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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부산지방법원에 구속전피의자심문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부산지방법원에 구속전피의자심문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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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A씨가 구속영장 기각과 2차 피해에 대한 입장문을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공개했다. A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피해자 A씨는 지난 오 전 시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과 영장기각 과정을 보며 들었던 회의감과 분노를 입장문에 담았다. 그는 "수면제 없이는 한숨도 자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힘든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 발생 후 직접적인 사과를 받은 적이 없고, 합의할 일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면서 "전관예우 변호사를 선임해 인지부조화를 주장하는 사람에게선 사과의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와 이를 받아 대응한 정치권을 향해선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언론 명칭과 정치인의 성까지 공개한 뒤 입장문 마무리에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정치 공방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반면 피해자 보호와 사건 규명에 노력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 전국 여성단체, 변호인, 부산지검, 부산경찰청, 다수 언론인 등을 향해서는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음은 A씨의 입장문 전문이다.

<오거돈 구속영장 기각 및 2차 피해에 대한 입장문>

저는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제 소개를 이렇듯 시작하는 것이 익숙해지기 전에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피해자가 지나치게 적극적'이라는 반응이 부디 없기를 바랍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나온 오 전 시장의 주장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혐의는 인정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말의 모순에서 대형 로펌의 명성을 실감합니다. '집무실에서 일어난 사건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폭언이나 업무상 위력은 결코 없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사퇴 회견 당시 '경중을 떠난 5분'을 강조하며 구국의 결단을 하는듯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두려움에 떠는 늙은이일 뿐'이라는 말을 남긴 데 세상에 대한 회의감마저 느낍니다. 사실 저는 떠올리기만 해도 구역질 나는 그날 그 집무실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범행의 경중과 전혀 상관없는 그 시간을, 기억을 잃은 분께서 사퇴 회견 당시 어떻게 그리 정확하게 인지하셨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남자친구가 집무실로 쳐들어가 시장을 압박했다는 삼류 로맨스 소설을 최초 집필한 국민일보 윤모 기자의 정보원도 너무나 궁금합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소설을 사실이라 믿으시는 듯한 이모 전 의원님께서도 자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궁금한 것이 넘치지만, 하나씩 풀려갈 것이라 믿으며 말을 아낍니다. 오 전 시장에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향후 재판에서는 최소한의 합리적 반론으로 대응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피해자인 저를 비롯해 이 사건에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에 대한 예의일 줄로 압니다.

구속영장 기각 전 유치장에서 가슴 통증으로 40여 분 진료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개개인의 고통을 계량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심각한 상황인 듯한 환자의 입장으로 한 말씀 드립니다. 하루 15알이 넘는 약을 먹으며 수면제 없이는 한숨도 자지 못하는 저도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오 전 시장께서도 쾌차하셔서 잃어버린 기억도 되찾으시고, 앞으로의 재판에 성실히 임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저는 오 전 시장의 직접적인 사과를 받은 적도 없고, 따라서 합의할 일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해 '인지부조화'를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사과의 진정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현실적인 해결'이란 말을 앞세워 저와 제 가족을 비롯한 제 주변 누구에게라도 합의를 시도할 시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정치공방을 원치 않습니다. 저도 인터넷 포털 검색으로 금방 찾아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내용을 정치권에서 모르시리라 생각지 않습니다. 생방송에서 제 나이를 강조하며 비하하신 박 모 의원님과, 역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 나이를 강조하며 의도를 의심하신 황보 모 의원님께서 당시 인지부조화와 비슷한 증상을 겪으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모든 것은 본인의 잘못',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사죄한다'던 70대 오 전 시장은 본인의 말처럼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부산을 너무너무 사랑했다는 한 사람이 응당 갖춰야 할 자세가 아닐까? 반세기 가까이 늦게 태어난 제가 감히 생각합니다.

큰 힘이 되어주시는 부산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전국의 여성단체, 사건 규명에 최선을 다해주시는 변호사님들과 부산지방경찰청과 부산지방검찰청, 피해자 보호에 애써주시는 대다수의 언론인 분들과 제 판단을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해당 입장문은 누구의 의견도 더하지 않고 제 방 제 책상에서 저 혼자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2020.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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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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