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 ⓒ KBS2


"요즘같이 관객분들 없이 녹화를 진행한 지도 한 달이 돼 가는데, 정말 관객이 있어야 공연이 완성된다는 말이 절실히 와 닿는 요즘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나오실 분들을 여러분들이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실지 상상이 되거든요. 공연장에 와 계신다 생각하시고 집에서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유희열)

코로나19가 수십 년의 방송가 풍경을 바꿔놓았다. KBS2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변화가 가장 놀랍게 다가왔는데, 윤도현-이소라 등 긴 세월의 맥을 이어온 이 프로의 역사상 이런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수백 명의 관객 앞으로 신나게 걸어 나와 눈을 맞추며 인사하던 MC 유희열이 조용한 스튜디오의 빨간 소파에 앉아 홀로 카메라를 보고 인사하는 건 가히 충격이었다. 

길거리에 나가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풍경을 보는 것만큼이나 방에 앉아 TV를 틀었을 때 만만치 않게 코로나19가 실감이 난다. 이런 달라진 방송 풍경 때문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비롯해 <인기가요>와 같은 음악 프로그램들은 공연 방송의 특성상 방청객이 또 다른 주인공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방송 제작진들은 무관중 녹화라는 전에 없던 도전을 받아들여야 했고,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을 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청중 없는 토크쇼 형식으로의 변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 ⓒ KBS2

 
앞서 언급했듯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대표 격이다. 근래부터 청중 없는 스튜디오 토크쇼 형식으로 이 프로의 포맷이 바뀌었다. 시청자의 한 명으로서, 그 조용한 풍경이 너무도 낯설었다. 관객의 환호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생기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의 주요 요소였는지 실감이 났고, 관객을 직접 바라보고 얘기하던 유희열이 청중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도 적응이 안 됐다. 그의 말마따나 공연에서 관객이 빠졌을 때 공연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었다. 여느 때처럼 가수들이 출연해서 노래를 열창했지만 관중의 '열기'가 빠져서 뭔가 섭섭한 느낌이 감돌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듯, 무관중 녹화가 주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물론 궁여지책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CG를 이용해서 색다른 배경을 연출한다든지 편집에 더 공을 들이는 식으로 관객의 빈자리를 보충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가령, 얼마 전 방송된 봄특집에선 봄노래를 불렀던 가수들의 과거 출연 영상을 보여주며 직접 전화를 연결해 대화를 나누는 시도가 돋보였다. 십센치 권정열과의 통화에서 공연을 못하는 심정을 묻기도 했는데, 유희열의 "괜찮느냐"는 질문에 권정열은 다음처럼 답했다.

"괜찮지 않고, 공연이 너무 하고 싶어요. 팬분들도 보고 싶고요." (권정열)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 ⓒ KBS2

 
'방구석 콘서트' 선보인 <놀면 뭐하니?>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지난달 21일, 28일과 지난 4월 4일에 걸쳐 '방구석 콘서트'란 기획을 선보였다.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청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음악을 소재로 선택한 것이다. 대한민국 공연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중 없이 무대를 녹화한 것이 포인트였다. 

"코로나19로 갑작스레 취소된 공연들이 많아 문화예술계가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그래서 <놀면 뭐하니?>가 준비한 아주 특별한 공연이 있습니다." (유재석)
 
 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캡처

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캡처 ⓒ MBC

 
유재석은 '방구석 콘서트'를 이렇게 소개하며 힘들어하는 문화예술 공연계에 위로를 건넸다. '방구석 콘서트'에는 사이먼 도미닉, 장범준, 이적, 이승환, 지코 등이 출연해 관객이 있는 공연만큼이나 진지하고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이적과 유재석이 오랜만에 함께 부르는 '말하는 대로'의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스페셜한 방송을 꾸며야 하는 특수 상황을 잘 활용한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쏘아 올린 '투게더앳홈(#TogetherAtHome)' 챌린지가 이러한 '방구석 콘서트'의 출발이라 볼 수 있다. 크리스 마틴은 코로나19로 공연들이 취소되는 상황을 아쉬워하며 SNS 영상을 통해 자신이 집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투게더앳홈'이란 해시태그를 단 것이다.

그는 "서로 다른 나라에 있는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집에서 공연을 하며 함께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고, 그의 아이디어는 전 세계로 퍼지며 가수들로 하여금 방구석 콘서트를 열게 했다. 존 레전드, 찰리 푸스, 빌리 아일리시, 두아 리파 등이 홈 라이브 공연에 합류했다.

코로나19로 음악방송이 위기를 맞이한 건 확실하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꿔 전화위복하고자 애쓰는 제작진과 출연진, 가수들의 노고가 계속되는 한 '음악의 위로'는 시청자에게 변함없이 전달되리라 본다. 마음이 힘든 때일수록 더욱 필요해지는 게 음악임은 분명하다.
 
 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캡처

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캡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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