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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법으로 혈장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완치자 혈장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다. 자연스럽게 혈장 확보에 시선이 쏠린다. 질병관리본부는 완치자로부터 혈장을 기증받고 있다. 금전 이득이 없는 무상 공여 원칙이다. 사실 기증만으로 충분한 혈장을 수급하기는 어렵다. 한 명을 치료하는데 여러 명의 혈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혈장을 확보하기 위해서 혈장 제공자에게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완치자들에게 혈장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혈장 제공 시 적절한 보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혈장을 제공한 완치자에게 금전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150밀리리터당 1천250루블, 약 2만원 규모다.

혈장 제공에 '보상' 하는 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이 방법을 부정적으로 볼 듯하다. 책 제목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샌델은 인간을 사물화 할 수 있는 분야는, 금전 인센티브를 포함한 시장 거래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샌델의 주장과 그 근거를 찬찬히 따라가 보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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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시장은 과연 완벽할까?

경제학자들은 자유 시장의 우월함을 강조한다. 시장 거래 관점에서 보면 거래의 양쪽 당사자는 모두 이익을 얻는다. 혈장을 파는 사람은 돈을 벌어 좋고 구매한 사람은 병을 치료할 수 있어 좋다.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니, 시장 거래에서 사회적 효용은 증가한다. 즉 다 같이 행복해진다.

자유 시장의 장점이 경제학자로부터 전파되고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휩쓸면서 많은 것들이 돈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마약에 중독된 아기를 방지하기 위해 마약 중독 여성에게 불임시술을 대가로 현금을 준다. 시한부 환자의 생명보험은 자유 시장에서 거래된다. 몇몇 나라는 혈액도 헌혈 같은 기증이 아닌 돈으로 사고판다. 하지만 이런 재화들을 사고팔다 보면 마음속 한구석에 알 수 없는 찜찜함이 생긴다. 자유 시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샌델은 자유 시장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자유 시장은 진정한 '자유' 시장이 아니다. 판매자가 반 강압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아서다. 대다수 마약 중독 여성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에, 생식능력을 '반강제'로 돈으로 거래한다. 여생을 편하게 보내고 싶은 가난한 시한부는 생명보험을 팔아서라도 금전을 얻으려 한다. 생계유지가 어려운 사람은 피를 팔아서라도 돈을 벌려고 한다. 삶이 위태로운 판매자에게 시장은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둘째, 본질이 중요해 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사회적 재화들이 있다. 예컨대 여성의 생식능력은 스위치처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출산을 다루는 신성한 재화다. 이런 건 시장이 다룰 수 없다. 생명을 돈으로 보는 생명보험 시장, 인간을 사물화하는 혈액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재화들을 물질화하면, 그 재화의 본질과 규범에 크나큰 상처를 입힌다. 우리가 매춘, 장기 거래를 부도덕하다고 보는 것도 인간이란 본질을 사물화해 해를 끼쳐서다.

효용 이전에 중요한 건 재화의 '본질'

샌델은 자유 시장에 대한 두 가지 반박 중, 후자에 더 무게를 둔다. 평등한 상태에서 진정 자유롭게 거래해도 재화의 본질이 여전히 중요한 경우가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선물이다.

상대가 신발을 요구하면 신발을, 원피스를 원하면 원피스를 선물한다. 선물 받은 이는 자신이 가장 필요한 것을 갖고 선물한 자는 상대방의 호의를 얻는다. 그래야 양측의 효용이 최대로 달성돼, 자유 시장의 목적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선물을 이런 식으로 주고받지 않는다. 선물이란 재화의 본질에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장 감동적인 선물은 '게임기 사고 싶다'라고 외치게 했던 그 게임기가 아니다.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나를 생각한 흔적이 보이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예측 가능한 비싼 게임기 선물보다, 책 한 권에 진심이 담긴 손편지가 때론 더 감동적일 수 있는 이유다. 마음, 감동 같은 규범에 효용을 따지면 되레 그 가치는 퇴색한다.

샌델은 선물을 비롯해 자유 거래에 앞서 사물의 본질을 살펴야 할 사례들을 열거한다. 핵폐기장, 스포츠 경기장 좌석은 흥미로운 예시다. 핵폐기물 저장소는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지역사회에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핵폐기장을 설치하면, '함께'라는 규범을 해친다. 프로 스포츠 경기장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수만 명의 지역민이 하나 되는 행사장이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 앉는 좌석이 달라진다면, '하나 됨'이란 본질에 해악이 된다.

비시장 규범, 공적 토의로 활성화해야!

샌델은 이 같이 돈으로 거래하면 그 본질에 해를 입는 재화들은, 비시장 규범이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여성의 생식능력, 생명보험, 혈액, 선물, 핵폐기장, 스포츠 경기장 좌석 등이 그 예시들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시장화 됐을 때 상처 입고 변질하는 재화들이 무엇인지는 누가 정해줄까? 보호받아야 할 재화가 어떤 것이어야 할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지 않을까? 샌델은 공적 담론으로, 즉 사회적 토론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혈장으로 돌아와 보자. 왜 우리 의학계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돈으로 구매하지 않고 기부받을까? 조양래 생물학 박사가 의료 전문 뉴스 <메디게이트뉴스>에 쓴 글을 보면 '도의적인 이유 때문에 채혈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관점이 전문의들 사이에 퍼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샌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의학계는 혈장이란 재화는 비시장 규범으로 다뤄야 함을 합의한 상태다. 그래서 혈장에 금전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자유 시장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게 돕는다. 비시장 규범이 포괄해야 할 사회적 재화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와 규범도 흐릿하게나마 엿볼 수 있다. 물론 샌델 주장처럼 사회적 토의로 비시장 규범이 더 중요한 영역을 명확히 도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지언정 '시장이 다뤄선 안 돼'라고 생각하게 하는 재화들은 분명 존재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와이즈베리(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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