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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고통받는 공연예술인들의 실상을 알리고 근본 대책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공연예술인노조, 일터와 삶터의 예술공동체 마루의 공동기획으로 공연예술인 10인에 대한 인터뷰와 공연예술인노조 운영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작성되었습니다.[기자말]
 코로나19로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연극인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연극인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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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준비하던 공연은 그냥 기간 연기해줄 테니 하반기에 하라고 해서 대관료도 돌려받지 못했어요. 빚으로 남았지요. 그런데 여름방학에 청소년 뮤지컬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불투명해지면서 배우와 스태프들을 무작정 대기하라고 할 수가 없어서 다 접었어요. 이게 공연 한 건 취소된 것의 문제가 아니고 2020년 한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졌습니다." - (장OO, 50대, 공연예술경력 33년)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예술인들만 힘들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연예술은 특성상 '보러 와주는 사람들'과 맞대면을 해야만 성사가 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지금 상황으로서는 말 그대로 개점휴업 외엔 답이 없다.

더구나 최소 몇 달 전부터 준비한 작업이 '예견 불가능한 지금 상황'으로 인해 1년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공포를 넘어선다.
  
사실 공연예술계가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뮤지컬이나 티켓 파워가 있는 출연진이 나오는 대형기획사가 제작하는 공연을 제외하고는, 공연 수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줌바댄스 강사를 하고 있는데, 언론에서 줌바댄스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됐다고 자극적으로 보도되면서 강의가 중단됐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강의가 있었는데... 저번 주에 다시 시작한다고 했는데 며칠 사이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전날 중지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예방 차원에서 당연한 조치이지만, 줌바 수업으로 먹고살다시피 했기에 생계가 막막합니다." (김OO, 30대, 공연예술경력 16년)
 

오죽하면 어려운 형편을 넘어서지 못하고 세상을 달리한 작가의 이름을 빌려 '최고은법'(예술인복지법)이 탄생했겠는가?

국악이나 무용, 연극 등의 공연예술은 공연을 띄워봐야 성패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작품성과 무관하게 늘 가난했다. 그러나 하루에 1~2만 원 벌어도 열정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공연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그 관객의 박수를 에너지원 삼아 살아가는 공연예술인들에게 지금 상황은 견디기 힘들다.
  
공연도 없고, 일자리도 없다
 
 공연예술경력 16년차 김아무개씨는 상하차 아르바이트라도 하기 위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공연예술경력 16년차 김아무개씨는 상하차 아르바이트라도 하기 위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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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일을 나간 적이 있었어요. 승용차로는 30개 정도 배달 가능한데 돈이 안 돼요. 기름값 빼고 나니 남는 게 없더라고요. 어린아이가 둘이고 연극인 부부인데, 둘 다 쉬고 있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요."(이OO, 40대, 공연예술경력 28년)
    
"극단 배우 중 친척이 아기 전용 가구 공장을 하시는데 상하차 일손이 필요해 우리 극단이 그 일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극단 남자 배우끼리 모인 아르바이트 방이 있고, 거기서 어느 지역 몇 명 이야기하면 응답한 선착순으로 일을 할 수 있어요. 요즘은 그 일이 무척 치열해요. 문자가 왔네 하고 열어보면 이미 마감인 경우가 많아요. 제가 타이핑이 느린 편이라 쓰는 동안 마감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저요'라고 적어놓고 다녀요. 떴다 싶으면 바로 전송만 누를 수 있게."(김OO, 30대, 공연예술경력 16년)
  

언제 공연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에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자리를 구해보지만, 이미 줄어든 일자리로 인해 공연예술인들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공연예술계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참담한 현실과 암담한 미래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 공연예술인들은 엎친 데 덮친 격

공연예술계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 과제와 개인의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두 가지 과제에 봉착해 있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긴급생활비지원은 일회성일 수밖에 없다. 물론 아예 없는 것보다야 좋지만, 문제는 그것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할 만큼 지금의 상황이 가장 어렵긴 하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도 공연예술계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어려움에 부닥쳤던 적이 있었다. 그때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공연티켓 원 플러스 원'이었다. 관객이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 한 장을 구매하면 한 장을 더 주고, 이 티켓값을 정부가 내주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공연을 하면서 손해 본 단체에 대관료를 지원하겠다며 300억 원을 편성했으나 대관료 지원의 최종 수혜자는 대부분 '건물주'였다. 몇몇 극단이 도움받은 것은 사실이나 피해를 본 건 상반기인데, 지원은 하반기에 이뤄지면서 예술가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 심지어 이때 진 빚을 여전히 갚고 있는 예술가들도 적지 않다.
  
공연예술계의 목소리, 누가 들어줄 것인가
     
 현재의 어려움을 넘어 더욱 피폐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공연예술계의 목소리는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미 피해를 받았고, 그 끝이 언제인지 모르는 공연예술분야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주어야 할까?
 현재의 어려움을 넘어 더욱 피폐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공연예술계의 목소리는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미 피해를 받았고, 그 끝이 언제인지 모르는 공연예술분야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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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시한 '긴급생활안정자금 대출'은 당장의 허기만 채워주는 일시적인 지원이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단발성 대책이 아닌 정부의 매뉴얼이다. 자연재해 때 농가 대책을 세우듯, 사회적 재난에도 그에 따른 피해계층에 대한 피해대책 매뉴얼을 정부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적 재난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쪽은 영세상인들이다. 그리고 영세상인들과 같은 이유로 공연예술인들도 피해를 입는다. 영세상인들도 누군가 찾아와야 장사를 할 수 있듯, 공연예술인들도 누군가 보러 와줘야만 공연이 가능하다. 영세상인들은 재난 시기가 지나면 다시 영업을 해 복구가 가능하지만, 공연예술인들은 재난 시기가 끝나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복구가 가능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재의 어려움을 넘어 더욱 피폐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공연예술계의 목소리는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미 피해를 받았고, 그 끝이 언제인지 모르는 공연예술분야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주어야 할까?

"공간임대료를 못 내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통상 6월에 하는 공연 연락이 지금 들어올 때인데 연락이 없어요. 한 달짜리는 4개월 전에 들어오는데 전화가 안 오는 거죠. 아마 7, 8월까지는 이 상황이 계속될 거 같아요. 이렇게 되면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도 어려울 듯싶습니다."(이OO, 40세, 공연예술경력 24년)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2017년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예술인을 위한 '한국형 엥떼르미땅'(Intermittent, 예술인 고용보험제도)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이후 본격적인 예술인 고용보험 및 실업급여 제도의 틀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2018년 11월, 예술인들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담은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 법안만 통과되었어도 공연예술계가 지금처럼 막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예술인은 구제대상이 아니다
  
공연예술을 그저 공연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형편이 좋아질 때 하면 되는 것 정도로 치부하면 우리 사회에서 예술은 설 자리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예술로 예술이 상품화되고 팔리기 전까지 예술은 돈이 되는 일이 아니다. 대기업과 기획사의 손을 거쳐 비싼 값에 팔리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인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인간에게 예술이 중요하게 거론되고 여전히 우리 삶과 함께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예술창작뿐 아니라 예술작품을 향유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두뇌는 놀라운 반응을 한다고 한다. 인류가 원시인에서 현대인으로 오는 길에 예술이 끼친 영향을 다 적을 수는 없으나,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자신이 살아온 시간 동안 문화예술의 영향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예술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이 지금 폐허처럼 망가진 농지에 서 있는 농민들처럼, 공연을 할 수 없어 문 닫은 극장 앞을 서성이고 있다.

공연예술계에 대한 정부 매뉴얼, 그리고 당장의 절망을 해결할 지원 대책, 나아가 안정적으로 이후를 도모할 법제화가 절실하다.

예술가가 살아야 예술이 있다
   
 예술을 구하는 마음으로 공연예술인들을 구해야 한다. 예술 없는 사회가 상상이 안 되듯, 예술가가 없는 예술도 상상할 수 없다.
 예술을 구하는 마음으로 공연예술인들을 구해야 한다. 예술 없는 사회가 상상이 안 되듯, 예술가가 없는 예술도 상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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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구상하고 인터뷰할 때만 해도 단순히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 중 한 부분인 공연예술인들이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영역에 있고 얼마나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느 정도로 힘든가에 대해 공유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를 넘어선 것같다. 공연예술인들뿐 아니라 모든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동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코로나19발 세계적 경제위기에 나라별 대책과 세계적 대책에 대한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예술가뿐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도, 노동자들도, 그리고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취약계층까지, 아니 우리 사회가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당장 고사 상태에 접어든 공연예술계에 대해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공연예술계의 어려움, 이것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예술인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예술을 구하는 마음으로 공연예술인들을 구해야 한다. 예술 없는 사회가 상상이 안 되듯, 예술가가 없는 예술도 상상할 수 없지 않은가?

"후배들이 돈 없어서 집 밖으로 못 나온다고 해요. 술 한잔 사주겠다고 해도 차비가 없어서 못 나온다고 해요. 같은 극단에 있는 사람이 집에 있는 물건들을 중고시장에 내놓고 몇 만 원에 팔았다며 좋아하는 카톡을 보낸 적도 있어요. 연극을 못 하니 당장 밥벌이라도 해보려 하지만 딱히 일자리도 구하기 어렵고... 아직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집에 있는 김에 영어, 홈트레이닝 등 뭐라도 하려고 하는데, 이 상태가 2~3달 더 지속되면 우울의 끝으로 빠져들 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OO, 40대, 공연예술경력 26년)
  
수많은 '최고은'을 잃고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졌다. 같은 우를 반복하지 말자. 고통 속에 사라져가는 예술인에 대한 근본 대책이 즉각 시행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을 작성한 하지숙 기자는 일터와 삶터의 예술공동체 마루 대표이자 공연예술인노조 운영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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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삶터의 예술공동체 마루 대표, 공연예술인노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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