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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화 된 강간"
"상품화된 성폭력"


작가이자 활동가 레이첼 모랜(Rachel Moran)이 말하는 '성매매의 본질'이다.

레이첼은 미성년인 15세부터 22살까지 7년간 성매매 여성의 삶을 살아낸 후 극적으로 그곳에서 빠져나와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자신의 성매매 경험과 그에 대한 성찰을 책 <페이드 포>로 엮어냈다. 그의 이야기에는 정신병력이 있던 부모님과 가난하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홈리스가 되어 겪었던 배고픔과 육체적·정신적 고통,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관련기사: "15살부터 성착취... 아일랜드 정책을 바꾼 여성의 고백" http://omn.kr/1lezb).
   
레이첼이 책에서나 여러 인터뷰에서 반복해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그의 이야기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그녀가 성매매 했던 7년, 그 이후로 반(反)성매매 운동을 하면서 만난 대다수 성매매 여성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013년 11월 TED에 출연해 '입법적 변화를 통한 삶과 사회의 변화'라는 주제로 강연한 레이첼 모랜
 2013년 11월 TED에 출연해 "입법적 변화를 통한 삶과 사회의 변화"라는 주제로 강연한 레이첼 모랜
ⓒ 유튜브 "TEDxD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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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육체적, 성적 학대와 성매매의 상관관계는 1996년 미국 공중보건학회지에 실렸던 학자 위돔(Widom)의 연구를 비롯해 많은 연구가 지적하고 있다. 2015년 미국의 뉴스 전문 케이블 MSNBC의 진행자인 시마 아이어(Seema Iyer)와의 인터뷰에서 레이첼은 14세, 15세 당시 살아남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다고 느꼈던 무렵의 이야기를 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가 당시 막 14세가 되었을 때였어요. 정부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 1년간 있었는데, 한 곳에 몇 달 이상 있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기간 보호소를 들락날락했어요. 그래서 여러 번 (보호소에서 퇴소를 당한 뒤에) 홈리스로 지냈어요. 다시 홈리스 처지가 되었을 때 만났던 젊은 남자가 성매매를 권하더군요. 그걸 하면 제가 집세도 내고 먹고 입을 것들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요. 당시에 저에게는 유일한 선택지였어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15세 소녀가 배고픔에 지쳐 몸 둘 곳을 찾아 몸을 내어주고, 먹을거리와 잠잘 곳을 대신 얻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과정 어디에 '선택'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있을까. 이는 우리 사회가 취약 계층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했을 때 그들이 착취의 틀 안으로 어떻게 떠밀려 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레이첼은 바로 이 점이 사람들에게 잘 이해되기를 바랐다. 자신을 '진보'라 분류한 이들이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거나 '성노동'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성매매는 합당한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이며 우리 모두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로 즐겨 사용하기 때문이다.
  
레이첼은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성노동'이라는 말이 얼마나 증오스러운지 이야기하며, 그 성립을 위한 첫 단추인 '자기 결정권'이 이미 환상이자 망상이라고 설명한다. 여러 해 전 출간 기념회에서 있었던 인터뷰에서 레이첼은 성매매를 '선택'의 영역으로 분류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아주 적은 사람들이에요. 우리가 하는 선택은 다른 이들이 한 선택이나 우리의 여건과 같은 것들에 영향을 받죠. 그런데 그런 것들은 정작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 아주 단순하고 무지하기 짝이 없는 견해죠. '오! 그건 그냥 선택의 문제지'하고 말해버린다는 건 말이에요."

이들은 상품이 아니라 사람이다

레이첼은 또한 성매매의 본질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위험한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인다. 성매매라는 것은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듯 어쩔 수 없는 성적 본능, 욕망을 해결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성매매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물리적·성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페이드 포>에도 자신과 동료들이 겪었던 폭력에 대해 자세히 묘사했지만, 이 사실은 여러 연구와 통계로도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미국의 여성 건강지에 실린 연구를 보면, 샌프란시스코의 성매매 여성 130명 중 57%가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49%는 물리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전체 여성 중 82%는 성매매 중 물리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으며 68%는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들은 이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도 분석했는데, 어린 시절 물리적 폭력에 노출이 된 경우나, 성매매하는 동안 강간을 당한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평생 경험한 폭력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강간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이들이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도 더 심각해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실 전혀 놀라울 것 없는 결과다. 인간은 학대를 당하면 트라우마가 생긴다. 성매매 여성도 인간이기에 물리적·성적 학대를 당하게 되면 트라우마 속에 살아가게 된다. 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끊임없이 연구되고 기록되고 언급되는 것은 여전히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성매매가 '단지' 성욕의 방출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돈에 대한 대가로 여성들을 학대하고 유린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학대는 여성들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는 의미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살해당하는 비율도 매우 높다. 2004년 미국의 전염병학회지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이 살해당하는 비율은 10만 명당 204명꼴이다. 그다음으로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직업군의 하나인 주류 판매점의 여성 종업원이 10만 명당 4명, 남성 택시기사의 경우 10만 명당 29명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살해당하는 비율은 이들보다 7배에서 50배 높은 수준이다. 살해의 위협만이 다가 아니다.

2015년 <폴리팩트>에서 레베카 키글리는 성매매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성매매를 시작한 뒤 7년 안에 죽는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에게는 건강한 삶도, 안전한 삶도, 장년이 되고 노년이 되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의 TV쇼에서 레이첼은 "성매매 여성은 매일 강간을 당하는 것"이라고 쓴 부분을 설명했다.

"제 동생이 제게 강간을 당한 적이 있냐고 물어봤어요. 그 질문에 대답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어떤 식으로 답하든 나 자신과 그 질문을 배반하게 되는 거라고 느꼈거든요. 왜냐하면 성매매라는 것은 제가 책에 쓴 것처럼 '성적 학대의 상품화'이기 때문이죠. 보상이 있는 성적 학대인 거예요."

"당신은 사람이 아닌 상품인 거군요?"

"그렇죠."


성적 학대를 위해 상품이 되는 여성들, 그것이 레이첼 모랜이 말하는 성매매 여성의 본질이다. 이는 레이첼이 사는 아일랜드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성착취가 일어나는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7일, 시민단체가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창구 기능을 한 인터넷 사이트 10곳을 성매매 처벌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성적 학대를 위해 상품이 되는 여성들, 그것이 레이첼 모랜이 말하는 성매매 여성의 본질이다. 이는 레이첼이 사는 아일랜드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성착취가 일어나는 전 세계의 모든 나라에 대한 이야기이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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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1일 열린 '성매매 피해자 지원 성과 분석과 강화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 문유경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 성매매 피해 여성은 15만1036명으로 추정됐고,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살 시도율은 일반인 자살 시도율에 비해 23배가 높은 48%에 이른다.

대구 여성인권센터 부소장이자 2002년부터 성매매 여성들을 상담하고 성매수 남성 재범 방지 교육 프로그램 강사로 일한 정박은자씨의 2019년 10월 <한국일보> 인터뷰에도 우리나라 성매매 여성들의 고통이 드러나 있다.
 
"저희가 만난 성매매 여성들마다 손목을 그은 흔적이 있어요. 저희는 우선 팔부터 보자고 해요. 성매매 이전에 빈곤, 가정 해체나 폭력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경우가 많아요. 성매수 남성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믿지 않으려고 합니다. 평등하게 거래하는 것이고 심지어 자신들이 돈을 줘서 여성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판타지'를 깨기 싫은 거죠."


한국일보는 "지난 2018년 성매매 여성 의료지원 491건 중 절반가량인 212건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였다. 산부인과 55건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성매매 피해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불면증, 알코올 의존증, 강박증, 조현병, 자해행위, 자살 충동 진단을 받고 있다"며 대구여성인권센터 자료집을 인용했다.
  
우리는 대부분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성매매는 '선택'의 영역조차 안 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생존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폭력의 현장,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기는 산업화 된 성매매의 틀에서 그들을 꺼내주는 방법은, 성매수자와 업주들을 처벌해 수요를 근절하고, 피해 여성들을 끌어안아 제도적으로 회복과 재활을 돕는 일뿐이다. 그리고 취약한 어린아이들에게 성매매가 '선택'으로 포장되는 일이 없도록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더욱 보완해 가야 한다.

페이드 포 -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

레이첼 모랜 (지은이), 안서진 (옮긴이), 안홍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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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살고 있는 연구자입니다. 바르셀로나의 폼페우 파브라 대학에서 박사를 마치고 박사 후 연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사이언스타임즈에 객원기자로도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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