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현주 아나운서

지난 29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현주 아나운서 ⓒ MBC

 
"제가 2년 전에 아침뉴스를 진행할 때 안경을 썼는데, 그게 낯선 모습이었나봐요. 그래서 온갖 뉴스에서 (제가 안경 쓰고 뉴스 진행한 것을) 하루종일 다 기사를 내고 그리고 나서 BBC,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연락이 많이 왔어요. 안경 하나로 상상도 못한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지난 29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에는 '여인천하'라는 부제로 임현주 아나운서가 출연하여 눈길을 끌었다. 그가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이 속칭 신박하게 다가온 것 같다. 안경 쓰고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지상파 뉴스에서 여성 앵커가 안경을 쓴 모습 자체로 많은 관심이 모였기 때문이다.

"여성 앵커가 안경을 끼는 게 익숙한 나라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한국에서 안경을 낀 게 왜 이슈나?'하는 물음이었어요. 저 역시  수없이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며 '왜 안경을 쓴 게 이토록 화젯거리이지' 하는 의문이 들었구요."

안경을 쓰고 뉴스 진행을 한 것이 내부적으로 협의된 사안아니었나 하는 MC들의 질문에, "당시 함께 뉴스를 진행했던 박경추 아나운서의 지지가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연 임현주 아나운서는 "그런데 그걸 협의하는게 이상한 일이잖아요"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처럼 남자 앵커들은 이미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그간 안경을 쓴 여성 앵커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이상하게 보거나 용납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사실 안경은 아나운서 방송인뿐만 아니라 단정한 외모를 노동 기준으로 제시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해서는 안되는 불문율과 같았다. 안경을 쓴 스튜어디스를 본 적이 있는가? 심지어 몇 년전만 해도 CGV 등과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 아르바이트 직원조차 단정한 용모를 유지해야한다는 이유로 안경 착용이 허용되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안경 끼고 앵커석에 앉으니까, PD, 카메라, 조명 감독님 등이 다가와서 '왜 안경 꼈어?' 연이어 물어보시는거예요. 그래서 '오늘 한번 안경 껴보고 할게요' 했는데 저도 온에어가 되기 전에는 너무 떨리는 거예요. 일단 화면에 비춰질 내 모습이 예측이 안되고, '보는 시청자들이 내 모습을 낯설어 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긴장되고, 2시간 뉴스를 진행하는 동안 계속 신경쓰였던 것 같아요. 다행이도 보도국 내에서도 공감해주시고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이미지의 강요

 
 지난 29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현주 아나운서

지난 29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현주 아나운서 ⓒ MBC

 
안경 착용만으로 그간 여성 아나운서에게 암묵적으로 강요되어온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성공을 거둔 임현주 아나운서의 도전은 안경에서 끝나지 않았다. 과거 안해본 다이어트가 없을 정도로 외모 강박이 심했다던 임현주 아나운서는 이제는 옷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닌 스타일도 사이즈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내추럴 사이즈 아나운서로 변모하고 있었다. 이날 <라디오스타> 녹화 또한 안경을 쓰고 핏이 넉넉한 사이즈의 자켓과 셔츠, 바지를 입고 방송에 임한 임현주 아나운서는 최근 화제가 되었던 노브라 챌린지 방송 출연 후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노브라 챌린지 방송 참여 후기를 올린 이후, 관종(남들의 이목을 끌고 싶어하는 사람) 같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여성들로부터 '사실 저도…노브라로 많이 다녀요'라는 고백을 받았고, 노브라에 대한 어색한 시선을 바꾸는데 목소리를 내줘서 고맙다는 응원과 지지 또한 많이 받아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안경뿐만 아니라 노브라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데 일조 하기도 했던 임현주 아나운서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비롯된 발언에도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도 MC들이 방송 내내 박해미, 홍윤화, 율희 등 함께 출연한 게스트들에게 건넨 "여성스럽다"는 말이 매우 거슬렸다던 임 아나운서는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 등 성 고정관념이 만든 편견은 지양해야한다"면서 자신의 소신을 이어나간다. "그럼 (여성스럽다는 표현 대신) 뭐라고 표현해야해?"라고 물어보는 박해미에 대한 질문에 대한 임현주 아나운서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지난 29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현주 아나운서

지난 29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현주 아나운서 ⓒ MBC

 
"너답다. 매력있다."

임현주 아나운서가 그간 한국의 어느 여성 아나운서, 앵커가 하지 않았던 안경 착용, 노브라 방송을 시도하고 활발히 이어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임현주답게 살아가기 위함이다. 임현주 아나운서 이전에 한국에서 안경을 쓰고 노브라로 방송을 하는 아나운서도 보기 힘들었지만, 공중파 예능에서 일상에서 공공연히 벌이지는 성 편견적인 발언에 강력하게 문제 제기하는 여성 방송인은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그간 여성 방송인, 아나운서에게 과도하게 씌워졌던 코르셋을 임현주답게 하나둘씩 벗어버리는 정의로운 사회 운동가 임현주 아나운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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