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사람들은 가장 먼저 관광지에 오지 않았다. 해설사가 활동하고 있는 박물관, 국보가 있는 야외 유적지, 풍경이 아름다운 자연공원에 예정되어 있던 교육과 예약, 견학이 줄줄이 취소됐다.

[관련 기사 : 어르신과 2인 1조로 문화관광해설사 일을 하다 겪은 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바이러스 시대, 해설사 활동 방침을 공지했다.

① 유관기관 비상 연락체계 유지 및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
② 해설사 위생관리 및 해설 지역 감염예방 관리 철저
③ 해설사 유증상자 발생 시 사업 참여 중단 및 자가격리
④ 안내소에 손소독제를 비치, 개인위생 철저,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 포스터 부착
⑤ 대면 간 거리 2m 두기 방침을 유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이크를 활용한 해설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이크를 끼고 2m 거리를 유지한 채 해설을 시작하려는 순간, 관람객들은 괜찮다며 해설을 듣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이크를 끼고 2m 거리를 유지한 채 해설을 시작하려는 순간, 관람객들은 괜찮다며 해설을 듣지 않았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여기에 한 가지 더해서, 내가 속해 있는 경상도 지자체에서는 '지역 내 확진자 발생 시 해설 중단 계획'을 알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 방역지침을 지키며 6월 근무를 시작했다.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을 쉬고 나서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이크를 끼고 2m 거리를 유지한 채 해설을 시작하려는 순간, 관람객들은 괜찮다며 해설을 듣지 않았다. 어느 순간, 해설보다 소독과 안내를 더 열심히 하게 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코로나19 시대에는 문화재를 해설해 주는 사람인 해설사라는 행위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해설사는 그야말로 밀폐된 공간에서 비말을 전파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었다. '증상-동선-치료' 등 시간별로 38쪽에 이르는 기록을 남겨 화제가 된 1129번 서울시 문화해설사 확진자도 이와 같은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에 꼼꼼하게 기록을 남겨놓지 않았을까.
 
Odii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문화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어플
▲ Odii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문화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어플
ⓒ Odii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 전에는 해설을 들으려는 목적이 교육, 알아가는 재미였다면, 코로나19 시대에 해설을 듣는다는 것은 비말이 튀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한 일이 되어 버렸다. 또한 이미 관광업계는 가이드형 관광보다는 스스로 찾아다니는 관광으로 변했다. 해설사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녹음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오디'라는 어플도 이미 나와 있다.

방역 지침이 공지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 내 확진자가 발생했다. 해설사 활동은 잠정적으로 중단됐고, 활동 연기가 몇 달 동안 이어졌다. 해설사는 프리랜서의 성격이 강한 직종이다.

1회 해설에 따라 급여를 받기도 하고, 지자체에 소속되어 있을 경우에는 소정의 밥값과 교통비로 구성된 실비를 받는다. 이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투잡을 위한 직장인, 경험을 얻기 위한 대학생, 봉사를 위한 장년층, 관광업계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 등.

나는 대학생의 신분으로 경험과 소정의 아르바이트 비용을 얻기 위해 해설사 일을 하고 있지만, 이곳에도 생계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해설사 외에도 여러 가지 강연과 행사, 가이드를 병행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예정되었던 강연, 행사, 여행업 모두 무기한 연기되어 버렸다. 문화 강연과 지역 축제 행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랜서들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고, 잠정적 중단이란 말 앞에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있지않아도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있지않아도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 고용노동부

관련사진보기

 
정부재난지원 대책이 발표된 초기에는 프리랜서를 포함시키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해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신청할 수 없었다. 4대보험이 없다는 건 정부 지원 대책에서도 순위가 밀린다는 말이었다.

다행히 여기에 대한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져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를 위한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 온라인 신청 접수가 6월 1일부터 시작됐다.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가능하다는 말이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내가 있는 지역의 해설사 활동도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됐다(지역 감염에서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은 아직도 무기한 해설 활동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손소독제로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꼼꼼하게 착용하고 활동을 시작한다. 대면 간 거리 2m 두기 방침을 유지하고, 관광객들의 급격한 몰림 현상을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관광객들에게 해설을 듣는다는 일은 위험한 일로 비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팸플릿을 통한 언택트 관광 안내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설보다는 입장하기 전에 체온을 재고, QR코드를 요청하고, 실내 밀집도를 고려한 거리두기 활동이 주가 됐다. 비대면과 집콕이 유행인 시대에 비말을 퍼뜨리는 문화해설이 무슨 일인가. 이제 관광은 조금 서글프고 위험한 행위가 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 여기에도 함께 올렸습니다.(https://brunch.co.kr/@chhieu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글을 쓰겠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