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부상 상태를 밝히는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부상 상태를 밝히는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 ⓒ AFP/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한 리그 중단이 차라리 다행스러웠을 것이다. 토트넘의 최근 상황은 그야말로 수렁 그 자체였다. 해리 케인- 손흥민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한 이후 최근 6경기 연속 무승(2무4패)의 수렁에 빠졌다. 하필이면 시즌의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중요한 경기들을 모두 놓쳤다. FA컵과 UCL(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졸전 끝에 줄줄이 탈락의 수모를 맞이했고 리그에서는 어느덧 8위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올시즌도 토트넘의 무관은 확정적이다. 남은 희망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빅4 진입인데 현재로서는 전망이 암울하기 그지없다. 4위 첼시와의 격차가 7점차인데 시즌 후반기인데다 현재 토트넘의 전력으로는 따라잡기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토트넘은 9위 아스날과도 불과 1점차이라 지금으로서는 순위 반등은 커녕 중위권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다. 챔피언스리그는 물론이고 유로파리그 티켓조차 놓쳐서 아예 다음 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출전 자체가 좌절된다면 토트넘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주제 모리뉴 감독의 리더십도 최근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물론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에 쓰러진 상황에서 모리뉴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선택지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승보다 수익계산에 집중하며 과감한 투자에 인색했던 토트넘 구단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리뉴 감독도 토트넘 사령탑 부임 이후 '스페셜 원'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능력을 보여줬는가에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모리뉴 감독의 장기로 꼽혔던 수비력에서도 전임 포체티노 시절과 비교하여 별달리 향상된 점이 없다는 것, 탕귀 은돔벨레에 대한 공개 저격 등 선수단의 융화가 절실한 시점에서 갈등을 초래하거나 선수탓을 하는 듯한 언론플레이 방식도 예전과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모리뉴 감독은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유 등 수많은 명문클럽을 거치며 무수히 많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감독 데뷔 초창기를 제외하면 포르투 시절 이후 모리뉴 감독이 소속팀에 최소한 우승트로피를 하나 이상 선물하지 못하고 떠난 경우는 없다.

특히 어느 팀이든 사령탑 부임 두 번째 시즌에 최고의 성과를 올리며 '모리뉴 2년차'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반면 3번째 시즌을 넘기지 못하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거나 부진에 빠지는 징크스도 있어서 모리뉴 3년차라는 용어도 있다.

모리뉴 감독은 라이프치히와의 UCL 16강 2차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토트넘에서도 언젠가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당장은 아니고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오고 자신이 원하는 팀을 구축할 수 있는 미래의 이야기다. 모리뉴 감독이 올시즌의 성적과 관계없이 다음 시즌에도 변함없이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리뉴 2년차' 실현될까

하지만 현재로서는 모리뉴 감독의 흥행보증수표였던 '모리뉴 2년차'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시즌은 리그 중단 덕분에 그럭저럭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만일 리그 재개없이 이대로 순위를 유지한 채 시즌이 종료된다면 토트넘은 UCL 티켓을 상실하게 된다.

토트넘이 유럽클럽대항전 티켓을 놓치게 된다면 팀에 미칠 후폭풍은 예상하기 힘들다. 해리 케인-델레 알리-손흥민 등 전성기에 접어든 주축 선수들의 거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선수단은 대부분 포체티노 감독 시절에 구성된 선수들로 시즌 중반에 합류한 모리뉴 감독과는 운명을 함께 할 충성심이나 동기부여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승 트로피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짠돌이 구단으로 유명한 토트넘이, 설사 케인이나 손흥민이 이탈한다고 해서 모리뉴 감독의 입맛에 맞는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하여 지갑을 열지도 의문이다.

모리뉴 감독이 지향하는 스타일이나 리더십이 과연 토트넘에 적합한가하는 의문도 현재진행형이다. 모리뉴는 전성기에도 자신만의 축구철학이 확실하지만 전술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분명한 감독이었다. 첼시 2기와 맨유 시절에도 이러한 문제점이 두드러지며 몰락을 재촉했다.

구단 최고 이적료를 주고 영입한 미드필더 은돔벨레나 유스 출신 유망주 공격수 트로이 패럿 등은 모리뉴 체제에서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모리뉴 감독의 지적처럼 선수들 스스로 '준비되지 못한' 탓도 크지만, 애초에 자신의 플랜에 맞지 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데 소극적이거나 유망주의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한계를 보이는 모리뉴 감독의 리더십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동안 모리뉴 감독이 맡았던 팀들은 대부분 리그에서 손꼽히는 빅클럽이었다. 또,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모리뉴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는게 가능했다. 모리뉴 감독은 리빌딩이나 세대교체 등을 염두에 두지않고 당장의 성적에만 집중하면 됐다.

현재의 토트넘은 올시즌 부상선수가 많은 것은 별개로 해도, 애초에 우승을 지향하는 빅클럽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의 팀은 전임 감독이 수년에 걸쳐 구축한 팀이고, 모리뉴 감독이 그동안 시도해왔던 축구철학이나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올시즌 팀의 최악의 순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주축 선수들의 추가 이탈이 현실이 된다면 모리뉴 감독의 위치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모리뉴 감독이 첼시나 맨유 시절에 이어 만일 토트넘에서도 실패했다는 꼬리를 달게된다면 감독 경력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토트넘도 더 이상 EPL의 강호로 군림하던 시절은 지나가게 될 것이다. 모리뉴 감독이 처음 의기투합했을때만 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마지막 희망은 리그가 중단되면서 4월 조기 복귀가 예상되는 손흥민이나 케인이 부상을 회복할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즌이 재개되고 부상 선수가 복귀한 이후에도 별다른 반전이 없다면 시즌을 마감했을 때 모리뉴 감독이 여전히 토트넘에 무사히 남아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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