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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는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월경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현실과 문제들을 되짚어보고 모든 여성에게 자유롭고 안전하게 월경할 권리가 있음을 말하기 위해 '나에게 생리대가 없었을 때' 연속 연재를 진행합니다.[기자말]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도 여성은 매달 피를 흘리고 있다. 그렇기에 월경용품은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시작했으나 세대주만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어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청소년 등 많은 청소년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깔창 생리대' 논란 이후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지원사업의 신청률이 68.6%(2019년 7월 말 기준)에 그치는 데다 신청자가 빈곤을 증명해야 지원대상이 될 수 있어 사회적 낙인을 찍는 제도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에 가지 못해 학내 보건실 등을 통해 필요한 월경용품을 구했던 청소년들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학교보건실 시설 및 기구에 관한 규칙'으로 학교 보건실에 생리대가 반드시 비치돼야 했지만, 취지와 다르게 학교 104곳은 자판기를 통해 생리대를 유료 판매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재난 상황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도, 정부의 지원사업 자격요건에서 떨어져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도, 생리대 등 월경용품을 구매할 돈이 없어도 여성들의 월경은 계속되고 있다.

청소년 97%, 생리대 보편지급에 긍정적
  

청소년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97.3%가 '모든 청소년에게 월경용품을 무상지급하는 조례'가 긍정적(매우 긍정적 포함)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이유는 '대부분 여성에게 월경용품 구입비용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며'(40.5%), '월경은 개인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32.1%)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일부 청소년을 대상으로 월경용품 구입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해당 제도를 알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청소년이 50.5%, 지원이 필요하지만 "대상자가 아니라"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청소년은 12.8%에 달했다.

또한 학교에서 월경용품의 사용법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없거나 교육 내용에 만족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76.7%였고, 월경에 대한 정보를 주로 온라인에서 얻는다는 응답 또한 46.1%에 달했다. 청소년들은 안전하게 월경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용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시의회 앞에서 모든 청소년들에게 조건 없이 생리대를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장면
 서울시의회 앞에서 모든 청소년들에게 조건 없이 생리대를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장면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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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과 사각지대 없는 보편복지의 필요성
 

지난해 서울시의회에서는 모든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비롯한 월경용품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권수정 의원 대표 발의)"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이로써 서울시 모든 청소년들이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월경용품을 지급받고 학교에서 월경과 자신의 몸에 대한 지식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해당 조례를 시행하기 위한 예산과 구체적인 시행방안 마련에 미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7일 식품의약안전처는 유기농 생리대로 유명한 A사가 지난 11년간 성분을 허위 신고 및 광고한 사실을 발표했다. 2017년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이후 뚜렷한 대책 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성들이 자구책으로 찾아 나선 수입산 유기농 생리대마저 안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다.

월경권 보장은 세계적인 흐름
 

해외 각국에서는 월경권을 보장을 위해 조건 없이 월경용품을 지급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지난 3월, 전국의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월경용품을 지급하는 법안이 찬성 112표, 반대 1표, 기권 1표라는 압도적 찬성표로 의회의 1차 표결을 통과했다. 영국에서는 2019년 하반기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시작했으며, 미국 뉴욕주는 2016년에 이미 공립학교, 노숙자 쉼터, 교도소 등 공공시설에 월경용품을 배치했다.

뿐 아니라 영국 정부는 2022년까지 월경용품에 대한 모든 세금을 없애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여성이 월경용품을 안정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더 이상 시혜적인 영역이 아닌, 보편적인 인권 보장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모든 여성들의 월경권이 보장되길 바라며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이다. 5일 동안 28일마다 하는 여성의 평균적인 월경주기를 따 제정된 세계 월경의 날에는 여성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수 있도록 전세계에서 캠페인과 행진, 포럼 등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월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으로 개입하고 함께 책임져야 할 여성 인권의 문제다. 하루빨리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에 대한 예산과 시행방안이 수립돼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월경할 권리가 보장되기를 바란다.

[기획 / 나에게 생리대가 없었을 때]
① 안전한 월경은 인권이다 http://omn.kr/1npxn
② 사회가 나에게 '생리대'를 주었다면 어땠을까 http://omn.kr/1nqb5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여성환경연대 활동가입니다.


태그:#세계월경의날, #월경, #생리대, #보편지급, #월경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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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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