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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등을 위한 과거사법 처리를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공 농성을 하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오른쪽)가 7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뒤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등을 위한 과거사법 처리를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공 농성을 하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오른쪽)가 7일 오후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뒤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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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법 처리'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최승우씨는 지난 7일 여야의 과거사법 처리 합의에 기대를 걸고 농성을 풀었습니다. 여야가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과거사법 수정안을 처리하기로 한 약속을 믿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는 농성장에서 내려와 '너무 기쁘고 앞으로 대한민국은 국가 폭력이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합의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야당 대표로 중재에 나섰던 김무성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배·보상 문제가 형제복지원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에 다 해당될 경우 예산 문제가 생긴다"며 입장을 번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래통합당 역시 상임위에서 배·보상 문제를 포함해 다시 논의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과거사법안의 20대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는 '합의 정신에 맞지 않다'라며 비판했고, 형제복지원 피해자들 역시 합의 정신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과거사법 처리 발목을 다시금 잡은 야당의 논리는 배·보상에 대한 예산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배·보상 금액은 얼마나 될까? 2014년 기준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는 등 국가폭력이 인정된 327명의 국가폭력피해자에게 지급된 국가배상금 판결금액이 3800여억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한국일보, 2014. 10. 21).

피해자 가족의 국가배상금과 형사보상금을 제외한 피해자 개인의 국가배상금만 따지더라도 1449억4800만 원에 이릅니다. 이는 모두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거의 국가 잘못으로 인해 과거 군사정권에 살지도 않았던 시민들이 그 배상금을 고스란히 물고 있습니다.

저는 이 배·보상금을 시민이 고스란히 물어야 한다는 것에 일부 동의하지 않습니다. 잘못은 국가폭력을 자행한 기관이나 수사 당사자가 저질렀는데 시민이 보상 책임을 진다는 것은 뭔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폭력과 재심, 무죄, 국가배·보상 사이 일련의 과정에 빠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해자의 책임입니다.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는 지난 2017년 2월 16일 반헌법 관련자들의 서훈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며 고문에 의해 조작된 간첩 사건으로 인해 훈장을 받은 이들에 대한 서훈 취소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12·12군사반란 및 5·17내란 관련자 수십 명, 인혁당 사건, 김근태 심진구 사건 및 중부지역당 등에서 고문을 한 수사관 중 상당수는 여전히 서훈이 취소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습니다.

구상권 청구 통해 공권력 남용 처벌과 단죄 보여줘야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열린 보안사 고문가해자 고병천 등에 대한 구상권 행사 촉구 법무부 청원 기자회견에서 신윤경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2019.6.11
 2019년 6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는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대 재일동포 유학생들을 간첩으로 조작했던 국군보안사령부 대공처 소속 고문 수사관에 대한 국가의 구상권 행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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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피해자지원단체 '지금여기에'의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존 간첩 사건 가운데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은 140건 이상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되어 훈·포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수사관은 모두 170여 명 이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근안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훈이 취소된 사례가 없습니다.

신귀영 사건의 전 부산시경 소속 이덕만 수사관은 1985년 보국훈장 광복장을, 이준호 배병희 사건의 전 서울시경(옥인동대공분실) 권태한 수사관은 1985년 보국훈장 광복장을, 이장형 사건의 전 치안본부 대공분실 백남은 수사관은 1985년 보국훈장 광복장을, 박노수 김규남 사건의 중앙정보부 수사관 2인은 1976년 보국훈장 천수장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상훈과를 통해 문제 제기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고문 사건의 서훈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고문 관련 재심 법정에서 "고문을 한 적 없다"고 허위 증언을 한 전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 고병천은 고문에 관한 허위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판결(징역 1년)을 선고받았음에도 그의 서훈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서훈 취소는 단지 훈장을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를 명확히 밝혀 피해자에게 지급한 국가 배·보상금의 구상권을 수사관에게 청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 잘못된 수사로 인해 피해자와 국가에 커다란 손해를 끼친 수사관련자들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과 관련해 그 무죄 사유가 고문, 감금 등 불법행위에 의해서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경우 해당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 관련자에게 국가배상금에 상응하는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하는 법안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1974년 발생한 '울릉도간첩단사건'의 재심 판결문에는 '고문, 가혹행위'로 인해 사건과 증거가 조작되었다는 것이 명백히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고문에 참여했다는 것이며, 증거조작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수사관들에게 책임을 묻고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권 청구 노력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구상권이 청구된다면 시민이 져야 하는 세금이나 예산의 부담은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구상권 청구를 통해 국가권력기관의 공권력 남용은 곧 처벌과 단죄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무분별한 공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입니다.

합리적인 과거사법 해결 의지 보여야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 한종선 대표(가운데)가 미래통합당과 국회에 20대 국회 종료 전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 한종선 대표(가운데)가 미래통합당과 국회에 20대 국회 종료 전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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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재심 판결문을 검토하고 그 불법 여부를 가려낼 수 있도록 과거사위원회 안에 배·보상위원회를 구성해 구상권 청구를 권고하고 법무부는 이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즉시 구상권을 청구토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과거사위원회나 이에 준하는 기구가 만들어지는 경우, 또는 국가폭력트라우마센터 등 화해기구가 만들어진다면 이 기구에서 이와 같은 기능을 전담토록 하여 지속적인 과거사 청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불합리한 서훈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보훈처 등을 통해 서훈 대상자들에 대한 서훈 사유를 공개해야 합니다. 국가에 커다란 공적을 이뤘다는 측면에서 널리 알려야 할 이들 서훈 대상자에 대한 서훈 내용은 현재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비공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국가 안보와 관련된 서훈 정보는 보안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아 고문 등 국가폭력피해를 통해 간첩 사건으로 조작된 이들의 사유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과거사위원회 활동으로 국가보훈처의 협조를 통해 서훈의 사유와 명단을 반드시 공개하게 하고 향후 투명하게 서훈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서훈 담당 부서인 행정안전부는 훈·포장 대상자에 대한 근거자료와 추천 모두 각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의해 상훈자를 결정합니다. 서훈 취소대상자 역시 각 수사기관 제공 자료에 근거하므로 2개 이상의 사건으로 2개 이상의 서훈을 받은 수사관이 하나의 서훈만을 취소한다 해도 행정안전부가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이를 위해 인권단체 등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서훈(또는 상훈공적)심사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민관 협력시스템을 구축해 잘못 결정된 상훈을 바로 잡고 이후 결정되는 상훈 역시 올바르게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배상은 잘못을 저지른 주체에게 물어야 합니다. 즉 국가폭력을 자행한 기관이나 수사 당사자에게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국민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면서 예산의 부담 등의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야는 과거사법 통과를 위한 중단 없는 논의를 위해서라도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고 합리적인 과거사법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피해자가 자신의 몸을 학대하며 진실을 밝히려는 고통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길 바랍니다. 과거사법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합니다.

태그:#과거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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