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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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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의 카드가 또 꺾였다. 하지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1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 판사 표현덕 김규동)는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형사1부)의 '편파 진행'을 문제 삼아 2월 24일 법원에 낸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이 사건 법관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재판을 하겠다는 예단을 가지고 양형심리 대상과 방법을 결정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양형심리와 관련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는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는 이유였다.

법원 결정에도... 여전히 물음표 남는 이재용 재판

특검은 결정문 확인 후 최종 방침을 정할 계획이지만 재항고를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정준영 부장판사의 진행 문제는 사실 첫 공판부터 불거졌다. 특검은 좀더 지켜봤다. 그러나 정 부장판사가 거듭 삼성의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이재용 부회장 양형심리의 잣대로 삼겠다 하고,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 관련 자료들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자 "피고인 이재용 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재판장 기피를 신청했다(관련기사: "이재용 집행유예 결론 뻔해" 특검, 재판장 기피신청).

기피신청사건 재판부는 특검 주장을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가 삼성에 준법감시제도를 제안하며 언급한 미국 연방양형기준 8장은 개인이 아닌 기업이나 조직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법원은 그 이유만으로 해당 제도를 양형심리 대상으로 삼을 수 없진 않다고 했다. 뇌물·횡령범죄의 양형기준에서 '진지한 반성'을 양형요소로 정한 만큼, 피고인들이 준법감시제도를 제대로 운영해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양형사유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형사소송법의 전문심리위원제도를 이용해 준법감시제도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겠다는 정준영 부장판사의 방침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것만으로는 그가 '삼성의 준법감시제도 도입 = 이재용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라는 최종 의사를 밝혔다고 볼 수 없고, 자의적이고 부당한 소송지휘권 행사도 아니라는 이유였다. 또 삼성바이오 수사 자료는 증거로 채택할 필요성이 불분명하다고 봤다. "심리기간 중 당당하게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을 하라"는 등 구설에 올랐던 정 부장판사 발언 역시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로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미 이 사건의 유무죄를 확정했다. 남은 것은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충분한 책임을 묻는 일뿐이다. 하지만 재판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채로 특검이 당장 재판 복귀를 택할까? 확률은 낮다. 특검 관계자는 기피신청 당시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도 "충분히 고민했다, (이대로 진행되면 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라는) 결론이 너무 뻔하다"고 했다.

대법원의 '삼성 선례'도 있다. 2019년 1월 4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 2심 재판부를 변경해달라는 기피신청을 받아들였다. 임 전 고문은 재판장 강민구 부장판사가 2015~2016년 부산지방법원장 재직시절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 가깝게 지낸 만큼 재판이 삼성 총수 일가에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서울고법에 기피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당시 대법원은 강민구 부장판사와 장충기 전 사장의 관계 등이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고, 그러한 의심이 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소송당사자들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재판 자체가 불공정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살핀 결론이었다. 이미 시민사회계는 물론 여야 국회의원들이 재판부의 편파진행을 우려한 이재용 부회장 재판도 이때와 상황은 비슷하다(관련기사 : "대한민국 법은 이재용 앞에선 왜 이렇게 물러터졌나").

아니라지만... 조용히 명분 쌓고 있는 준법감시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왼쪽 네 번째)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범죄 진상규명 및 법원의 공정한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4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왼쪽 네 번째)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범죄 진상규명 및 법원의 공정한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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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봐주기' 명분을 하나 둘 쌓고 있다. 3월 11일 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등 7개 관계사에 '30일 이내에 답해달라'며 권고문을 보냈다. 시작도, 끝도 이재용이었다.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승계'와 관련 있었다고 본다"며 "그룹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는 물론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와 관련하여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들에게 공표하라"고 당부했다. 또 "위원회 활동과 총수 형사재판 관련성 논란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원회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 부회장 등 삼성의 대응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논의 일정에 불가피한 차질이 생겼다'는 삼성 요청을 받아들여 답변 시한을 5월 11일로 늦춘 상태다. 김지형 위원장은 "위원회가 원래 정해준 기한을 삼성 측에서 지키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삼성은 최대한 하루라도 앞당겨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내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21일 오후 임시위원회를 열어 후속 대응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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