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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밴드 ‘빌리 카터’가 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무관객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다. 이 공연은 네이버TV 플랫폼으로 스트리밍됐다.
 록밴드 ‘빌리 카터’가 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무관객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다. 이 공연은 네이버TV 플랫폼으로 스트리밍됐다.
ⓒ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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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보컬, 기타, 하모니카)와 김지원(보컬, 멜로디언)의 2인조 블루스 록밴드 '빌리 카터'는 4월 둘째 주를 손꼽아 기다렸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들은 10일부터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어번 노마드 영화제' 일환으로 열리는 공연 무대에 섰어야 했다. 그러나 대만은 2월 18일부터 한국과 미국, 일본 등 8개국을 코로나19 전염 진행국으로 분류하고 외국인 입국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이로 인해 공연 자체가 취소되며 '빌리 카터'를 포함해 한국의 밴드 4팀이 무더기로 노래할 기회를 잃었다.

지난 7일 강남 유흥업소 종업원의 코로나19 확진 사태가 터지면서 소수 음악인들에게 공연할 무대를 제공했던 서울의 클럽들도 8일부터 일제히 문을 닫았다. 억대 제작비를 들이고 배우들이 몇 개월간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던 뮤지컬과 연극 공연도 줄줄이 연기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더라도 마음이 한껏 위축된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을 날이 언제쯤 돌아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시대다.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특히 서울에만 7만여 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들은 경제난과 정신적 스트레스라는 '이중고'를 겪는다. 전자가 공연 무대가 없어져서 줄어든 생계비 걱정이라면, 후자는 연기와 연주 기량을 다듬을 무대 자체가 사라진 것에 대한 충격이다.

문화예술인 88.7% "코로나19로 수입 감소"

돈은 없어도 '가오'(자긍심)로 버텨온 문화예술인들은 "무대가 없으니 대본을 펼 일도, 악기를 잡을 기회도 줄어든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실제로 '한국예술총연합회'(예총)의 코로나19 피해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4월 취소·연기된 문화행사가 총 1614건에 이르고, 예술인의 88.7%가 "수입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빌리 카터'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노래할 기회를 얻고 공연 수입도 올릴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7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그러나 300석 규모의 공연장에는 카메라 5대(지미집 포함)와 소수의 스태프들을 제외하고는 관객이 전혀 없었다. 관객들은 네이버TV의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공연을 볼 수 있지만 공연장에는 갈 수 없는 '무관객 공연'이 열린 것이다.

'무관객 공연'이지만 당일 오후까지 현장 리허설을 하는 등 밴드가 들이는 정성은 라이브 무대의 그것에 못지않다. 리허설을 앞두고 만난 보컬 김지원씨는 "대만 공연이 취소됐을 때는 눈물이 났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공연을 하게 되니 마음이 너무 설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관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자 랜선을 타고 관객을 찾아가는 스트리밍 공연 붐은 새 봄을 맞은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3월 31일 마포문화재단이 마포아트센터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한 무관객 탱고 공연 '올 댓 탱고'. 아르헨티나 메트로폴리탄 탱고 대회 파이널리스트인 '펠린&미겔'이 공연하고 있다.
 3월 31일 마포문화재단이 마포아트센터에서 온라인 생중계를 한 무관객 탱고 공연 "올 댓 탱고". 아르헨티나 메트로폴리탄 탱고 대회 파이널리스트인 "펠린&미겔"이 공연하고 있다.
ⓒ 마포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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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문화재단은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무관객 탱고 공연 '올 댓 탱고'를 마포구청 유튜브 채널에 통째로 올렸다.

이 공연은 오전 시간대에 여유가 있는 주부 또는 중장년층을 위해 전문 연주자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사회공헌 프로그램 '살롱 드 마포'의 일부였는데, 코로나19로 관객을 모으기 어렵게 되자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선아 마포문화재단 공연전시팀장은 "현장에서 공연자들과 호흡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탱고 공연의 매력인데, 앞으로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스트리밍 공연도 많아질 것으로 본다.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없는 대신 공연자들이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다음 기회에는 플라멩고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도 임시 휴관되는 4월 동안 'NFLIX'라는 타이틀로 스트리밍 방식으로 연극들을 공개한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화제의 연극을 무관객으로 스트리밍하는 '남산예술센터 NFLIX' 상영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9일부터 12일까지 녹화 중계되는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의 한 장면.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화제의 연극을 무관객으로 스트리밍하는 "남산예술센터 NFLIX" 상영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9일부터 12일까지 녹화 중계되는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의 한 장면.
ⓒ 서울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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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9~12일)을 시작으로 국가폭력('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13~15일), 반도체 백혈병 사건과 군 의문사('7번국도', 20~22일), 세월호 참사('그녀를 말해요', 16~19일), 전체주의의 위협('파란나라', 27~30일) 등 사회 현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서울문화재단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녹화중계된다.

세종문화회관은 다양한 장르들을 망라한 '힘내라 콘서트'라는 종합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려고 급히 마련한 추가경정예산에서 50억 원의 '여윳돈'이 생긴 덕에 광역지방정부 중에서는 가장 빠른 템포로 '스트리밍 공연' 시리즈를 내놓을 수 있었다. 공연자들에게는 최대 3000만 원의 지원금이 돌아간다.

빌리 카터 콘서트가 첫 테이프를 끊었지만, 2편의 뮤지컬 콘서트('은밀하게 위대하게', '여명의 눈동자')를 포함해 연극, 클래식, 어린이 대상 버라이어티쇼 등 장르도 다양하다.

무대에 올려지는 10편 중 5편은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잡혔다가 갑작스럽게 대관이 취소된 작품 위주로 선정됐고, 나머지 5편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무대를 열심히 준비하다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공연자들을 대상으로 섭외했다.

이번 주말부터는 5월말까지 '다시보기' 서비스도

이들 공연은 네이버TV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되고, 이번 주말부터는 5월말까지 '다시보기' 서비스로도 관객들을 찾아간다. 공연 영상 플랫폼으로 네이버와 유튜브가 경합했지만, 전자로 낙찰됐다.

오정화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장은 "두 서비스 모두 관객 접근성은 나쁘지 않다. 다만, 네이버가 공연 온라인 중계의 플랫폼 역할을 오랫동안 잘 해왔고 포털 메인면을 통해 공연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평소 세종문화회관에 올려지는 공연들과 거의 동일한 구성이지만, 뮤지컬은 주요 출연진이 출연해서 작품을 해설하고 대표곡들을 소개하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진다. 김영환 홍보마케팅팀장은 "뮤지컬은 전체 무대를 보여주려면 특수효과 등등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런 형식을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무관객 스트리밍 공연'이 공연자와 관객 모두에게 생경한 경험으로 다가오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관객들이 공연 중간중간 보내는 박수와 환호는 공연 예술의 중요한 부분으로 기능했는데, 스트리밍 공연에서는 관객들의 실시간 반응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빌리 카터의 보컬 김지원씨는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는 분들도 관객이다. 그들이 눈앞에 보이지만 않을 뿐이지, 같은 시간에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오프라인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고, 김영환 팀장도 "관객들은 없어도 카메라를 통해 영상이 송출된다는 것을 공연자들이 많이 의식한다. 새로운 형태의 관객들에게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풀이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스트리밍 공연' 붐이 문화예술계의 조류를 바꿔놓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TV에 남겨놓은 실시간 댓글란에는 "수준높은 공연을 안방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호평과 "스트리밍으로 다 풀면 누가 공연장에 가겠냐"는 불만이 상존한다.

오정화 팀장은 "공연 예술은 원래 오던 관객들이 다시 찾는 특성이 있다. 스트리밍 공연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지만, 그 동안 입장료 부담으로 공연장에 안 오는 분들로부터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록밴드 ‘빌리 카터’의 보컬 김진아씨가 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무관객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다. 이 공연은 네이버TV 플랫폼으로 온라인 스트리밍됐다.
 록밴드 ‘빌리 카터’의 보컬 김진아씨가 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무관객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다. 이 공연은 네이버TV 플랫폼으로 온라인 스트리밍됐다.
ⓒ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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