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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는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월경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현실과 문제들을 되짚어보고 모든 여성에게 자유롭고 안전하게 월경할 권리가 있음을 말하기 위해 '나에게 생리대가 없었을 때' 연속 연재를 진행합니다.[기자말]
 
 바닥에 놓인 생리대
  바닥에 놓인 생리대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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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은 인류의 절반이 겪는 일이지만 개인적인 일로 여겨져 왔다. 일상생활에서 월경은 건강권, 교육권 등 권리의 문제가 아닌 사적인 영역으로 비치며 금기시된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여성의 건강권은 더욱 불안정해진다. 재난 상황에서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재난 시스템은 여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고 여성을 더 취약한 상황에 노출시킨다. 재난 상황에서도 월경은 계속되지만, 월경에 대한 고려와 지원은 부족했다.

여성 청소년들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에서도 배제당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됨에 따라 정부는 국민들의 생활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전 국민에게 긴급 재난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이 긴급재난지원금은 세대주만이 수령할 수 있고 청소년은 직접 수령이 불가했다. 그렇게 청소년의 경제권은 친권자에게 넘겨지고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청소년을 포함한 많은 청소년들이 실질적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재난 상황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달 초 유기농 생리대로 유명한 A사가 화학성분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며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이 또다시 화제가 되었다. 사실 월경 용품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시중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월경 용품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고 생활필수품인 월경 용품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A사는 11년간 유해물질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에게 천연 성분을 앞세워 광고하며 다른 제품들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해왔다.

그렇게 A사는 11년간 거짓 광고를 통해 408억 원 상당의 제품을 판매했다. 이것은 식약처에서 11년 동안이나 허위 신고를 관리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간 문제가 된 제품들뿐 아니라 식약처의 관리 아래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도 신뢰하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다. 과연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월경 용품'이 있기는 할까?

나만이 아닌 모두의 문제

나는 월경을 시작하고, 월경 용품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접해본 월경 용품은 일회용 생리대뿐이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게 됐다. 일회용 생리대가 나의 몸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나는 안전하고 다양한 월경 용품 중에 나의 몸과 맞는 것을 선택하고 싶다. 내가 사용하는 월경 용품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고, 내 몸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과연 '안전한' 선택지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구입한 월경 용품의 가격대를 떠나 모든 월경 용품은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전하게' 월경하는 일은 결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안전한 월경을 위해서는 월경 용품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월경 용품을 건강권과 학습권 등 기본권으로서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월경 용품은 여성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국민의 절반인 여성들은 약 40년간 한 달에 한 번꼴로 월경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아직도 월경 용품의 안전성은 불투명하다. 이제는 공공기관에서 월경 용품의 안전성을 책임져야 한다.

안전하게 월경하기 위해서는 유해물질 없는 안전한 월경 용품과 일상적인 월경 용품 지급이 필요하다. 또한, 재난 상황일수록 모두에게 실질적인 지원과 생활필수품인 월경 용품을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월경이 더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월경은 우리의 건강권의 문제고,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오리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입니다.


태그:#세계월경의날, #월경, #생리대, #코로나,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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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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