유꽃을 넣었다. 산수유꽃의 꽃말이 '영원불멸의 사랑'이다.
 산수유 열매로 부러 만든 하트 모형. 가운데에 노란 산수유꽃을 넣었다. 산수유꽃의 꽃말이 "영원불멸의 사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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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척마을로 간다. 산수유나무의 수령이 1000년 됐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에 중국 산동성에 살던 처자가 구례로 시집오면서 씨앗을 가져와 심었다는 전설 속의 나무다. 지리산온천에서 남원 방면으로 5㎞ 가량, 밤재 못가서 만나는 계척마을이다.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계척마을에 속한다.

나무의 키가 10m도 훌쩍 넘는다. 밑동도 느티나무처럼 우람하고 기품있게 생겼다. 아주 오래 된 나무지만, 지금도 노란 꽃을 몽실몽실 피우고 있다. '산수유 할머니 나무'다. 해마다 산수유꽃축제 때 제례상을 받는 나무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고사를 여기서 지낸다.

첫 번째 산수유나무는 당초 두 그루였다.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가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 나무가 일찍 죽었다. 할아버지 나무는 수락폭포로 가는 길목, 원달리 달전마을에 있었다. 계척마을의 할머니 나무와 함께 인심 좋은 할아버지 나무로 불렸다.

할아버지 나무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산수유나무가 자라났다. 이른바 아들나무다. 나무의 키가 6m 남짓 된다. 수령은 300년 정도. 이 나무도 해마다 노란 꽃을 방글방글 피운다. 전설 속 할머니 나무의 아들나무다. 같은 지리산 자락 산동면에서 함께 살고 있다.
  
산동성 아낙네가 씨앗을 가져와 심었다는 전설 속의 첫번째 산수유나무. 노란 꽃을 몽실몽실 피우고 있다.
 산동성 아낙네가 씨앗을 가져와 심었다는 전설 속의 첫번째 산수유나무. 노란 꽃을 몽실몽실 피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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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산수유꽃. 봄햇살을 받아 꽃이 눈에 부시게 빛나고 있다. 지난 3월 6일이다.
 계곡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산수유꽃. 봄햇살을 받아 꽃이 눈에 부시게 빛나고 있다. 지난 3월 6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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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씨앗을 갖고 온 산동성의 처자가 통일신라 말기의 학자 최치원의 딸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신라 경문왕 때의 일이다. 당나라에 유학 간 최치원에게 딸이 있었다. 갑작스레 귀국한 아버지 최치원을 찾아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산수유 씨앗을 쥐어줬다는 것이다. 그 딸이 갖고 온 산수유 씨앗이라는 이야기다.

산수유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와도 연결된다. 최치원이 살았던 신라 경문왕 때다. 대숲에서 들려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리를 들은 경문왕이 크게 화를 내며 '대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산수유를 심으라 했다'는 얘기다.

구례가 산수유의 주산지가 된 것은 조선시대다. 임진왜란 때 피난 온 사람들이 산수유나무를 많이 심었다. 깊은 산골인 탓에 농사짓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지형이 분지를 이룬 데다 일교차가 큰 산중이어서 잘 자랐다. 바람은 적고 볕도 잘 들었다. 일제강점기엔 산수유영농조합이 만들어졌다. 산수유로 역사가 깊은 구례다.
  
산수유꽃을 배경으로 쉬고 있는 경운기. 구례 산수유꽃은 산자락 계곡과 논두렁, 밭두렁을 가리지 않고 피어 있다. 지난 3월 6일 풍경이다.
 산수유꽃을 배경으로 쉬고 있는 경운기. 구례 산수유꽃은 산자락 계곡과 논두렁, 밭두렁을 가리지 않고 피어 있다. 지난 3월 6일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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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단풍보다도 더 빨갛게 익은 산수유열매. 겉보기에 달달하게 생겼지만 맛이 시고 떫다.
 가을에 단풍보다도 더 빨갛게 익은 산수유열매. 겉보기에 달달하게 생겼지만 맛이 시고 떫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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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산골에 사는 사람들에게 산수유나무는 '효자'였다. 마을사람들은 산수유 열매를 팔아서 자식교육을 시켰다.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산수유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주민들은 산수유나무를 '대학나무'라 불렀다.

산동 아낙네를 색시로 잡으려는 경쟁도 치열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산수유 열매의 씨앗을 분리하는 기계가 따로 없었다. 주민들이 산수유의 과육과 씨앗을 하나씩 입으로 분리했다.

어릴 때부터 산수유 씨앗을 입으로 빼냈던 아낙네들의 앞니가 많이 닳았다. 산동 아낙네는 어디에 가더라도 금세 티가 났다. 산동 아낙네들의 입술도 유난히 빨갛게 물들어 예뻤다. '건강미인' 산동 아낙네를 색시와 며느리로 삼으려는 경쟁이 인근 지역에서 뜨거웠다고 한다.
  
빨간 산수유 열매.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산수유는 산골마을 사람들에게 '효자'였다.
 빨간 산수유 열매.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산수유는 산골마을 사람들에게 "효자"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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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계곡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비를 맞은 산수유꽃이 더욱 짙게 보인다. 지난 3월 7일 오후 풍경이다.
 지리산 자락 계곡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비를 맞은 산수유꽃이 더욱 짙게 보인다. 지난 3월 7일 오후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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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열매가 우리 몸에 좋다. 산수유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꽃이 진 자리에 초록 열매가 달린다. 가을에 빨갛게, 루비를 닮은 선홍빛으로 익는다. 겉보기에 달달하고 맛있게 생겼다. 실제는 시고 떫다. 술에 담그거나 차로 끓여 마시는 이유다. 한방에선 약재로 쓴다. 주전부리로 산수유술빵도 만들어 먹는다.

산수유 열매에는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당뇨와 고혈압, 관절염, 부인병, 신장에 효과가 있다. 소문대로 원기를 보충해 줘 남자한테 좋고, 여성들의 미용과 건강에도 아주 좋다고 알려져 있다.

구례는 우리나라 산수유 열매의 4분의 3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리산 만복대 서남쪽 기슭의 상위·하위·월계·반곡·평촌마을이 첫 손가락에 꼽히는 산수유 군락지다. 이른바 '산수유마을'이다. 계척마을과 현천·달전·원촌마을에도 산수유나무가 지천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리산 자락을 샛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산수유꽃. 지난 3월 6일 오후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공원에서 본 풍경이다.
 지리산 자락을 샛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산수유꽃. 지난 3월 6일 오후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공원에서 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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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산수유꽃, #산수유나무, #산수유마을, #영원불멸의사랑, #구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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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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