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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이라 불린 산업안전보건법이 올해 시행되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피해가족들과 시민사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를 발족하려 합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한 이유를 산재피해유가족과 동료가 나서서 이야기합니다. 이 기고문은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 <민중의소리> <참세상> <프레시안>에 공동게재됩니다. - 기자 말
 
김태규 사망 엄정 수사, 처벌 시위 김태규 님의 어머님과 누나가 수원고등검찰청 앞에서 엄정 수사,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 김태규 사망 엄정 수사, 처벌 시위 김태규 님의 어머님과 누나가 수원고등검찰청 앞에서 엄정 수사,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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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 태규는 2019년 4월 10일 수원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했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일했지만 일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안전화, 안전모, 안전벨트 같은 안전장비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승인 없이 불법으로 운행된 화물용 승강기에 태워진 태규는 그렇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설상가상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지게차를 운전한 시공사 현장 차장은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고, 현장에는 신호수도 없었으니 얼마나 안전에 무감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전교육도 했다고 했지만 이 역시 거짓이었습니다. 첫날 태규와 함께 일했던 태규 형이 증인입니다.

회사는 태규 죽음에 대해 사과를 하기는커녕 근로계약서를 위조했던 회사의 잘못을 감추기 급급했습니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에서 조사가 있었는데요. 그런데도 검찰은 불기소했습니다. 오죽했으면 근로감독관이 근로계약서 위조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분명한데 불기소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되레 저한테 되묻기도 했습니다.

정신없이 장례를 치른 후, 태규가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기 위해 현장에 갔습니다. 2019년 4월 14일 일요일이었습니다. 사고 지점인 5층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태규 것으로 추정되는 피범벅인 안전모가 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있었습니다. 피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4월 15일인 월요일, 다시 현장에 방문했습니다.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5층에 있었던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와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는 시공사 은하 종합건설 관계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왜 1층에 내려져 있나?"라고 묻자, "1층에 있는 게 보기가 좋아서 내렸다"라는 어이없는 말을 들었습니다. "형사에게 구두로 허락 받았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형사는 이에 대해 "만약 그랬다면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측 관계자들의 거짓말이었습니다.

사측은 엘리베이터 아래 심장 제세동기가 있었으며, 태규를 살리고자 심폐소생술을 했다고도 주장했지만, 제가 가본 현장에서 심장 제세동기는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건 현장이 훼손됐지만, 시공사 이사 등은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되었습니다. 

발주처이자 건축주인 ACN 관계자는 '우리가 피해자다' '엘레베이터에서 떨어졌으니 엘레베이터 업체에 연락하라'는 등의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저를 조롱하고 밀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ACN은 지난 2019년 경기도 유망인증기업으로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안전조치도 하지 않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책임을 떠넘겨서 노동자를 죽게 만들었는데도 상을 받다니 더욱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7개월이 지났을 무렵, 사고 당시 CCTV영상을 봤습니다. 태규가 떨어졌을 때 80m를 뛰어가 응급조치를 했다던 시공사 이사는, 화면 속에서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꽂은 모습이었습니다. 태규 죽음이 이들에게 어떻게 취급되었고, 또 어떻게 취급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 유가족이 보름 동안 밤을 새워 조사했던 자료를 경찰에게 제출하며 강력히 재수사를 요구했습니다. 경찰은 시공사 대표 등 6명에 대해 기소 의견을 내고, 수사 결과를 검찰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실무자들의 책임만 묻고, 시공사 대표 등 실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무혐의 불기소 처리하여 태규와 저희 유가족을 두 번 죽였습니다. 경찰의 부실했던 초동수사보다 못한 검찰의 처분이었습니다.
 
수원검찰청 규탄 기자회견 청년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 산재사망 책임자 불기소 남발! 수원검찰청 규탄 기자회견
▲ 수원검찰청 규탄 기자회견 청년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님 산재사망 책임자 불기소 남발! 수원검찰청 규탄 기자회견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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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5일, 1심 2차 공판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승강기안전관리법 위반 등으로 기소한 시공사 현장 소장과 현장 차장에게는 징역 1년과 징역 10월을 구형했습니다. 승강기 제조업자에게는 벌금 300만 원, 은하 종합건설에는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의 양형규정에 비해서도 낮았습니다.

재판부는 감정적 부분과 당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니,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기사를 써 달라고 기자들에게 요구하기까지 했습니다.

법 자체의 처벌규정이 미약한데, 양형규정보다 처벌 수위를 한 번 더 낮추는 검찰과 법원 때문에 동생을 죽인 대가는 한없이 가벼워집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이래서 노동자들이 반복해서 죽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죽어도 실형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이런 상황을 바꿀 힘이 있는 발주처와 사장들은 기소도 되지 않고, 기업은 벌금 몇 푼 내고 끝납니다. 이러니 기업이 돈과 노력을 들여 위험을 없애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겠습니까?

검찰과 재판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본인들 가족이 죽었어도 이렇게 면죄부를 주었을 겁니까? 왜 죽은 태규는 있는데 죽게 만든 회사는 죄가 없습니까? 이렇게 면책된 기업들이 무엇이 무서워서 안전 관리에 신경을 쓰겠습니까? 이 나라 정부는 도대체 누구의 편입니까?

노동자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관행부터 꼭 바꿔야 합니다. 노동자가 왜 죽는지 기업의 책임을 규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진상 규명은 고사하고 책임자 처벌 역시 눈앞이 캄캄합니다. 꿈에서라도 태규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 매일같이 노동자들의 죽음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책임을 엄중히 물어 처벌해야 합니다. 그래야 바뀔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더는 노동자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가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도현씨는 청년건설노동자 고 김태규씨 누나입니다. 위 글은 지난 18일 발표한 성명서를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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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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