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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의 민족 로고
 
요 며칠 배달앱 서비스업체 '배달의 민족(배민)'의 수수료 체계 변경이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사태로 뒤숭숭한 우리 사회에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집에서는 배달앱을 손님으로서 이용하기도 하지만, 배달외식업체 사장을 거쳐 지금은 가맹사업 경영자이기도 하다. 또한 가맹점주들에게 배달앱을 이용한 광고전략을 컨설팅하는 당사자로서, 지금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뻔한 내용보다는 도대체 왜 이런 논쟁과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지 좀 더 내밀한 속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예전의 '벤처'라는 단어가 요즘은 왜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걸까? 여하튼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IT 기업들, 특히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은 '공짜' 배포였다. 당연히 배민과 배달통 등 배달앱 업체들도 배달 전문 외식 자영업자들에게 공짜로 광고를 해주겠다면서 동네 전단지, 광고책자 업자를 동원해 광고를 유치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오랜 속담처럼 수고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광고를 마다할 리 없으니 광고 유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당시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 자영업자에게 배달앱은 사실 관심 밖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동네 외식업계에서 가장 확실한 광고 매체는 일명 '찌라시'로 불리는 전단지였기에 배달앱은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사용하기 시작한 그 배달앱이 몇 년 후 외식 자영업자들의 멱살을 쥐고 흔들 줄을 말이다.

처음엔 몰랐다, 멱살을 쥐고 흔들 줄

인상적인 마케팅으로 언제부터인가 배달통을 제치고 업계의 선두주자로 나선 배달의 민족은 시장에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자 '파워콜'이란 상품을 만들어 월회비로 3만3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 파워콜의 사용자가 많아지자 파워콜보다 화면에 먼저 노출되는 '울트라콜'이라는 상품을 새로 내놓았고 가격은 파워콜보다 비싼 5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거기에 '바로 결제'를 하면 카드 수수료 격인 결제 수수료뿐만 아니라 중계 수수료까지 도합 13.8%를 떼 갔다.  울트라콜은 바로결제가 의무였다.

전단지가 온 동네를 뒤덮던 시절, 봉고차에 다수의 인력을 태우고 다니며 경쟁 업체의 전단지를 몽땅 떼어 내고 자신의 전단지를 붙이는 행위가 벌어질 정도로 치열한 배달외식업 시장에서, 스마트폰 첫 화면의 상단에 노출되고자 하는 자영업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어 본 전략이었다.

그러나 자영업자 사이에서 '이거 너무 과한 거 아니아'라는 여론이 쏟아지자 2014년에 한 차례 수수료 인하를 거쳐 2015년 배민은 착한 기업이라고 여론몰이하면서 '수수료 제로'를 선언했다. 물론 진짜 이유는 당시 다음 카카오의 배달 시장 진출에 대한 견제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판단이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수수료 제로를 선언하자 파워콜에서 눈치만 보던 자영업자들이 대거 울트라콜로 몰려갔다. 이미 파워콜보다 먼저 화면에 노출되는 울트라콜에 치여 힘들어 했지만 수수료 때문에 입맛만 다시던 소심파들조차도 이때가 기회다 싶어 대거 갈아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력 상품 전환에 성공한 배민은 2016년 1월, 울트라콜 가격을 5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인상했다. 

여기서 잠시 배민의 울트라콜 상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위 '깃발'이란 광고가 어떤 건지 살짝 논하고 가야 할 듯싶다. 먼저 배달앱은 대표적 위치기반 서비스다. 즉 주문자의 위치에서 그가 선택한 카테고리(치킨·피자·분식 등) 안에서 가장 가까운 순서로 가게 리스트를 보여주는 것이 이 서비스의 본질이다. 그런데 이것을 배민이 왜곡시켰다.

자영업자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몬 '깃발'
    
가맹점주 단톡방의 배민 논의 가맹점주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터져나온 배민에 대한 불만
▲ 가맹점주 단톡방의 배민 논의 가맹점주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터져나온 배민에 대한 불만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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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은 '가상 상점'이라는 기발한 전략을 가지고 나왔다. 즉, 자기 상점의 원래 위치는 물론 다른 지역에도 가상의 상점(이게 바로 깃발이다)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진짜 내 상점은 부산에 있는데 가상의 상점은 서울에도 만들 수 있다. 그것도 무제한으로 말이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무한경쟁 지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배달이 가능한 모든 지역에 10여 개는 기본, 심지어 20~30개씩 깃발을 꽂게 된 것이다. 그래야 스마트폰에 내 상점이 한 개라도 더 노출되니까 말이다.

그러니 어찌 되었을까? 울트라콜의 소모적인 경쟁에 지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슬슬 올라오자 정말 부지런한 배민이 또 다른 광고 상품을 개발했다. 바로 '슈퍼리스트'라는 입찰 광고를 만든 것이다.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자영업자를 스마트폰 화면의 가장 위에 노출 시키는 상품이다.

화면에 먼저 노출되려면 경쟁이 치열한 동네는 '돈 백만원'은 기본 입찰 가격으로 써넣어야 했다. 한마디로 하루 12~13시간씩 쉬지도 않고 일해 번 돈을 탈탈 털어 판돈으로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단톡방 대화 가맹점주들의 배민 수수료변경 관련 단톡방 대화 캡처
▲ 단톡방 대화 가맹점주들의 배민 수수료변경 관련 단톡방 대화 캡처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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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상품도 당연히(?) 원성의 대상이 되자 배민은 '오픈 리스트'라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다시 중개수수료 6.8%를 받기 시작했다. 수수료 제로 선언은 폐기 됐다. 그리고 올 4월 '울트라 콜'의 단점을 개선하고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오픈 서비스'라는, 어차피 조삼모사 수준의 상품을 내놓고 중개수수료를 1% 인하하며 생색을 냈다. 그러다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스타트업이라는 왠지 신선한 어감의 명칭과 창조·혁신이라는 그럴듯한 포장 때문에 배민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가진 분들이더라도 지금까지 이 글을 잘 읽었다면 이들 또한 그저 이윤에 전력투구하는, 흔히 볼 수 있는 기업의 전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결말을 향해 가며 여기 독자분들이 미처 보지 못한 몇 가지 숨은 문제를 기술하며 마무리해야 할 듯싶다. 

정보의 독점과 왜곡

필자는 배달 외식업과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여 이쪽 상황을 조금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광고매체가 달라졌을 뿐 이전에도 동네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한 자영업자들은 매달 200만~300만원 정도를 전단지와 광고책자의 제작, 배포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지금 '배민'이 도마에 오른걸까?

먼저 정보의 '독점'에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 중 한 가지가 바로 자영업계에서 항상 논쟁의 대상이며 뜨거운 감자인 '영업 권리금'이다. 영업권리금의 경우 배달전문업종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단적인 예로 예전에 배달업종은 매출 좋은 상점의 전화번호가 따로 거래될 정도였다. 그런데 손님과 가게 사이에서 모든 정보를 관리, 독점하는 배달앱 때문에 가게는 단골 손님의 전화번호 하나 가질 수 없고, 손님들은 내가 즐겨 주문하는 가게의 전화번호를 알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모두 일회용 가상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결국 배달 전문 외식업자들에게 이제 영업권리금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내 가게를 알리기 위해 그동안 투자한 모든 비용(배달앱 광고비, 할인 프로모션 등)은 양도양수를 하는 순간, 배달앱 기업이 그동안의 모든 정보(리뷰, 별점 등)를 삭제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두 번째는 정보의 손쉬운 접근, 그리고 왜곡에 있다. IT 시대에 우리는 모두 손쉬운 정보의 노출과 접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단지에 의존하던 시절에는 누가 얼마나 광고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마디로 내 우물의 하늘만 보면 되었다. 이제는 인근 경쟁 업체는 물론, 예전이라면 관심 밖의 거리에 있는 경쟁 업체 광고 상태까지도 한 손으로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사업을 포기한 사람이 아니라면 넋 놓고 있을 자영업자는 없기에, 결국 지나치게 과한 경쟁에 놓이게 된 것이다. 

거기에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정보의 '왜곡'이라는 문제가 생겼다. 우리는 화면 상단에 노출된 상점이 맛과 서비스가 좋은 가게라고 상상한다. 서열과 순위에 집착하는 사회가 만든 기이한 정보 왜곡이다. 거기에 '별점'이라는, 충분히 왜곡 가능한 정보를 별다른 여과 없이 운영하는 것도 문제다. 자영업자들은 별점을 받기 위해 '리뷰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손님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그걸 받은 손님들은 인지상정이라고 그럴듯한 칭찬과 함께 별점 5개를 쏜다. 

그 결과 몇천 원짜리 떡볶이 한 사발에 그보다 비싼 돈가스를 얹어주고, 그도 부족해 각종 사리에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기도 한다. 또 일정 기간 동안 '배달비 면제'라는 고육지책까지 동원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진짜 '맛집'들도 '맛'에 집중하기보다는 광고와 서비스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예전에 어느 음식 평론가가 방송에서 이미 꼬집었지만, 필자도 이런 환경이 대한민국 외식업 시장에서 맛의 개성을 사라지게 하고 맛의 평준화 시대를 만들었다고 본다.

바로 이 부분들이 배민으로 상징되는 배달앱의 내면에 가려져 있는 진짜 문제다.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국내 대표 음식 배달 앱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에선 앱을 통해 음식 값을 바로 결제하고 음식점에서 수수료를 받았다.
 국내 대표 음식 배달 앱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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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다. 어느 기업에게 댁들이 수취하는 이윤이 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필자가 예전 어느 브랜드의 가맹사업자였을 때 공정거래위원회에 달려가 "본사가 원부자재에서 수취하는 이윤이 폭리에 가깝다"라고 주장하자 그때 공정위 담당자가 필자에게 "폭리를 어떻게 규정하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렇다. 배민이 얼마를 받든 자영업자가 자의적으로 선택했다면 사실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시장을 독과점하고 그 영향력으로 핵심 정보와 데이터를 독점, 왜곡하여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의론>의 저자 마이클 센델의 "선택지 없는 흑인들의 군 입대가 과연 순수한 자의인가"라는 논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천변만화의 사람들 입맛을 흡사 불변의 척도로 재단한 듯한 어처구니없는 '맛집 순위', 그리고 그 순위에 목을 매고 별점 받고자 자영업자들의 거의 '구걸'에 가까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에서 관련 업체에 대한 관리 제도와 기준을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지금 제시되는 공용앱도 한 방안일 수도 있다.)

이렇게 '입바른 소리'와 같은 글을 올리는 필자도 사실 현장에서는 가맹사업자들에게 경쟁 업체가 10개의 깃발을 꽂으면 당신은 20개의 깃발을 꽂고, 거기에 더불어 '리뷰 서비스'로 각종 서비스를 팍팍 넣어주라며, 공격적인 '배민 마케팅'을 주문한다. 이런 치킨게임을 조언이라고 해야 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피할 수 없음이 더더욱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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