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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80의 주행 모습.
 제네시스 G80의 주행 모습.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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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기술·안정성·주행성능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이 지난 30일 제네시스 G80의 3세대 모델인 '디 올 뉴 G80'(The All new G80)을 소개하면서 자신 있게 꼽은 네 가지 핵심 포인트다.

그는 "G80는 어디서도 느끼지 못한 안락한 승차감과 향상된 역동성, 강화된 성능이 어우러진 가장 세련된 세단"이라며 "긴 출퇴근길도 아름다운 해안가를 드라이브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감은 계약 실적으로 나타났다. 출시 하루만에 2만2000대가 사전계약 되더니 이틀만에 2만5000대를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불황이 맞나 싶을 정도다.

31일 3세대 G80을 직접 운전했다. 비어만 사장이 언급한 네 가지 요소, 공간·기술·안정성·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춰 시승을 진행했다.

시승 구간은 서울 양재동의 한 호텔에서 경기도 용인의 카페를 왕복하는 약 80km였다. 차량은 가솔린 3.5 6기통 터보 엔진 모델로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 토크 54.0㎏f·m의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사륜구동(AWD)에 20인치 타이어를 장착했다.

주행성능과 안정성
 
제네시스 G80의 옆 모습.
 제네시스 G80의 옆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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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에코, 커스텀 등 4가지를 고를 수 있다. 에코와 컴포트 모드에서도 힘은 충분했다.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굼뜨지 않고 부드럽게 치고 나갔다. 8단 자동변속기도 매끄럽게 동력 전달을 조율한다. 알루미늄 등 경량 소재를 적용해 몸무게를 125kg이나 줄인 덕분인지 민첩하게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속도를 끌어올렸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 페달은 훨씬 민감해진다. 7개의 공기주머니를 품고 있는 '에르고 모션' 시트는 허리 양쪽 부분을 부풀려 운전자의 자세를 고속 주행에 맞게 잡아준다. 시승 당일 도로의 차량 흐름 때문에 원하는 만큼 가속하기는 어려웠지만 가속 페달에 힘을 주는 순간 몸이 시트에 밀착될 정도로 치고 나가는 힘이 좋았다. 조용했던 엔진도 경쾌하게 '그르렁' 거려 운전하는 재미를 더 한다. 엔진음을 듣고 싶어 시승 후반에는 스포츠 모드로만 운전했다.

고속주행안정성도 뛰어났다. 독일차들처럼 도로를 꽉 움켜쥐고 달린다는 느낌이 든다. 덕분에 실제 속도보다 체감 속도가 낮다. 운전하다 실제 계기판의 속도를 보면 깜짝 놀랄 수 있다. 주행 시 소음 진동도 잘 차단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바람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한 마디로 고급차 브랜드에 걸맞는 정숙성과 안정성을 갖췄다.

지난 1월 출시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과 마찬가지로 G80에는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전방의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해 적합한 서스펜션을 유지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과속방지턱 등 노면 상태에 따라 서스펜션을 제어해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게 제네시스 측의 설명이다. 카페로 향하는 일반 도로 구간의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비교적 고른 주행감을 유지했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넘는 순간에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시승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8.4km(도심 7.3km, 고속도로 10.3km)다. 이날 서울-용인 구간에서는 리터당 9.1km, 용인-서울 구간에서는 리터당 8.7km를 기록했다.

기술
 
제네시스 G80의 실내.
 제네시스 G80의 실내.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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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G80에는 GV80에 적용된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스마트크루즈 컨트롤은 차가 차선을 유지하며 설정된 속도에 따라 앞차와의 거리를 지키며 주행하도록 했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과속단속구간에서 제한 속도 내로 속도를 줄이고 고속도로 출구에서는 감속까지 스스로 해냈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에는 내비게이션 정보와 차량 속도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 외에 주변 차량 흐름까지 보여줘 안전운전을 돕는다.

전방 카메라로 촬영한 주행영상을 실시간으로 내비게이션 화면에 띄운 후 가야할 경로 정보를 전달해 주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도 쓸 만하다. 다만 일상적인 운전에서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에 나오는 정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실제 활용도는 떨어질 수 있다.

G80에는 스티어링휠을 조작하지 않더라도 방향지시등 활용해 차선을 변경할 수 있는 기능도 들어가 있다. GV80을 운전하면서도 지적했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을 것 같다. 방향지시등 레버를 살짝 들어올린 상태를 3~4초 유지해야 옆 차선으로 진입하는데 그냥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편이 훨씬 편리하다. G80에는 '이런 기능까지 있다'를 보여주고 자율주행의 진화 방향을 보여주는 용도로 이해하고 싶다.

이날 시승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직각·평행 주차까지 가능한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는 주차에 어려움을 느끼는 초보운전자들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디자인과 공간
 
▲ 제네시스 3세대 G80의 외장 디자인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준대형 세단인 3세대 G80을 출시했다.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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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과 마찬가지로 G80 디자인의 핵심도 '두 줄'이다. 지난 1월 GV80을 출시하면서 "'두 줄'은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강력한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다. GV80과 G80은 SUV와 세단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디자인은 '한 가족'이라는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전면부는 가운데 자리 잡은 방패 모양의 오각형 그릴(크레스트 그릴) 좌우로 2단으로 분리돼 두 줄을 그려내는 헤드램프가 짝을 이룬다. 제네시스의 엠블럼(상징)을 형상화한 모습이다. 두 줄은 측면과 후면으로도 이어진다. 측면에는 앞문에 방향지시등을 표시해주는 램프(사이드 리피터)가 두 줄을 받아 후면 램프까지 이어준다.

전면과 측면이 준대형 세단의 '우아함'을 드러내려 애썼다면 후면부는 상대적으로 역동적인 느낌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뒷모습은 지붕에서 쿠페 스타일로 완만하게 선이 떨어지고, 말굽 형태의 둥근 굴곡을 준 트렁크 모양까지 더해져 G80을 젊게 보이게 한다. 덕분에 사장님이나 회사 임원들만 타는 차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젊은 세대가 타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G80의 전장(길이)·전폭(넓이)·전고(높이)는 4995·1925·1465㎜다. 2세대보다 전장은 5mm, 전폭은 35㎜ 넓히고 전고를 15㎜ 낮췄다.

실내도 GV80과 큰 차이가 없다. 화려함을 덜어낸 대신 깔끔하다. 공조장치와 열선·통풍 시트 등을 제어하는 조작버튼은 대부분 14.5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흡수됐고 송풍구도 옆으로 길게 늘려 존재감을 잘 드러내지 않게 숨겼다.

센터콘솔에도 다이얼 방식의 변속기만 볼록 튀어나와 있을 뿐 드라이브 모드 제어 장치 등은 모두 버튼 방식으로 납작하게 엎드려있어 매끈하다. 운전석을 포함한 시트는 고급 소파에 앉은 듯 편안하다. 비싼 만큼 제 값을 한다.
 
▲ 제네시스 3세대 G80의 실내 인테리어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준대형 세단인 3세대 G80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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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수요 흡수할까, 현대차가 거는 기대 

3세대 G80은 해외에서 "독일 자동차 메이커 3사의 경쟁자를 위협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고급 세단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개별소비세 1.5% 기준으로 가솔린 2.5터보 5247만원, 3.5 터보 5907만원, 디젤 2.2 5497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필요한 옵션을 채워 넣을 경우 차량 가격은 7000만원을 훌쩍 넘겨 8000만원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승차의 경우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과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등 대부분의 옵션을 적용한 결과 가격이 8157만원이었다.

G80은 메르세데스 벤츠 E시리즈와 BMW 5시리즈 등 고급 수입차들과 경쟁해야 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특히 수입차들의 수요를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세계시장 판매량이 30만8503대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0.9% 감소한 현대차로서도 G80의 선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태그:#G80, #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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