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의 '트롤'이 돌아왔다. 2016년에 개봉한 <트롤>을 상기하며 돌아오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이 아플 정도로 스크린을 꽉꽉 채운 현란한 색깔과 반짝이는 글리터가 아니었다면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지루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전편처럼 유치찬란할 지라도 코로나 19로 구경도 못하고 지나간 봄꽃을 보듯 터질 듯한 분홍색이나 질리도록 구경하자는 심산이었다. 기대감이 거의 없었던 탓일까, 극장에 가지 못한 시간이 너무 길어 그저 영화관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기쁨 탓이었을까. 반갑게도 전편보다 재미있는 속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트롤: 월드 투어> 포스터

영화 <트롤: 월드 투어> 포스터 ⓒ 유니버셜픽쳐스

 
예상했듯 봄꽃이 아쉽지 않을 만큼 채도와 명도가 널뛰는 다채로운 색깔들의 향연이었다. 더이상의 비비드를 구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색깔들은 귀엽고 깜찍한 트롤들과 무척 잘 어울린다. 글리터까지 난무해 자칫 하늘로 날아갈 듯 현란한 색깔들을 잡아주는 건 '펠트'를 비롯한 헝겊 소재들이 주는 느낌이다. 펠트가 주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원색이 발현하는 강렬한 감각을 야기할 수 있는 피로도를 살짝 중화시킨다. 

영화 <트롤: 월드 투어>는 전편처럼 다양한 섬유 소재들의 느낌을 잘 살린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기술로 구현한 것보다는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낸 예술이겠지만 실제인 듯 질감이 살아있다. 내용 진행상 필요에 따라 화려한 그림으로 표현된 장면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이제 애니이션에 대해 표현의 실재감과 자연스러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더이상 필요없는 일인 것 같다.

색감만큼이나 다채로운 것은 '음악'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들의 향연 역시 영화의 빠질 수 없는 매력이다. 팝, 록, 컨트리, 펑키, 테크노, 클래식으로 구분된 트롤들의 노래 뿐 아니라, 요들, K팝, 레게,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더빙이 아닌 자막판에서 우리나라 말로 불려지는 노래가 들려오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영화 <트롤: 월드 투어> 한 장면

영화 <트롤: 월드 투어>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

 
'스트링'으로 표현한 음악의 대표적인 장르 구분에 살짝 의문이 가지만,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락 음악이 악역으로 설정되어 있어 팬들이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캐릭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강렬하게 날아가 쏘는 레이저처럼 그려진 찢어질 듯한 굉음을 락 음악이 아닌 다른 어떤 음악에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겠는가.

음악을 주요 소재로 하는 애니메이션인 만큼 음악에 대한 시각적 변환은 영화의 주요 성공 요소 중 하나일 것이었다. 영화 <트롤: 월드 투어>는 각 장르의 음악이 가지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발상을 골고루 잘 사용해 듣는 음악을 그려내고 있다.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팝 음악이나 검고 어두우나 강렬한 락 음악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그 느낌 그대로 제대로 살아있다. 펑키 음악의 모습을 진득하게 늘어지는 동시에 펑하고 터지는 방울로, 다른 음악보다 표현에 있어 자유로운 테크노 음악을 바다로, 그 음악을 즐기는 테크노 트롤을 형광빛 물고기로 표현한 것은 신선하다. 켄타우로스를 연상시키는 네 발 달린 말 형상을 한 컨트리 트롤은 그 재미있는 발상에 웃음이 난다.

음악의 장르적인 특성을 강하게 풍기며 다양하게 표현된 트롤들은 영화 <트롤: 월드 투어>가 지향하는 내용과도 잘 어우러졌다. 영화의 메세지는 시종일관 분명하게 드러나나 진행되는 스토리를 망치지는 않는다. 락 음악으로 트롤 세계를 통합하려는 락 트롤 여왕 바브와 맞서는 팝 트롤 여왕 파피의 대결을 그리는 서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눈높이로 진행되는 단순한 스토리에 적절한 교훈과 감동이 과하지 않게 가미된다. 화합은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메세지와 음악의 기본 요소인 '하모니'의 관계는 잘 어우러진다.

락이 최고의 음악이라는 바브에게 '그들을 그대로 살게 두어라. 너도 그렇게 살거라'라는 아빠의 충고는 상대의 뜻과 반하는 결박은 결국 자신을 구속하고 불행하게 만든다는 다소 철학적인 명제도 상기시킨다.
 
 영화 <트롤: 월드 투어> 한 장면

영화 <트롤: 월드 투어>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의 무기는 '허그'라고 말하면서도 자기 주장만 하는 파피의 모습은 큰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라는 깨우침도 전해준다. 음악에 귀 기울이듯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갈등과 반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듣는 것은 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양한 소리의 음악들이 증언한다.
 
갈등의 막바지 음악이 모두 사라진 암흑의 순간, 음악이 다시 시작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영화 <트롤: 월드 투어>가 찾아낸 소리의 시작점은 작지만 아름답다. 모두가 품은 작은 소리는 우리는 다르더라도 사실 하나에서 출발한 같은 존재임을 일깨운다. 소리의 변환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하모니는 다름이 만들어내는 장면과 소리를 아름답게 구현한다.

코리나 19가 전 지구적인 문제로 떠오른 요즘, 영화 <트롤: 월트 투어>의 내용과 메시지는 이 상황과 결코 유리되어 있지 않다. 세계 각국이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어떻게 협력해 나가야 하는지, 모두가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를 한번쯤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노래가 많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볼 때면 늘 자막이냐, 더빙이냐는 고민에 휩싸인다. <트롤: 월드 투어는>는 어느 쪽을 보더라도 나쁘지 않다. 자막판도 좋지만 더빙판도 그에 못지 않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웬디와 로운의 더빙은 나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훌륭하기까지 하다. 더빙판을 본다면 자막판이, 자막판을 본다면 더빙판이 보고 싶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들도 어른들도 즐겁고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정의 달에 잘 어울리는 영화이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우울감도 살짝 달래줄 기분 좋은 영화이다. 무리하지 않고 '생활방역지침'을 잘 지키며 관람하면 좋을 듯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선영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트롤월드투어리뷰 트롤월드투어내용 트롤월드투어후기 트롤월드투어주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한 귀퉁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녀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