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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된 전주 '삼백집'은 전주콩나물국밥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입니다. 만화 '식객'에 소개된 곳이자 수많은 언론매체가 앞 다퉈 극찬한 맛 집입니다. <한국 최고의 가게>, <대통령의 맛집>이란 책에도 올라 있습니다. 그래서 1년 365일, 밤낮 가리지 않고 북적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오후 6시, 풍경은 생경했습니다. 평소라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합니다. 하지만 대기 줄은커녕 식당 안은 8명이 전부였습니다. 6~7명에 달하던 아르바이트 학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그 많던 손님은 어디로 간 걸까요.
  
 평소라면 삼백집 앞은 번호표를 뽑고 길게 늘어선 대기 줄로 익숙한 풍경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대기 줄은커녕 음식점 안마저 썰렁하다.
 평소라면 삼백집 앞은 번호표를 뽑고 길게 늘어선 대기 줄로 익숙한 풍경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대기 줄은커녕 음식점 안마저 썰렁하다.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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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백집이 이 정도면 다른 가게는 오죽할까. 삼백집은 빈사 상태에 빠진 자영업자들이 처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숙박업소, 찜질방, PC방, 노래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앙은 '코로나19'에서 시작됐습니다.

1월 20일 첫 확진 환자 이후 '코로나 포비아'는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소비 심리는 잔뜩 얼어붙었고 자영업자들은 도산 직전으로 내몰렸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외출, 모임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에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이대로 한두 달 더 지속되면 민생경제는 벼랑 끝에 설 겁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입니다.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4천명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최근 1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입니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무려 10만6천명이 줄었습니다. 다른 경제 지표도 비관적입니다.

다른 풍경 하나 더 소개합니다. 100년을 넘긴 노포(老鋪), 군산 '이성당'.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빵을 사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이성당 빵 봉투는 노란색입니다. 이 때문에 주변은 온통 노랑물결 일색입니다. 그런 이성당마저 찬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그 만큼 코로나19는 혹독합니다.

코로나19는 서울, 수도권, 지방을 가리지 않습니다. 강남대로도 눈에 뜨이게 유동인구가 줄었습니다.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지방 도시는 사정이 비슷합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경제 때문에 죽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희망을 줄까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실물경제와 가장 밀접한 분야입니다. '따뜻한 금융'과 '착한 소비'를 제안합니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료'의 후속 버전입니다. 모두가 조금씩 배려하고 나누는 십시일반의 지혜를 제언합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북적이던 삼백집의 풍경이 다소 생경했다. 평소라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지만 대기 줄은커녕 식당 안은 8명이 전부였다.
 밤낮 가리지 않고 북적이던 삼백집의 풍경이 다소 생경했다. 평소라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지만 대기 줄은커녕 식당 안은 8명이 전부였다.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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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따뜻한 금융'입니다. '착한 임대료'는 건물주가 임대 소득을 포기한 것입니다. '착한 임대료'는 아름다운 시민운동입니다. 아마, 정 많은 대한민국 국민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이 임대 소득을 포기했다면 금융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겁니다. '따뜻한 금융'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금융기관이 나서 한시적으로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무작정 모든 대출금에 대해 이자를 깎아주라는 게 아닙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사업장이 주요 대상입니다.

은행별로 심사기준을 마련해 위기에 처한 고객을 선별하는 게 우선입니다. 선택적으로, 그것도 한시적으로 이자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면 숨통을 틔우기에 충분합니다. 기간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월부터 6개월 동안입니다. 금융권은 그동안 서민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이제는 사회 환원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평가지표를 만들어 참여하는 기관에 대해 인센티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나선다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큰 동력이 될 것입니다.

다음은 보증 수수료 감면입니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긴급 경영자금을 방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증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증 수수료를 50% 인하하거나 아예 면제를 고려했으면 합니다. 역시 한시적입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정부 출연 기관입니다. 정부가 보증 수수료 수입을 포기한다면 정책적 접근은 훨씬 수월합니다. 은행 이자와 보증 수수료 경감은 체감 효과가 큰 정책입니다. 개인도 기대 수익을 포기한 마당에 정부와 금융기관이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끝으로 '착한 소비'입니다. 공공기관이 나서 얼어붙은 소비를 녹여보자는 겁니다. 정부 부처, 지자체, 외청, 공기업이 주도하는 소비입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전북은행 행장과 임원들은 얼마 전, 재래시장에서 1500만 원어치 장을 봤습니다. 구입한 물건은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회복지시설마저 발길이 끊긴지 오랩니다. 결국 전북은행은 소상공인에게는 희망을, 사회복지시설에는 온정을 전한 셈입니다. 전국에 산재한 공공기관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소비에 동참한다면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공기관이 앞장서면 대기업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전반적인 소비 분위기가 확산되면 서민경제에 불을 지필 수 있으리란 판단입니다. 이와 함께 코로나가 발생한 동선을 따라 소비하는 방안도 좋습니다. 피해를 입은 업소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시민들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전주시 공무원들은 이런 착한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을 이용한 금융 지원은 자칫 포풀리즘 누명을 쓰기 십상입니다. 반면 이자와 보증 수수료를 덜어주는 '따뜻한 금융',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착한 소비'는 거부감이 없습니다.

위기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위기를 이겨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이 그렇고, 5.18광주민주화혁명 때는 택시기사들이 앞장서고, 또 시위대에 빵과 물, 음식을 기꺼이 내놓았습니다. 국제외환위기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롱 깊숙이 아껴온 돌 반지를 비롯해 추억이 깃든 금붙이를 내놓았습니다. 세계 어느 민족도 보여주지 못한 행동입니다. 외신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조기 IMF를 선언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국민입니다. 아무리 혹독한 추위도 봄볕을 이기지 못하듯, 코로나19도 조만간 소멸될 겁니다. 탐욕을 내려놓고 이웃을 돌아볼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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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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