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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귀찮게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 질문에 대다수는 '복리 후생' 혹은 '법에 있으니까'라고 대답할 것이다. 일단 둘 다 맞다.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건강검진을 비롯한 포괄적인 건강관리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노사 관계에 있어 발전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법적 근거 또한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과 관련한 법이 상당수 일본과 유사한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배려(配慮)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여 사업주로 하여금 노동자 건강배려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상에는 '배려'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지만 법의 목적에 노동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시켜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근로계약상 사업주의 부수적 의무로 부여하고 있다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업무로 인한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만이 아닌 개인 질병에 대해서도 충분한 배려를 위한 노력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며 그 배려의무의 일환으로 주기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게끔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기 질문에 대해 필자는 한 가지 더 언급하곤 하는데 이는 인적자원 관리의 경제성 혹은 생산성의 향상에 대한 측면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노동자가 아플 경우 경제적 손실은 의료비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비용(직접비) 외에도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비용(간접비)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이에 대체인적자원의 모집, 선발, 배치, 개발훈련에 필요한 비용, 해당 노동자의 경험과 장점의 소실 등으로 인한 비용이 포함된다.

1926년 미국의 유명한 안전공학자인 하인리히(Heinrich)는 재해손실로 인해 직접비의 4배에 해당하는 간접비가 추가로 소요된다고 예측했으며 이 비율은 현재까지도 노동력 손실비용을 예측하는데 주로 쓰인다. 물론 직종과 연구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근에는 그 비율이 최고 20배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으며 심지어 직접비 손실 없이 간접비만 발생하는 특수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보고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노동력 상실이 발생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듯 드러나는 손실에 집중하기 마련이라 그 피해를 과소평가하기 쉽다. 이 때문에 사전 사고예방이나 건강관리에 드는 비용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사후 손실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당시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사업주들은 사정이 어려울 때마다 투자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한 분야가 노동자의 '안전보건'이었고 이에 궤를 같이한 국회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배려의무를 상당 부분 무력화했던 경험이 있다. 이는 오로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복지' 문제로만 생각한 조처였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도 지난 과오를 답습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설령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안전과 보건분야 투자가 쉽게 축소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노동자가 건강을 잃었을 때 실제 손실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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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청소년 고용노동교육(노동인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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