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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에 진도 9.0의 대지진이 났을 때 쓰나미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가마이 시의 한 서점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고 한다.
 
"어떤 책이든 좋으니 아무튼 책을 좀..." 하며 앞다퉈 사 갔고, 그 후로는 아직 책이 들어오지 못해 서가도 평대도 텅 비어버렸단다. 전기며 수도, 가스 같은 라이프라인도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점을 찾는 손님이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어린아이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겁이 나서 울고, 노인들은 불안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그때 왜 책이었을까. 나는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일상을 되돌리기 위해 항상 곁에 있던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때 머리에 떠오른 것이 책이 아니었을까."
- 다구치 미키토,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중에서

전국을 넘어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사태 앞에서 하루하루 절체절명의 날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신규 환자발생이 일주일째 1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25일 0시 기준). 진정 국면에 접어드나 싶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염병의 특성상 아직도 일부 현장은 아슬아슬한 하루를 보내고 있고, 국민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위급한 순간에 책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정말 그 정도일까?'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을 편집하면서, 또 여러 곳에 소개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솔직히 좀 비현실적인 드라마 같은 이야기라며 웃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위급한 순간에 정말 책이 힘을 주고 희망이 된다는 실감을 코로나19를 맞으며 온 마음으로 절실히 경험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수백 명씩 증가한다는 뉴스에 우리가 패닉에 빠질 때 한 동네서점에서 '대구에 책 보내기 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SNS에서 본 적이 있다. "집에서 나갈 수 없는, 답답한" 대구시민들을 위해 책 나눔을 한다는 것이었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수많은 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동참하신 듯했다. 온통 마스크와 생필품 구할 생각만 할 것 같은데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자 애쓰는 자체가 감동이었다. 특히 책 한 권으로 마음에 평안함과 위안을 줄 수 있다는 마음은 참 현명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는 또 한 권의 책을 알리고 싶다.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학이사, 2020)는 대구 지역출판사에서 펴낸 '코로나19 대구 시민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지역의 출판사가 "지금 이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 훗날 모두에게 타산지석으로 삼게 하자고,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보자고" 엮은 책이다.

카페, 식당, 학원 교습소, 세탁소, 도서관, 학교 등등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대구 시민 51명의 기록을 담았다.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남기고 싶어 엮었다는 이 책에는 그래서 더 생생한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코로나19 대구 시민의 기록 신중현 엮음,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학이사, 2020)
▲ 코로나19 대구 시민의 기록 신중현 엮음,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학이사, 2020)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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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일거리가 다 끊긴, 생계 활동이 다 멈춘 망연자실함, 요양원 301호 벽 쪽 침대 한 칸에 계신 엄마를 두 달이 넘어가도록 못 뵙는 애끓음, 세상이 멈춰 아이들만 두고 직장으로 향해야 하는 워킹맘의 암담함 등에 치솟는 목울음을 꾹꾹 누른다.

하지만 엮은이의 말처럼 이 책에는 '반전'이 있다.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라는 제목처럼 이 모든 기록의 곳곳에서 자신보다 이웃을 염려하고, 감사하고, 용기를 전하고픈 마음들이 녹아 있다. 그때에도, 무려 그때에도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카페 문을 닫은 지 6일째이다. (중략) 동산병원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그곳에는 인스턴트커피는 많은데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기가 힘들다고 들었다. 그래서 커피 재료상에 가서 더치커피 내리는 장비를 샀다. 의료진들이 잠시 쉬는 시간 마실 수 있도록 더치커피를 준비했다.
- 권도훈, '당신들이 이상화고, 유관순이고, 안중근입니다'에서
마침 쪽방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것과 한사랑 사회복지법인 통합어린이집 교사용 마스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내와 긴급하게 회의를 하였다. 아내의 적극적 동의로 마스크를 만들어 돌리자는 결론이 금방 났다. 아내는 손목시계값으로 마스크 원단을 구입하자고까지 하였다.
- 이종일, '코로나를 관통하며'에서 

그야말로 '난리통'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자 사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울컥하기도 많이 울컥했던 날들이었다.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말에 전국에서 의료진이 대구로 몰려오고, 마스크니 생필품이니 하는 것들이 대구로 전해지고 각지에서 온갖 형태로 도움과 온정이 이어졌을 때의 이야기다.

요즘 대구시의 행정에 분노하고, 총선 결과 때문에 대구 시민에게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타 지역의 지인들에게 많이 듣고 있다. 나는 염치없이 결과만 보지 말고 그 속에서 움트고 있는 희망의 수치도 봐달라고 말한다. 증오와 분노, 질책과 멸시는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한다.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를 읽으며 위로와 위안은 어디에서 어디로 전해지는가를 생각한다. 희망을 꿈꾸는 인간의 마음은 어디까지 가능한가도 생각한다. 위로와 위안, 희망과 사랑... 분명하고 확실한 건, 이 좋은 것들은 어디에서 생겨났든 어디에서고 머무르지 않고 곳곳으로 번지고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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