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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관광지인 한반도 남쪽 섬 제주는 70여 년 전 엄청난 학살이 있었다. 여러 마을들이 "집집마다 같은 날 제사"를 지낼 정도로 제주도민의 상처는 깊고도 깊은데 제주민들의 상처 뒤에는 승려 16명과 사찰 35개소가 피해를 보는 등 불교계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제주4·3 72주년을 맞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불교계의 피해와 상처를 되새기고 역사의 교훈을 찾는 전시회가 열렸다. 4.3기간인 7년 7개월 동안의 종교계 피해에 대한 정부의 공식 보고서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번 전시회는 제주불교의 역사를 되짚고 향후 제주 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고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 불교는 고려시대를 거치며 찬란하였고, '절오백 당오백'의 번영을 누렸던 제주불교는 조선의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 쇠퇴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특히 1702년 이형상목사는 그 형체만 남아있던 제주불교를 훼손하면서 제주불교는 200년 동안 무불(無佛) 시대를 맞는다.

그러나 1909년 봉려관 스님에 의해 제주에 관음사, 서귀포에는 법정사가 창건되며 제주섬에도 불교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하였고, 승려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를 거치며 민중들과 함께 진보적 성향을 띄었다.

그 성과로 1918년 법정사 항일투쟁은 지역민들이 횃불을 드는 밑거름이 되었고, 제주민들은 식민지의 어둠과 절망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했다. 승려들은 자연스럽게 민중에 대한 연민의식과 제주공동체를 지키려던 진보적 성향은 4·3을 거치면서 제주는 다시 무불(無佛) 시대를 맞았다.
 
2020년 5월 11일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나무갤러리에서 ‘제주4·3과 불교’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개막되었다. 행사 관계자들
▲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 개막 2020년 5월 11일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나무갤러리에서 ‘제주4·3과 불교’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개막되었다. 행사 관계자들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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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조계사 경내) 나무갤러리에서 진행(5월 11~17일)되는 이번 전시회는 (사)제주4·3 범국민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제주4·3평화재단,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가 지난 2017년부터 기획해 불교 관계자들과 순례 및 답사를 통해 증언을 듣고 현장에서 천도제를 지내는 과정을 작품화 하였다.
 
2020년 5월 11일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나무갤러리에서 ‘제주4·3과 불교’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개막되었다.
▲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 개막 2020년 5월 11일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나무갤러리에서 ‘제주4·3과 불교’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개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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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는 격려사를 통해 "이승만 정권의 비호 아래 극우개신교세력이 반공을 신학화하고 분단.냉전을 정당화하면서, 제주4.3의 시공에서 저지른 만행과 그 이후의 침묵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안고 십자가 아래 회개와 용서, 화해와 상생의 자리로 이끌기 위해 오체투지의 마음으로 정진"하겠다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특별히 제주4.3의 시공에서 수난당하며 제2의 무불(無佛)시대를 겪어야만 했던 우리의 이웃 종교인 불교의 도반들에게 통회(통회)의 마음"을 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부장인 금곡 스님은 "70여 년이 지나고 있지만 진실은 묻혀 있고, 명예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불교의 사찰 피해, 희생당한 스님들의 진실 등을 밝히고 제20대 국회때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주4·3평화재단 양조훈 이사장은 "제주4·3사건 추가진상 조사 보고서에 종교의 피해자가 정리되지 못하여 마음이 무거웠는데 불교계가 나서 주어 감사 드린다. 빠른 시일내에 종교의 피해 관련 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라며 인사말을 대신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제주) 주지인 허운 스님은 "70여년 전 4·3항쟁 당시 불교 사찰은 공권력과 특정 종교를 가진 불법 폭력단체인 서북청년단들의 탄압으로부터의 피신처이자 무장대와 토벌대의 격전지로, 스님 16명과 사찰 35개소가 불타는 아픈 역사로 제2의 무불(無佛)시대 발생하였는데, 이러한 역사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한불교 조계종 각 본사별 전시관을 통해 4·3의 아픔을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4·3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느 종교보다도 앞장섰던 천주교에서는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에서 김경림수녀가 대표로 참석하여 진실을 밝히는데 함께 할 것을 약속하였다.

4·3의 진실을 작품화하여 알리고 있는 이수진 작가는 4·3 당시 제주의 주요 식량 작물인 보리를 4·3당시 공권력에 의해 사라진 마을에서 생명의 싹을 띄우고 자란 보리줄기와 4·3학살터에서 채취한 숨비기나무 열매로 보라대 염색을 하며 4·3의 아픔까지 작품에 담고자 하였다.

이수진 작가의 "상생의 종"은 4·3당시 해안가 사찰에 있던 종으로 무장대가 산으로 옮긴 후 산에서 무장대들과 함께하다 4·3항쟁이 끝난 후 다시 해안 마을로 돌아온 종을 작품화 하였으며, 동네 청년들을 보호하였다는 이유로 토벌대에 의해 댕유지나무에 묶여 죽창으로 죽임을 당한 신홍연 스님의 극락왕생 발원 모습도 작품화 하였다.
 
2020년 5월 11일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나무갤러리에서 ‘제주4·3과 불교’전시중 이수진 작가의 “상생의 종”
▲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 개막 2020년 5월 11일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나무갤러리에서 ‘제주4·3과 불교’전시중 이수진 작가의 “상생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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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작품을 위해 제주로 귀농한 김계호 작가는 토벌대의 야만적인 탄압을 피해 흥룡사 경내 용장굴에 피신했던 제주민들이 고통을, 동굴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통해 암흑과 촛불로 부처님의 자비와 생명의 고귀함을 표현하였다.
 
 2020년 5월 11일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나무갤러리에서 ‘제주4·3과 불교’전시중 김계호 작가의 “숨다”
▲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 개막  2020년 5월 11일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나무갤러리에서 ‘제주4·3과 불교’전시중 김계호 작가의 “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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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의 공동 작품 "피어나소서"는 야만의 시대인 4·3 당시 학살된 승려가 "열반의 경지에 오른 성인의 모습인 연꽃으로 환생하여 부처님의 대자대비를 온 누리에 비치도록 하는 마음"을 담아 작품화 하였다.
 
 2020년 5월 11일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나무갤러리에서 ‘제주4·3과 불교’전시중 이수진 작가와 김김계호 작가의 공동작품 “피어나소서”
▲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 개막  2020년 5월 11일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나무갤러리에서 ‘제주4·3과 불교’전시중 이수진 작가와 김김계호 작가의 공동작품 “피어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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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으로 중산간 마을의 95% 이상이 불태워 없앴고, 1947년부터 1954년까지 7년 7개월 동안 최소 3만 명에서 최대 9만 명까지 학살한 야만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정도인, 3만여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4·3은 미군정과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가혹한 학살을 자행한 이후, 1987년 11월 제13대 평화민주당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서귀포시 1호광장 연설시 4·3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발언한 후, 2002년 2월 제16대 대통령 후보인 노무현 후보가 학살지인 섣알오름과 백조일손 묘를 방문, 2003년 10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써 첫 사과를 하였고, 2006년 4월에는 추념식에 참석하였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 후보, 박근혜 대통령 후보,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으로써 4·3의 현장을 방문하고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왔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과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제주4·3이란 "미국군사정부 시기인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발생한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제주도민의 저항과 단독 선거 단독 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 봉기한 이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인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 금지가 전면 해제될 때까지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 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태그:#4.3과 불교, #조계종, #4.3항쟁, #미군정, #4.3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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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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