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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촬영 피해자 A씨가 가해자 B씨로부터 받은 카메라가 장착된 탁상형 시계.
 불법촬영 피해자 A씨가 가해자 박아무개씨로부터 받은 카메라가 장착된 탁상형 시계.
ⓒ 피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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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강한 처벌을 요구한 불법촬영 피고인의 형량이 "피해자에게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이유로 대폭 줄어들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박아무개(47)씨는 최근 열린 2심 재판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1, 2심의 차이는 피고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각서 형태의 사실확인서(아래 확인서)였다. 박씨는 확인서에 "앞으로 피해자에게 어떠한 민·형사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겠다"고 썼는데, 2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박씨)은 확인서를 피해자에게 보냈다면서 그 사본을 법원에 제출했다"라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는 해당 확인서를 선고 전까지 받아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1, 2심 모두 "죄질 불량하다" 지적

지난달 27일 수원지방법원 제5형사부(김은성 부장판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한 박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10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1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라고 밝혔다. 앞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4형사단독(한옥형 판사)은 박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한 바 있다.

박씨는 2018년 10월 14일 카메라가 내장된 시계를 일반 시계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 A씨의 방에 설치했다. 이 시계는 휴대전화와 연결돼 실시간으로 촬영 장면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A씨는 같은 해 11월 4일 시계에 카메라 기능이 있다는 점을 눈치 챘고 이후 박씨를 고소했다(관련기사 : 그 남자가 준 시계, 그 여자는 지금도 악몽에 시달린다).

박씨는 역으로 A씨를 고소하기도 했다. 1심 재판 과정 중 박씨는 사업관계에 있었던 A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이를 통해 합의를 요구했다. A씨는 합의를 거절했고 결과적으로 검찰은 해당 사건을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1, 2심 내내 박씨의 합의 요구를 거절했다.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도 1, 2심 재판부에 여러 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1, 2심 모두 박씨의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래는 1, 2심 판결문 중 피고인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부분(불리한 정상)이다.

1심 : 이 사건의 범행은 피고인이 사업상 알고 지내던 피해자의 방에 카메라 기능이 있는 탁상시계를 설치하고 약 한 달 가까이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범행수법 및 범행기간 등에 비춰 그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신체적, 정서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보이고 특히 피해자는 현재까지 촬영물이 유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원인, 경위 등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피고인이 피해 배상을 하거나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2심 : 피고인이 사업상 알고 지내던 피해자의 방에 카메라 기능이 있는 탁상시계를 설치하고 상당한 기간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한 점, 피해자가 입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심각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


확인서 받아보지도 못했는데, 판결문엔...

1심과 2심 판결문의 차이점은 '유리한 정상'에서 나타났다. 1심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 이전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2심 판결문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고 있는 점, 초범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다만 추가로 "2심에 이르러 향후 피해자를 상대로 어떠한 민·형사 소송도 제기하지 아니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피고인은 그와 같은 내용의 확인서를 피해자에게 보냈다면서 그 사본을 이 법원에 제출했다)"을 거론했다. 1, 2심 판결문의 차이는 이뿐이었다.
 
 불법촬영(성폭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피고인 박아무개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사실확인서.
 불법촬영(성폭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피고인 박아무개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사실확인서.
ⓒ 피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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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는 "판결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해당 확인서를 선고 전까지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반발했다. A씨는 2일 판결문을 받아본 후 박씨 측 변호인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제야 해당 확인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확인서는 "앞으로 피해자에게 어떠한 민·형사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박씨의 지장이 찍힌 일종의 각서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를 통해 피해자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한지형 변호사는 "앞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던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때문에 피고인이 제출한 확인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양형은 판사의 재량이지만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아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이 제출한 일방적인 확인서 때문에 감형이 이뤄진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2심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선고 당시 "다른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자들과 형량을 맞추기 위해"라고 감형 이유를 말하기도 했다. 이는 판결문에는 담겨 있지 않은 내용이다. 이에 A씨는 "그동안 법원이 불법촬영 범죄를 가볍게 여겨왔다는 증거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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