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산 아래서 살다 보니 바람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지면 집 근처 나무들은 꺾어질 듯 잔뜩 구부러지고, 가지들은 바람의 방향 따라 몸을 맡기며 요란한 춤을 추곤 한다. 바람이 온 산을 들썩이게 한다.

바람은 청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다. 바람 부는 장면에 떠오르는 의성어가 아닌 다른 소리를 산 근처에서는 들을 수 있다. 나무가 흔들리며 삐걱대는 소리,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내는 소리, 부러진 나뭇가지가 날아가서 다른 나무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날 길을 나서면 바람의 위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집 앞 등산로에는 주택가에서 날아간 쓰레기들을 볼 수 있고, 길에는 산에서 날아온 듯한 나뭇가지들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우리 집 옥상으로도 날라온다.
 
산불조심 플래카드  분당 어느 산래 입구에 걸린 불조심 구호. 뒤로 주민들이 일구는 텃밭들이 보인다.
▲ 산불조심 플래카드  분당 어느 산래 입구에 걸린 불조심 구호. 뒤로 주민들이 일구는 텃밭들이 보인다.
ⓒ 강대호

관련사진보기

   
바람이 일으킨 광경들을 보니 유독 눈에 띄는 팻말과 플래카드가 있다. 불조심. 산책할 때 그 글귀를 보면 바람이 불 때 만약 자그마한 불씨라도 있다면 큰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불씨가 산에서 주택가로 날아오든 주택가에서 산 쪽으로 날아가든 큰일 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산에서 가까운 도로에 담배꽁초들이 많이 보인다. 심지어 재떨이도 놓여있는 곳이 있다. 자기 집 건물과 떨어진 곳에서 담배 피우면 연기는 피할 수 있겠지만 만약 불씨가 산 쪽으로 튄다면.

등산로 입구에는 주민들이 일구는 텃밭이 많다. 자그마한 곳도 있지만 제법 크게 울타리를 친 곳도 있다. 문제는 가끔 텃밭 주인들이 뭔가를 태운다는 것이다.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이지만 산이라고 해도 무방한 지역인데.

산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뭔가를 태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난 아찔하다. 작은 불씨가 만약 산에다 불을 일으킨다면.

뉴스에서 산불 소식을 접할 때면 혹시 우리 집 근처 산에서 불이 나면 큰일이겠구나 하는 걱정을 한 적이 있다. 기우이겠지만, 건조한 날이 계속되고 간혹 강풍이 불면 산불 조심 경고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된다.

물론 산에서 불씨가 주택가로 날아와도 큰일이지만 주택가에서 불씨가 산으로 날아가도 큰일이다. 그래서 옥상에 들여놓은 바비큐 기계는 그냥 장식 역할만 하고 있다. 산을 바라보며 고기를 굽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렸다. 그리고 부엌에는 소형 소화기도 놓아두었다.

지난주에 강원도에서 큰 산불이 났다. 작년처럼 크게 번질까 걱정하며 뉴스 속보를 늦게까지 보았다. 다음날은 토요일이었다. 아침 일찍 뉴스를 보는데 간밤에 강원도 산불은 전국의 소방 자원을 동원하여 큰불을 잡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 밖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창이 들썩거렸다. 분명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잠시 후 소방차 소리도 들렸다. 불이 난 것일까. 난 밖으로 나가보았다.

우리 집 라인, 그러니까 산과 가까운 주택가는 아니었다. 어느 학교 운동장과 마주한 빌라였다. 소방차가 와 있었고 구급차도 보였다. 내가 갔을 때는 다행스럽게도 불은 잡혔다.

하지만 구급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다친 사람들이 있는 거 같았다. 구급차 여러 대가 소리를 내며 떠나갔다.
  
화재 현장 2020년 5월 2일 오전 분당 어느 주택가에서 벌어진 화재 현장
▲ 화재 현장 2020년 5월 2일 오전 분당 어느 주택가에서 벌어진 화재 현장
ⓒ 강대호

관련사진보기

   
화재 현장 2020년 5월 2일 오전 분당 어느 주택가에서 벌어진 화재 현장
▲ 화재 현장 2020년 5월 2일 오전 분당 어느 주택가에서 벌어진 화재 현장
ⓒ 강대호

관련사진보기

   
화재 현장 2020년 5월 2일 오전 분당 어느 주택가에서 벌어진 화재 현장
▲ 화재 현장 2020년 5월 2일 오전 분당 어느 주택가에서 벌어진 화재 현장
ⓒ 강대호

관련사진보기

 
불이 시작된 곳은 지하로 보였다. 검은 그을음이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간 게 보였다. 내가 들은 소리가 뭔가 폭발한 소리였을까. 옆집 주차장으로 담이 무너졌다. 거기에 세워둔 차가 찌그러졌다.

몰려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동네 특성상 건물들이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지 걱정되었다.

언론에도 난 사건이었다. 기사에 의하면 모두 다섯 명이 다쳤다고 했다. 가스 폭발로 보이고 그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그 집에는 노란 차단선이 처졌다. 부서진 잔해는 어느 정도 치웠지만 지하의 깨진 창은 연휴 기간 내내 그대로였고 시꺼멓게 탄 실내도 그대로 보였다.

그날은 강원도에 강풍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고 경기도에도 바람이 꽤 불던 날이었다. 만약 소방서가 늦게 도착해서 불이 더 커졌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붙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름이 끼쳤다.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멀지 않은 곳에 소방서가 있었고, 신고도 빨랐고, 소방대원 출동도 빨랐다. 그리고 주택가 이면도로지만 소방차가 진입하기에 충분한 도로였다. 마침 소방차 진입을 방해한 주차 차량도 없었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침에도 그 집에는 노란 차단선이 쳐있고, 지하의 불났던 집은 화마가 긁고 간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안전과 불조심을 생각한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 탓을, 불 앞에서 주의하지 않는 남 탓만을 할 게 아니다. 작은 불씨가 나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음을 경계한다.

주말 아침에 일어난 화재가 동네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었을까. 그날 이후 도로에 비어있는 공간이 보인다. 소화전이다. 그전에는 항상 차가 세워져 있었는데. 이면도로의 꺾어지는 지점도 비어있긴 마찬가지다. 바닥에 노란 글씨로 "소방차 통행 도로"라고 쓰여있다.

나 또한 나의 가까운 곳에서 벌어진 사고를 보고 예전보다 더 안전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아니라서 다행스러운 게 아니라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들면 안 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대호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인생 후반전을 위해 하프타임을 보내는 50대 남자. 월간문학 등단 수필가이자 동화 공부 중인 작가.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 중인 칼럼니스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