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연맹(UEF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다음 주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다음 주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 ⓒ 연합뉴스


2020년은 축구팬들에게는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한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로 축구리그와 국제클럽대항전들이 줄줄이 중단된데 이어 올해 예정되어있던 메이저급 축구 국가대항전들마저 잇달아 대회 연기를 선언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17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유로2020(유럽축구선수권대회)을 1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오는 6월 12일부터 7월 12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대회는 2021년 6월 11일 개막해 7월 11일 마무리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날 UEFA는 코로나19로 인한 대책 마련을 위해 55개 회원국 대표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유로2020 개최시기를 논의한 결과 선수와 관중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끝에 최종 연기로 방향을 잡았다.

유럽과 함께 세계 축구계를 양분하고 있는 남미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이날 올해 6월에 막 올릴 예정이던 2020년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를 2021년(6월11일-7월10일)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유로와 코파는 각각 유럽과 남미를 대표하는 최고 권위의 축구 국가대항전이다. 축구강국들이 몰려있는 대륙들답게 세계 최고 대회인 월드컵 다음 가는 위상과 인기를 자랑한다. 유로는 1960년 프랑스에서 열린 1회 대회 이후 꼬박꼬박 4년 주기를 지켜오면서 지난 2016년까지 총 15번의 대회가 열렸다. 올해는 60주년을 특별히 기념하기 위해 12개국 12개 도시에서 성대하게 동시 개최할 예정이었다.

올해로 47회를 맞이하는 코파 아메리카는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가 공동 개최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라는 전세계적인 재앙에 직면하여 두 대회 모두 개막 3개월을 앞두고 부득이하게 1년 연기를 결정했다. 대회 개막을 기다려온 전세계 축구팬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대회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유럽클럽대항전은 재개의 여지를 남겼다. UEFA는 당장 올해 치러야 하는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 잔여 일정에 대해서는 예상과 달리 별다른 공식발표가 없었다.

그러나 영국 데일리메일과 스페인 마르카 등 유럽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클럽대항전을 1달 정도 연기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6월에 예정된 유로 2020이 공식적으로 연기되면서 올여름에는 국가대항전이 없어진 만큼 이 기간을 그동안 미뤄진 리그와 유럽클럽대항전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진행 방식도 상황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대회가 재개될 경우 현재 챔피언스리그-유로파 16강 2차전 홈앤드 어웨이 잔여경기까지는 일단 정상적으로 진행하되, 8강 이후부터는 단판승부와 중립경기로 단기간에 토너먼트 일정을 몰아서 모두 소화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도쿄올림픽 정상개최 의지 '재확인'

반면 스포츠팬들의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또다른 대회인 도쿄올림픽은 정상 개최 의지를 재확인했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7일 토마스 바흐 위원장 주재로 각 종목별 국제경기연맹 대표자들과 올림픽 개최와 관련한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올림픽 취소나 연기 결정이 나올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론은 예상과 달리 여전히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IOC는 6월 30일까지 선수 선발을 마친다면 7월 24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개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유럽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별다른 안전대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심지어 개최국인 일본 현지에서도 스포츠 관계자나 고위인사들까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며 올림픽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이 연기되나 취소될 경우 막대한 재정적 손실이 불가피한 IOC와 일본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에 여전히 대회 강행을 고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IOC의 낙관과 고집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바뀔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림픽 정상개최를 가늠할 마지노선은 5월 말이다. 그때까지도 현재의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올림픽이 열리기는 어렵다.

지금만 해도 아직 진행중인 올림픽 예선일정과 대회 개막 준비 등 미뤄진 일정을 소화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선수단과 대중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올림픽을 강행하다가 누군가 보이콧하는 사례가 나오거나 대회 기간 중 확진자라도 발생한다면 올림픽의 위상은 그야말로 땅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스포츠팬들에게 2020년은 어느 때 보다 길고 지루한 인내의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인명의 안전과 건강이다. 스포츠의 목적은 팬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는 것이지만, 지금처럼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스포츠를 강행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두가 조금씩 손해보고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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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강행 유로2021 유로코파동시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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