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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확진자수가 3월 29일 기준으로 8536명에 달했다. 인구가 800만 명에 불과해서 인구당 비율로 따지면 인구수가 5000만 명인 한국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연방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 중순부터 친교모임 방지 강화' '오스트리아 모든 항공편 운항 중지' '확진자가 많은 티롤 지역 주민 이동제한 및 도시 격리'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확진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식료품 구입, 불가피한 출근, 응급시 의료시설 이용 외 외출을 자제하고 위반시 경찰이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루돌프 안쇼베르(Rudolf Anschober) 사회복지보건부장관은 3월 27일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ORF 라디오 오전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 사이가 돼야 반환점을 돌 것"이라고 언급했다.

알프스 스키 휴양지에서 시작한 비극
 
오스트리아 이쉬글 지역은 스키 명소로도 유명하다. 사진은 티롤 주 관광국 홈페이지에 게재된 관광지 소개.
 오스트리아 이쉬글 지역은 스키 명소로도 유명하다. 사진은 티롤 주 관광국 홈페이지에 게재된 관광지 소개.
ⓒ 티롤주 관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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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티롤 주는 알프스 산맥으로 인해 스키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2018-2019년 겨울시즌에 다녀간 외국 관광객 수는 지역별로 적게는 57만 명에서 많게는 200만 명까지 이른다. 특히 이쉬글(Ischgl) 지역은 본국 외 유럽 전 지역에서 알파인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무려 150만 명이 다녀갔다. '딥 퍼플' '카일리 미노그' '알리시아 키스' 등의 뮤지션이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 지난해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이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3월 5일 아이슬란드 보건당국이 '이쉬글을 찾은 관광객들이 코로나19에 무더기 확진을 받았다'는 사실을 오스트리아 정부에 통지했다. 이후 이쉬글 지역 키츠로흐(Kitzloch)의 한 바에서 36세 바텐더 및 동료 15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집단감염이 이미 이뤄지고, 정부당국이 확인한 시점이었지만 술집 및 리조트에서의 파티문화는 계속됐다. 티롤 주 정부는 이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쉬글의 스키 리조트 영업은 3월 13일이 돼서야 순차적으로 중단됐다. 그 시점엔 이미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북유럽에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었다.

티롤에서 북유럽까지

3월 29일 기준 오스트리아 티롤 주의 확진환자는 1944명에 이른다. 오스트리아 전체 확진환자의 22%이며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기도 하다. 확산세가 상당히 심각해서, 티롤 주 대부분의 지역은 지역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또한 확산 방지를 위해 주민들의 외출 및 대외 이동도 상당히 제한돼 있다.

문제는 이쉬글에서 확산된 코로나19가 북유럽 국가 대규모 감염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3월 29일 기준으로 노르웨이의 경우 4012명 확진자 중 639명이 오스트리아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발은 169명에 불과했다. 

스웨덴의 경우, 3월 20일 기준으로 오스트리아발 확진자가 35%를 차지했다. 3월 22일 이전 해외발 확진자가 북유럽에서 압도적이었다는 점을 봤을 때, 이쉬글 지역 코로나19 집단감염은 결국 북유럽 지역의 대규모 지역감염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티롤 주 정부의 늦은 대응은 자국뿐만 아니라 북유럽 국가 코로나19 확산에 결정타가 됐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티롤에 다녀온 관광객 2500명이 페터 콜바(Peter Kolba)가 이끄는 소비자보호협회에 서명해, 호텔·리조트의 영업폐쇄를 주저한 주정부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주정부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소통능력 부재한 티롤 주 정부
 
기자회견 중인 귄터 플라터(Gunter Platter) 오스트리아 티롤 주지사.
 기자회견 중인 귄터 플라터(Gunter Platter) 오스트리아 티롤 주지사.
ⓒ 티롤 주정부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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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신문 <쥐드도이체자이퉁>(Süddeutsche Zeitung)은 '독일국영방송 ZDF의 브리타 힐퍼트(Britta Hilpert) 빈 기자는 티롤 주 정부가 ZDF의 질의를 배제하고 오직 지역언론 질의만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뉴스통신사인 APA도 주지사인 귄터 플라터(Günter Platter)에 질의를 준비했지만, 오직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한 통신사의 질의만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주정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 통신사에게 질문 하나만 허용하고 더 이상은 안 된다'고 해명했다.

지역 야당들도 주정부의 의사소통 부재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ORF의 보도에 따르면, 사회민주당 티롤 주 의장인 게오르그 노르나우어(Georg Dornauer)는 "정부의 과오를 드러내 앞으로 주정부가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첫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정당인 신오스트리아 자유포럼(NEOS)당도 여당의 소통부재를 비판하면서 "가차없이 과오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이쉬글 사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지난번 강경화 한국 외교부장관이 BBC와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성과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시 티롤 주 정부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응은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북유럽 국가 내 코로나19 감염을 최소화하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티롤 주 정부의 소통 부재는 이쉬글 집단감염으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한 취재기자들의 권리를 막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결국 이는 북유럽 및 타 유럽국가 시민들에게 티롤 주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티롤 주민들뿐만 아니라 EU시민들마저도 티롤 주 정부 신뢰도에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국경을 통제하면 전염병 확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념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쉬글 집단감염 사태가 말해주는 듯하다. 오히려 전염병 발생시 중앙 정부 및 지자체가 감염상황을 시민들에게 신속하고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감염확산 및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태그:#오스트리아, #코로나, #이쉬글, #오스트리아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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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독일에서 통신원 생활하고, 필리핀, 요르단에서 지내다 현재는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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