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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6일 덴마크의 메테 총리가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6일 덴마크의 메테 총리가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EPA/Philip Dav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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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다."

덴마크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났다.

덴마크는 유럽 국가들 중 최초로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학교를 다시 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6일 메테 프레드릭센 총리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오는 4월 15일부터 다시 열겠다"고 발표했다.

학부모들 "왜 초등학생부터냐?" 반대 시위

그러나 모든 부모들이 등교 재개를 반기는 것이 아니다. 상당수 부모들은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등교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페이스북 그룹의 이름은 이렇다: '내 아이는 코로나19의 실험용 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6일 개설된 이 온라인 항의시위 그룹은 3일 만에 3만3천 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정부에 항의하는 글은 쉴새없이 올라온다.

이 페이스북 항의시위를 조직한 사람은 두 아이의 엄마인 사라 아너슨(Sara Andersen). 5살, 9살인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그는 지난 6일 메테 총리의 '초등학교 다시 등교' 발표 직후 "충격을 받고" 페이스북 항의를 조직했다. 그는 그동안 덴마크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강하게 지지해 왔으나 '초등학교부터 다시 등교'는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덴마크의 유력 일간지 폴리티켄(Politike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큰 사회적 실험을 위한 실험용 쥐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냐면 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 상태에서 어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부터 문을 연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아이들은 감염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지키기엔 너무 어리다. 어떻게 유치원 아이들에게 2미터의 거리를 유지하고, 기침을 할 때는 팔꿈치로 막고 하는 것을 지키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사라 아너슨이 페이스북에 그룹을 만들어 항의시위를 시작하자 24시간 이내에 무려 2만 명의 학부모들이 동참,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덴마크에서 페이스북 시위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많은 학부모들이 하루만에 동참했기 떄문에 언론과 정치인들이 주목하기에 충분했다.
 
덴마크 정부의 등교 재개 방침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페이스북 그룹 '내 아이는 코로나19의 실험용 쥐가 되어서는 안 된다'의 페이지.
 덴마크 정부의 등교 재개 방침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페이스북 그룹 "내 아이는 코로나19의 실험용 쥐가 되어서는 안 된다"의 페이지.
ⓒ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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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부적절한 비유" 발끈한 보건당국

다음날인 7일 덴마크 보건당국의 책임자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문을 다시 여는 것은 사회적 실험이 아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선생님을 실험실 쥐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비유를 매우, 매우, 강력하게 반대한다."

인구 550만 명인 덴마크에서는 9일(현지시각) 현재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237명이다. 확진자는 5635명. 덴마크 정부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다른 유럽나라들에 비해 의료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코로나19가 통제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서서히 '사회활동 재개'를 시도할 계획이며, 그 첫 번째가 초등학교, 유치원 '등교 재개'다. 이런 조치는 학부모들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일터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게 해서 심화되고 있는 경제침체를 완화해 보겠다는 의도도 있다.

덴마크 정부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문을 다시 열더라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있게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러가지 코로나 예방규칙을 정하고 이것을 지킬 준비가 안 된 학교는 문을 열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학교 교장 선생님들은 학생들 간에 2미터 거리 두기, 매 2시간마다 모든 학생이 손을 씻기 등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그동안 9세 이하의 어린이 1924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이중 1.8%가 확진자가 되었다. 이는 어른 확진율 9.9%보다는 훨씬 낮다.

그러나 페이스북 항의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여전히 걱정한다. 어린 아이들이 보건규칙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고, 행여나 코로나에 감염되면 집에서 부모나 친척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식당이나 미장원 등 어른들이 이용하는 곳은 문을 닫은 채 초등학교와 유치원부터 문을 열 예정이어서 논란은 뜨거워지고 있다.

덴마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논란은 곧 '세계의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학교 문을 다시 열겠다'는 정부, 교육당국의 입장과 '우리 아이를 보낼 수 없다'는 학부모의 갈등은 여러 나라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는 곧 덴마크와 비슷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호주는 학교의 문을 계속 닫고 먼저 식당과 상점들의 문을 열 예정이다.
 
수느 코베로
 수느 코베로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수느 코베로(Sune Kobberø)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연합회에서 간부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교육관련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태그:#덴마크,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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