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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에 산다. 앞집 동네 형님은 고양시와 인접한 파주시에 사업장이 있다. 부부가 매일 오전에 출근해 오후 7시 무렵 집에 온다. 거의 종일 있게 되는 사업장 인근의 마트에서 식료품은 물론 생필품들을 주로 사 오곤 했다.

이런 형님이 얼마 전 푸념한다. 고양시나 파주시나 다 같은 경기도지만 고양시에서 받은 경기도 재난지원금(경기도형 재난소득. 아래 경기도 지원금)은 고양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파주시에서 주로 장을 봐왔던지라 어디에서 쓸 수 있는지 아는 곳이 거의 없다는 거다.

20대 두 아이와 살아 치킨 등을 배달해 먹기도 하는 우리와 달리 전혀 시켜 먹지 않는 형님네다. 밭을 일구다 보니 어지간한 것들은 거둬 먹는다. 그래서 이즈음부터 김장 무렵까지 채소 사 먹을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재난지원금으로 생필품도 좀 사고 싶은데 쉽지 않다는 거다.
 
 재난지원금을 쓰고자 찾은 한 재래시장 모습이다. 재난지원금 덕분일까. 눈에 띄게 젊은 소비자들이 늘었다. 이들을 계속 발걸음 하게 할 것인가. 외면하게 할 것인가. 재난지원금이 재래시장이나 동네마트의 장점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난지원금을 쓰고자 찾은 한 재래시장 모습이다. 재난지원금 덕분일까. 눈에 띄게 젊은 소비자들이 늘었다. 이들을 계속 발걸음 하게 할 것인가. 외면하게 할 것인가. 재난지원금이 재래시장이나 동네마트의 장점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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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지원금을 쓰고자 찾은 한 재래시장. 젊은 세대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재난지원금을 쓰고자 찾은 한 재래시장. 젊은 세대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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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게 좀 있어서 지난주 갔다는 그 마트에 어제 또 갔거든. 그런데 며칠 전 처음 갔을 때보다 오른 것 같더라. 정확하게 뭐가 얼마나 올랐다 콕 찍어 말할 순 없는데 하여간 오른 것은 맞는 것 같아. 우리처럼 한두 번 간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자주 이용했던 사람들은 물건값 올린 게 보이나, 좀 돌아보는데 죄다 올렸다고 투덜대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리더라고.

재난지원금이 사실 공짜나 다름없잖아. 그런데 아무 데서나 못쓰지, 정해진 날짜까지 써야만 하지, 그러니 좀 비싸도 마트에서 살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것을 이용해 값을 올리냐? 요즘 물건값 죄다 올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있더구먼. 정말 그런가 보다."


형님은 일주일 전쯤 한동네 사는 아무개가 재난지원금 쓸 수 있는 곳을 알려줘서 가봤는데 괜찮은 것 같다며 다음에 함께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5일 다시 갔다 와서 하는 말이다.

사실 열흘 전쯤에도 형님은 나도 알고 있는 인근 P 마트를 들먹이며 비슷한 이야길 했다. "얼마 전만 해도 그렇게 비싼 곳이 아니었는데 너무나 비싸졌다"고. 설마 그럴까. 그동안 워낙 싸게(지난 몇 년 파주시 소재 마트에서 산 물건들 이야길 많이 했던지라) 구입하곤 해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는 거겠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도 며칠 전 그 P 마트에서 형님이 느꼈을 것과 비슷한, '무엇을, 얼마나 올렸는지 정확하게 어찌 말할 순 없지만 아무튼 오른 것은 분명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침 세제를 사야 했다. 그래서 몇 가지 생필품도 함께 사오자 싶어 간 거였다. 그런데 더러 이용할 때와 달리 비싸다는 생각에 식재료 몇 가지와 두루마리 휴지 한 통만 사 왔었다. 나와 같은 느낌이었는지 남편도 돌아오는 길에 말했다. "비싸진 것 같다"고.

지난 금요일 찾은, 경기지역화폐 앱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마트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비싸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평소 오프라인 매장은 유통구조 상 좀 비쌀 수밖에 없다는 전제로 이용하곤 했던지라 별생각 없이 3만 8천 원가량의 재난지원금을 썼다.

그 마트는 대형할인마트 계열 마트와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찾은 마트에도 손님들이 왔지만, 맞은편 대형마트 계열 마트를 이용하는 사람은 눈에 띄게 많았다. 그걸 보며 나도 모르게 약자에게 느끼는 동정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몇 년 전까지 영세자영업자로 가게를 꾸리며 느꼈던 고충들도 떠오르면서. '온라인과 크게 차이가 없다면 이곳에 와서 사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그다음 날 흔들렸다. 그날 사 온 채소를 다듬자고 보니 겉과 달리 안쪽의 것은 형편없어 반절 이상을 버려야 했다. 사실 그 나물은 한눈에도 비쌌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것이 좋아 보였고, 이제 나오기 시작하는 나물이라 지레짐작하고 산 것.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가게 주인도 어쩌면 모르고 물건을 들였는지 모른다 생각하고 있었다. 
 
 5월 6일 새벽 1시 무렵 포털 뉴스 캡쳐.
 5월 6일 새벽 1시 무렵 포털 뉴스 캡쳐.
ⓒ 해당 포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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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5일 '재난지원금 풀리자 동네마트들이 가격을 올렸다'와 같은 뉴스들이 보도된 것을 보면 형님이나 내가 느낀 게 사실이었나 보다. 게다가 재난지원금 풀리자 가격 올린 동네 마트 세무조사나 마땅한 조치를 할 거라는 뉴스들까지 보도되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심각해보였다.

틈나는 대로 나들이 삼아 동네 곳곳을 탐방하든, 경기지역화폐 앱을 통해 가맹점들을 찾아서든 재난지원금을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그와 같은 뉴스를 접한 후에는 나도 모르게 계산을 하고 있다.

두 마트처럼 좋은 마음으로 찾았다가 씁쓸한 마음을 갖느니 식료품이나 생필품은 이전처럼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재난지원금으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나, 정황상 물건값을 올리지 못하는 그런 것들을 사야하나, 뭐 그런.

장사하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지원정책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어떤 이유에서였든 그동안 재래시장이나 동네마트 등을 찾지 않았던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을 쓰고자 발걸음 할 가능성이 많다.

그들이 계속 발걸음 할 수 있는 장점을 느끼게 할 것인가. 영영 뒤돌아서게 할 것인가는 장사하는 사람에 달렸다. 지금이야말로 재래시장이나 동네마트만의 장점을 알려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기사가 더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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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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