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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2)가 25일 오후 인터불고 대구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인을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2)가 25일 오후 인터불고 대구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인을 비판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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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대표)을 거듭 비판했다. 이날 회견에서 새로운 폭로가 있었느냐 아니냐 하는 시각에서부터 이 할머니의 언급 일부가 적절 하느냐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 하고 있다. 진영논리에 의한 대응도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사건은 십여 일 전인 지난 14일 이용수 할머니가 첫 번째 기자회견을 한 뒤 사회적 관심이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 당분간 그럴 것 같다.

이 사건의 폭발력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국제적으로 큰 관심 속에 일본이 억지를 부리는 '위안부' 문제이고 지난 수십 년간 윤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가 거의 전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한 식구 같았던 할머니들과 시민단체가 갈등하는 모습이 노출되고 있고 논란이 된 내용의 진상이 무엇일까에 따라 그 후유증과 파장도 클 전망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비판하는 당사자가 국회의원 당선자여서 정치권의 공방에 따라 시민사회도 출렁거릴 개연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사안이 중대하고 혼란스러울 수록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이 사건은 접근은 '위안부' 인권 운동 부분과 그 운동을 주도한 시민단체의 운영 내용을 분리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할머니도 이 점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박정희가 한일 국교 정상화를 하면서 일본과 합의한 문건에 의해 거론되지 않아 역사 속에 묻히는 듯했지만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가 앞장서서 부각시키고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억지를 부리면서 위안부 문제는 계속 표류했고 결과적으로 당사자들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사망하거나 고령이 되시고 말았다. 이런 큰 틀에서 사건을 들여다 볼 때 할머니들을 운동단체 임원으로 포함시켰다면 이런 문제는 생략될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이런 당위론도 조직 내부 특성이 서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속단키는 어렵다. 검찰 수사의 결과는 머잖아 나올 것이라서 이 할머니의 주장 내용에 대한 판단은 일단 보류해야 할 듯하다.

우선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부분은 윤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은 헌법으로 보장된 국회의원에 당선된 신분이다. 이 부분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머슴으로 국민에게 정치적으로 무한 봉사하는 자리다. 따라서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의 폭로가 있은 뒤 의혹의 대상이 된 모든 것을 밝히고 사회적 평가를 받는 자세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 점은 미흡했다. 결국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관련 행정부의 지휘감독 결과에 대한 공개도 미흡했다. 의혹은 꼬리를 물고 나오는데 윤 당선인은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침묵했다. 이런 태도는 국회의원의 자질이라는 각도에서 평가를 생략하기 어렵다.

국회는 입법기관으로 3권 분립에 의한 독자성을 갖는다. 행정, 사법과는 그 영역이 다르다. 국회는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독립적인 영역을 지니고 있다. 이 영역은 행정과 사법과는 다른 논리와 윤리를 지녀야 한다. 지난 국회에서 여야가 검찰에 제소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그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었다. 그것을 지금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에 대해 여당은 검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태도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상황이라 일견 적절한 것 같지 만 그늘이 짙다. 국민의 입법 머슴으로써 합당한지에 대한 판단은 입법 차원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국민은 여당에게 개헌 말고 모든 입법이 가능한 거대 정당을 만들어 주었다.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정치하는 태도가 바람직스럽다. 여당과 윤 당선인의 태도는 그런 면에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여당 지휘부가 입단속을 하는 것도 대단히 보기 민망한 태도다. 180석에 가까운 당선자가 나온 거대 정당다운 태도, 촛불혁명이 요구한 적폐청산과 개혁을 솔선수범할 자세로 보이지 않는다. 구태의연하다는 비판도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

21대 국회의 개원을 앞두고 입법부는 윤 당선인 문제에 가려져 있다. 입법부가 최소한 지난 수년간 보여준 매우 부적절하고 비생산적인 적폐를 청산하고 새 출발한다는 의지와 결단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여야의 모습은 내로남불이던 과거의 그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국민은 지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매사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흔히 그렇듯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된다. 이것이 세상사다. 어떤 상황이든 원칙이 중요하다. 꼼수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전직 대통령 둘은 범법자 신세다. 정치권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거대 여야 정당 등은 21대 총선에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어 놓고 짝퉁정당을 만들어 민의를 왜곡하는 짓을 저지른 것을 더 늦기 전에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니까 합당한다는 식의 논의를, 사과나 선거법 개정 약속을 하지 않은 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는 국민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니다. 거대 여야 정당은 총선에서 국민의 투표로 면죄부를 받았다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입법을 한 취지를 당사자인 정당들이 하루 아침에 짓밟았던 태도는 역사에 기록될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의 충격파가 크다. 그렇다고 해서 입법부는 짝퉁정당을 만들었던 과오를 사과하고 새로운 선거법을 만들어 국민에게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행동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검찰 수사는 별개로 보고 윤 당선인과 여당은 입법부의 논리와 윤리로 판단해서 행동해야 한다. 당리당략이나 발밑의 이해관계에 급급해 큰 원칙을 짓밟는 행동은 절대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윤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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