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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영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사회학자로서의 성찰을 담은 칼럼을 연재합니다.[편집자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수요가 폭증한 지난 3월,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노원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성인용 5천장, 유아용 5천장을 1인 5매 한정 선착순 판매했다. 줄을 선 시민들이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수요가 폭증한 지난 3월,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노원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성인용 5천장, 유아용 5천장을 1인 5매 한정 선착순 판매했다. 줄을 선 시민들이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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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 상황을 생각해본다. 누군가가 실내에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좀 불편했던 것 같다. 음, 왠지 솔직하지 않은 느낌? 뭔가를 가리고 싶은 마음? 소통 거부 의사의 잠재적 표현?

나도 어떤 학생이 수업시간에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을 경우 감기에 걸렸다거나 하는 등의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벗어주면 고맙겠다 말하곤 했다. 그리고 겨울에 방한용 마스크를 꼭 챙기면서도, 춥지도 않고 미세먼지도 없는 때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는 것은 연예인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마스크에 대한 '고정관념'이 한동안 바뀌지 않아 마스크 쓰는 사람들을 '디스'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지만, 이 바이러스의 성격을 알고는 '앗 뜨거워' 하는 모양이다.

누구나 나도 모르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중증 기저질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관련 증상도 없는 내가 마스크를, 실내에서는 특히나, 써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학적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사태에서 '무증상감염 가능성'이 제일 무섭다. 전문가들 의견에 의하면, 기저질환이 없는 비노약자의 경우 독한 감기처럼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내가 감염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심각하게 걱정이 되진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내 자신이 감당해야 할 문제이다. 그것보다 몇 배 더 큰 걱정이 바로 내가 부지불식간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마스크의 '이미지 전복'이 일어난다. 마스크는 본디 추위로부터, 미세먼지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물건이었고, 어떤 이유에서건 내 얼굴을 가리고 싶을 때 유용했지만, 마스크는 이제 나를 보호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보호'한다는 것이 훨씬 더 큰 중요성을 가지는 상징성을 가지게 되었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보면, 배려심 없고 무례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마스크: 배려의 가시성을 보여주다

다른 형태로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무례한 사람들은 물론 적지 않다. 그러나 마스크는 가시성이 100%라는 특성을 지닌다. 마스크의 즉각적 가시성! 누가 확진자인지 접촉자인지 알 수 없는 비가시성의 상황에서 마스크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있음을 가시화시켜 준다. 하여 현재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나는 확진자가 아니다'라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광고하며 돌아다니는 것에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사회 각 분야 관련 종사자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의 불편 정도 겪는 처지라 죄송한 마음이 크지만, 언급했듯이 이 와중에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내가 나도 모르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생각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모두의 반성을 촉구한다

과연 이번뿐일까? 내가 나도 모르게 가해자였던 적이 지금까지 과연 없었을까? 선생으로서, 어른으로서, 운전자로서, 내국인으로서... 차고 넘쳤을 것이다. 내가 몰랐을 뿐.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내게 이 진실을 눈앞에 펼쳐 놓는다. 아프다.

코로나19 사태가 내게 반성을 부른다. 나는 가해자가 아니라고 큰소리치지 말라고. 다른 사람 차별하지 않았다고, 누군가를 기만하지 않았다고, 아무도 괴롭히지 않았다고 자신하지 말라고. 아마 본인만 몰랐을 수도 있다는 것을 코로나19 마스크가 알려준다. 도가 넘친 '강한 확신'은 위험한 것이라고. 우리 모두, 누구도 예외 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 어디서나 잠재적 가해자일 수 있다고. 서로에 대한 '과도한 배려'가 요청되는 시간이 흘러간다.

 

태그:#코로나19, #타인을보호하라, #마스크, #사회학, #잠재적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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