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 08:13최종 업데이트 20.05.0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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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지난 1월 20일 한국에서 코로나 첫 환자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2월 29일 코로나로 인한 첫 사망자가 생겼다. 그 후 한 달여 세상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겪는 불편함도 그렇지만, 경제 각 분야에 불어닥친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경제를 이끄는 두 축인 생산과 소비는 말 그대로 멈췄고, 주가는 무섭게 폭락했다. 주식투자자들이 겪는 심리적 공황은 주식투자를 안 해본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주가는 폭락하는데 서울 집값은 오히려 상승

그런데 이런 전대미문의 혼돈 속에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도 있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택가격 주간변동률을 보면, 코로나가 터진 1월 20일 이후 서울아파트가격지수는 107.6에서 107.7로 소폭이지만 상승했다. 코로나가 확산되어 전 세계 주가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던 3월에는 107.7을 유지했다.


실로 희한한 현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서울 집값은 마치 딴 세상에 있는 듯하지 않은가. 혹시 주가와 집값은 전혀 다른 현상이라서 외부 충격에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과연 그런가?

주가가 폭락한 것은 대침체가 온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이익이 감소하는데, 앞으로 올 경기침체를 선반영하여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감소한다. 지금처럼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 예상되면 주택수요는 크게 감소하므로 집값이 급락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서울 집값은 폭락은커녕 하락도 안 하고 있다.

초저금리로 부동자금 1000조원 돌파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을 '투자심리'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주가는 투자심리가 냉각되었는데, 서울 집값은 투자심리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투자심리가 주가와 서울 집값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했는지는 지난 3년여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코스피 지수는 2017년말 2467에서 2019년말에는 2197로 하락했다. 그리고 올 2월 코로나가 터지자 3월 19일에는 1457로 폭락했다. 흔히들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서 자산가격이 상승했다고 이야기한다. 초저금리가 10년 이상 지속되자 시중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었다.

그런데 주가가 줄곧 하락한 것은 왜일까? 시중에 넘치는 돈이 주식시장으로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주식 투자심리가 식었기 때문이다. 시중에 넘치는 돈은 서울주택시장으로만 몰렸고, 서울 집값은 지난 3년간 40% 이상 폭등했다. 서울주택시장의 투자심리가 뜨겁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정책 시행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왜 주식 투자심리는 냉각됐고 서울 주택 투자심리는 활활 타올랐을까? 그 이유를 정부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 정책이 서울주택 투자심리에 불을 댕기고 돈이 몰리도록 유인을 제공한 것이다.

어느 곳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그곳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수익을 내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가격이 올라야 하고, 둘째, 투자비용이 낮아야 한다. 가격이 올라도 투자비용이 높으면 돈이 가지 않는다.

주택투자에 수반되는 비용은 금융비용과 세금비용이 가장 크다. 사상최저금리에서 금융비용은 무시할 수준이다. 또 다른 비용인 세금은 매우 다양하다. 주택매입 시 부담하는 취득세와 등록세, 보유기간 동안 내야하는 재산세와 종부세, 그리고 시세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등 세금의 종류도 다양하고 그 금액도 상당하다.

만약 이런 세금부담을 대폭 줄여준다면 시중의 돈들이 주택으로 몰려들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는 집값 상승에 올인한 정부답게 주택투자에 대한 세금을 대폭 감면했다. 2014년 2월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을 시행하여 주택을 여러 채 매입하여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을 거의 안 내도록 해주었다.

이런 엄청난 세금특혜와 사상최저금리가 맞물리자 서울 집값은 2014년 8월부터 본격 상승하기 시작했다.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으로 서울집값 수직 상승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17년 12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세금특혜를 베푼 것에 대해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보수정권이 기득권 자산가들에게 특혜를 베푼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촛불과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그런 세금특혜를 폐지할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예상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특혜는 즉각 폐지하여 서울 집값을 이전으로 돌려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예상과 반대로 행동했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를 폐지하기는커녕 오히려 특혜를 더 늘렸다. 이미 서울 집값은 투기의 광풍에 휩싸여 있었는데, 세금특혜 폐지라는 예상을 뒤집고 특혜를 더 늘렸으니 투기열기에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었다.

2017년 12월 13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은 주택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선물이었다. 재산세 80% 감면, 종부세 전액 면제, 임대소득세 75% 감면 등 상상을 초월하는 특혜가 집부자들에게 여전히 베풀어졌다. 무엇보다 경악할 만한 특혜는 시세차익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해주는 혜택을 유지한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실수요자들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하는 DTI와 LTV 규제도 풀어주어 임대사업자들이 맘껏 대출을 받아 주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 후 서울 집값이 수직 상승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서울 임대주택 47만채 매물로 안 나와

혹자는 문재인 정부가 서울 집값 잡기에 온힘을 쏟았다며, 그 증거로 '8.2부동산종합대책'과 '9.13주택시장안정대책' 등 19번의 집값 안정책을 거론한다. 그러나 그 대책들이 발표된 후에도 서울 집값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강화' 등 모든 규제를 면제해주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이후 코로나 영향으로 경제가 올스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서울 집값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엄청난 세금특혜 때문이다. 서울에만 47만채의 임대주택이 등록되어 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투자목적 주택의 60%를 차지하는 이 물량이 매물로 나오지 않으면 서울 집값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주택 매수세는 상당히 위축되었다. 매수세가 급감하는데도 서울 집값이 하락하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 비밀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다. 어마어마한 세금특혜로 임대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기에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것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가 폐지되지 않으면, 경기가 침체하고 주가가 폭락하는데도 서울 집값은 꿋꿋하게 버티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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