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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생각한 '동화쓰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어린이책을 다시 읽습니다.[편집자말]
임신한 며느리의 배가 불러오자 문득 난 어떤 할아버지가 되어야 할까를 고민했다. 재산을 물려주는 할아버지? 가문의 전통을 전해주는 할아버지? 아니지. 재산이나 전통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며 아기를 기다렸다.

정작 손주가 태어났어도 코로나19 때문에 아기를 만나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었지만 건강하고 안전하게 크길 바라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어른들의 덕담에 '안전'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건강만 해서는 안 된다. 안전해야 한다. 건강한 모습으로 떠났던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았던 그 순간부터 우리에게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6년이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세월이 흘렀어도 상처가 더욱 깊이 파이는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점점 흐릿해지는 과거가 되고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지워버리고 싶은 흔적이 되고 있고. 하지만 어린이문학인들에게는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이 되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지 못해서, 그래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그런 부채감.
 
'슬이는 돌아올 거래' 표지 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문학 작가들의 2020 작품집
▲ "슬이는 돌아올 거래" 표지 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문학 작가들의 2020 작품집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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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작품집을 냈다. <슬이는 돌아올 거래>. 돌아오리라는, 아니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은 제목이다. 여덟 명 작가들이 여섯 편의 동화와 두 편의 동시를 실었다. 모두 세월호를 생각하며 눈물로 쓴 작품들이다.

저자 중 하나인 임정자는 머리말에서 "복잡한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뇌는 기억을 지우고, 꾸미고, 배배 비틀곤 한다"며 일각의 '세월호 지우기' 분위기를 비판한다. 그래서 기억하고 지키려고 어린이문학인들은 삭제의 움직임에 맞섰다.

그들은 팽목항 주변의 도보 순례길인 '팽목바람길'을 함께 걸으며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아갈 세상을 꿈꿨다. 그 거친 바람을 마주하고 상상한 것들을 시로 동화로 쓴 여덟 편을 이 책에 담았다. "더불어 기억하고 더불어 생명을 품기 위해"서.

<슬이는 돌아올 거래>에 담긴 모든 작품이 세월호를 은유하지만 세월호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누군가를 상실한 아픔을 절절히 느끼게 한다.

임정자 작가의 단편 '복자 할머니'에는 매일 화장을 곱게 하는 복자 할머니가 나온다. 오늘도 할머니는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자마자 화장한다. 복자 할머니는 왜 화장을 했을까. 장날도 아니라 외출할 일도 없는데.

복자 할머니는 화장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화장품도 많다. 하지만 할머니의 화장대 맨 앞줄에는 무척 아끼며 바라만 보는 화장품이 있다. 손녀딸 지윤이가 용돈을 아껴 사 주었기 때문이다. 지윤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지윤이는 지금 없다. 수학여행 가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하여간 복자 할머니는 화장하는 게 좋아. 화장하면 손녀딸 지윤이가 곁에서 깔깔깔 웃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날마다 아침상 물리면 화장을 해. -단편  '복자 할머니' 본문 중
 
복자 할머니는 화장할 때마다 수학여행 가서 돌아오지 않은 손녀딸을 만나고 있었다. <슬이는 돌아올 거래>에 담긴 작품들은 상실감을 담았지만 세월호를 절대 잊지 않고 항상 기억하겠다는 다짐도 담았다.

표제작이기도 한 정재은 작가의 <슬이는 돌아올 거래>는 미래의 지구가 배경이다. "태양계, 지구, 한반도 끝의 진도에서 태어난 슬이"가 주인공이고. 하지만 슬이는 달 체험 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친구들은 모두 돌아왔는데.

노래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슬이는 우주공항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친구들이 탄 우주선이 아닌 태양계 밖으로 가는 우주선에 잘못 올라탄 것이었다. 아무튼, 슬이가 어디 어떤 곳에 안전하게 있는 것이 확인되어 가족들은 안심하는데.

그래서 슬이는 돌아올 거라고 안심하지만 우주의 시간은 길기만 하다. 그래도 가족은, 세상은 슬이를 기다린다. 슬이를 기억하면서.
 
온종일 헤매며 다니다가도 슬이는 항상 돌아왔잖아. 어딜 갔다가도, 무얼 하다가도, 모두가 기다리는 곳. 집으로. 이제 알겠지? 슬이는 돌아올 거래. 꼭 돌아올 거래. - 단편 '슬이는 돌아올 거래' 본문 중 

"꼭 돌아올 거래." 확신을 담은 문장이지만 '제발 돌아왔으면 좋겠는데'라는 간절함을 담은 문장으로도 읽혀서 마음이 아팠다.

<슬이는 돌아올 거래>에 실린 작품들은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만 세월호를 잊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도 건넨다.

이퐁 작가의 단편 '바다아이와 천천거북'에는 바다를 떠도는 아이와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던 커다란 거북이가 나온다. 인간과 세상의 폭력에 이미 넋이 된 그들이었다. 둘은 커다란 배가 기울고 가라앉는 걸 보게 된다. 수많은 넋이 바다에 가라앉는 걸 보며 아이는 가슴이 아프다. 뭐라도 하고 싶어진다.

천천거북은 아이에게 바다아이가 되었다고 알려준다. 심장에서 나온 하얀 줄로 넋을 건져 올리는 바다아이. 그들은 바다에 빠진 넋들에 다가간다.
 
천천거북이 바다아이를 태우고 느릿느릿 움직여. 수많은 넋들이 울고 있는 곳으로. 바다아이가 하얀 줄을 드리워 넋을 하나씩 건져 올려. 흐느끼는 넋을 보드라운 손으로 어루만져 하나씩 하나씩 건져 올려.
- 단편 '바다아이와 천천거북' 본문 중
 
바다아이와 천천거북은 넋들을 싣고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로 간다. 그들이 넋을 건져 올리며 어루만진다는 대목이,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뭍으로 간다는 대목이, 산문과 운문이 조화된 그 문장들이 읽는 내게 위로를 주는 듯했다. 분명 가슴 아픈 이야기였는데.

어른은 아이에게 역사를 똑바로 알려줄 의무가 있다. 어린이문학 또한 역사와 현실을 바르게 담을 필요가 있다.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역사를 있는 그대로, 평가 그대로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아프다고 창피하다고 살짝 가리는 순간 왜곡이 생긴다.

나는 부끄럽게도 어린 시절에 '5·16'과 '유신' 그리고 '저곡가, 저임금에 기반을 둔 산업화'가 '애국의 길'이라고 믿었었다. 모두 그렇게 쓰인 교과서와 동화책 때문이었다. 뒤늦게나마 역사를 바로 알아갔지만 많은 어른은 아직도 배운 대로 믿는다. 어린 시절에 주입된 그릇된 믿음이 머리에서 딱딱하게 굳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손주와 아이들에게 무엇을 들려주고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그런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대호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슬이는 돌아올 거래 - 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문학 작가들의 2020 작품집

김하은, 유하정, 윤해연, 이영애, 이퐁, 임정자, 전경남, 정재은 (지은이), 문학동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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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살던 아파트를 떠나 산 아래 옥상집에 사는 경험과 동화 공부를 하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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