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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해서 꼬마평화도서관(꼬평) 문 열기가 거듭 밀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꼬평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가지는 평화 책 소리 내어 읽기도 멈췄습니다.

올봄에 꼬평을 열겠다고 뜻을 밝힌 곳은 다섯 곳입니다. '이천성공회교회'를 비롯해 부천중동시장 앞에 있는 지혜를 모으는 시민모임 '모지리', 군포에 있는 '산울어린이학교'와 성수동에 새로 문을 여는 세탁소 그리고 도예가 박성욱 선생과 이금영 선생이 사는 지평 무왕리에 들어설 이야기가 있는 도자기 터 '무소'가 그곳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마스크를 하고 2020 상반기 평화 책을 읽고 있다.
▲ 책을 읽는 33번째 꼬평 아이들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마스크를 하고 2020 상반기 평화 책을 읽고 있다.
ⓒ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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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로 2월 하순에 고른 2020년 상반기 평화 책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 세계>, <아이들 파는 나라>, <선량한 차별주의자>, <나는요,>, <편지 받은 딱새>,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한 달 보름이 넘도록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일터에 쌓여 있었습니다.

꼬평을 찾는 사람이 없더라도 더는 미뤄둘 수 없어서 4월 13일 택배로 부쳤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평화 책 인증 빛그림(사진)을 찍어 보내셨습니다. 진작 보내드릴 걸 그랬나 봅니다.

가장 발 빠르게 찍어 보낸 분은 스물여섯 번째 문을 연 파주우물교회 이종민 신부님입니다. 두 번째 인증 빛그림을 보낸 분은 서른한 번째 꼬평 이상언어논술학원 이상희 선생님이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책을 읽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모습이 정겹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아 숨돌릴 겨를을 찾은 아이들은 책을 읽고 일어나면서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벅차 보이는 책까지 싹 빌려 갔다고 합니다.

열다섯 번째 꼬평 '섬진강 북스테이 호조'는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순천 농부의 부엌'을 하던 분들이 구례로 이사를 하여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우리 밀 빵과 산과 들에서 나는 채소가 어우러지는 브런치 카페를 꾸미는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돌아 문 여는 잔치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소식을 보내온 인수마을 한신대학원 '마을찻집고운울림'에 있는 서른세 번째 꼬평에서는 인스타그램에도 올렸습니다. 눈썰미 좋은 이곳 관장 성희님은 <나는요,>에 따라붙은 '쉼표가 참 맘에 든다'라 하시네요. 하마터면 쉼표를 빼먹을 뻔했어요.
  
책이 새로 들어왔다는 글을 적바림해 놓은 모습이 정겹습니다.
▲ 새로 들어온 평화 책입니다 책이 새로 들어왔다는 글을 적바림해 놓은 모습이 정겹습니다.
ⓒ 민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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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호조'를 다듬어 가는 이명정, 박문식 부부는 두 분이 나란히 앉아 <나는요,>와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읽는 따끈따끈한 빛그림도 찍어 보내 기뻤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내내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눈앞에 어른거렸는데 반가웠어요.

이 책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산을 거듭 파 들어가 '자고 일어나니 우리 집이 없어져' 도시를 떠도는 멧돼지 식구를 그렸습니다. 떠돌던 멧돼지들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몰아내고 들어앉고 말아요. 코로나19도 제집을 잃어 도시를 떠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저 멧돼지들처럼 도시에 똬리를 틀지 않도록 하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섬진강 호조 살림지이 부부가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읽고 있다
▲ 따끈따끈한 평화 책 읽는 모습 셀프 타임 섬진강 호조 살림지이 부부가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읽고 있다
ⓒ 이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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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괴로움을 겪는 가운데 다행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거리두기를 하자 뜻밖에 하늘이 맑아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도 지난해 동일 기간보다 46% 줄었다네요. 사람 발길이 끊긴 브라질 바닷가에서는 모래에 묻혀 있던 알을 깨고 백 마리에 가까운 멸종 위기 바다거북이 태어나고, 인도 바닷가에도 바다거북 수십만 마리가 알을 낳으려고 다시 바닷가를 찾았다는 소식도 반가웠습니다. 사람들은 '사람이 멈추자, 지구가 되살아나고 있다'라며 기뻐합니다.
  
부부에게 [나는요,]에 나오는 '모두 나'란 말씀이 와 박혔나 봅니다.
▲ 모두 나예요 부부에게 [나는요,]에 나오는 "모두 나"란 말씀이 와 박혔나 봅니다.
ⓒ 박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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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오월이에요. 가정의달 오월에 어버이가 놓치지 말아야 할 평화 책으로 저는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 세계>를 먼저 꼽습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어버이는 없고 아이를 아끼지 않는 선생님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정작 이 아이가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에 목말라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평생을 초등교육에 몸 바쳐온 이호철 선생이 꾸민 이 책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이들 숨결이 고스란합니다.
 
"손 씻는 세면대 말고 대걸레 빠는 세면대가 불편해서 문제다. 내 키하고 약간 비슷해서 걸레를 올려놓으면 걸레 손잡이가 위로 올라가서 내가 팔을 뻗어서 위로 들었다가 놨다가 해야 한다. 그래서 팔이 막 아프다."
 
"빨아 놓은 쫄바지가 다 말라 줄에 걸려 있었다. 엄마는 틀림없이 그 쫄바지를 입으라고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쫄바지를 잡아당기는 척하면서 물이 담긴 바가지 안에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엄마, 쫄바지 물에 빠졌어!' 했다. 엄마는 달려와서, '어머나! 어떡하지? 일단 아무거나 입어라.'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는 날아갈 듯 좋았지만, 겉으로는 섭섭한 척했다."
 
이런 아이 마음을 알고 계셨습니까? 다음 글을 볼까요?
 
숙제 못 한 사정을 이해해 준 선생님

내가 숙제를 못 한 까닭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외갓집에 갔기 때문이다. 외갓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왔는데, 거기에는 컴퓨터도 없다.

그래서 선생님이 숙제 못 한 사람 일어서라고 할 때 일어섰다. 나 말고도 지민이, 수빈이, 주은, 금별이와 남자아이들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선생님은 "미진이는 숙제를 왜 못 해 왔니?" 하고 차분하게 물었다. 난 못 한 까닭을 차근차근 말했다. 선생님은 내 이유가 정당한지 용서해 주셨다.

선생님이 나를 용서해 주시자 다른 친구들도 이런저런 탈을 댔다. 하지만 선생님은 거짓말인지 아닌지 아셨나 보다. 이야기를 다 듣지 않고도 남아서 하라고 했다.
난 선생님이 내 사정을 이해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선생님, 저도 그냥 남아서 할게요."
"그래? 그래도 된다."

난 남아서 다른 친구들과 숙제를 했다.

내가 바랐던 건 혼이 안 나는 게 아니고 내 사정을 이해해주시는 것이다. 그걸 선생님이 알아주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숙제만은 꼭 하도록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또 바쁜 일이 일어나서 못 하면 선생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그때도 이해해주실까? (4학년 여)
 
우리가 모두 여기에 나온 이 선생님처럼 아이가 놓인 처지를 헤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2020 상반기 평화 책이 다문화 아이가 웃는 빛그림과 어울려 있다.
▲ 성공회 파주우물교회 꼬마평화도서관 2020 상반기 평화 책이 다문화 아이가 웃는 빛그림과 어울려 있다.
ⓒ 이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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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평화 책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아이들 파는 나라>는 경제가 세계 10위권이 있으면서도 나라 밖으로 입양아를 내보내는 우리나라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무심한 우리를 일깨우는 책입니다. 가정의달 오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말고 입양의날도 있습니다. 아셨나요? 5월 11일이 바로 그날인데요.

어버이가 키울 처지가 되지 않는 아이를 나라 밖으로 내보내지 말고 나라 안에 사는 사람들이 품자고 나선 이들이 만든 날입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도 우리가 멀쩡한 얼굴을 하며 저도 모르게 저지르는 차별을 드러내며 '모두 나'라고 흔듭니다. <편지 받은 딱새>는 할아버지가 우편함을 둥지 삼은 딱새를 품으며 '모두 나'라는 것을 넌지시 드러내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코로나19로 바깥 나들이하기 어려운 요즈음, 바람 쐬러 나갈 때 꼬마평화도서관에 살짝 들려 새로 우리 마을에 찾아온 평화 책을 빌려다가 '모두 나'를 느껴보면 어떨까요?

태그:#꼬평선정2020상반기 평화 책, #꼬마평화도서관, #코로나19와 평화, #섬진강 북스테이 호조, #마을찻집고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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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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